<내일시론>‘권·언’ 갈등 씻고 상생의 길을

<내일시론>

지역내일 2001-02-13
<내일시론>‘권·언’ 갈등 씻고 상생의 길을
이두석/편집·논설위원장

권력과 언론의 갈등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정치권과 언론계가 맞붙어 편싸움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가 세무조사와 불공정거래 조사라는 양날의 칼을 빼들고 언론의 성역을 허물려고 하자 언론계는 내부 분열 양상마저 보이며 치열한 접전을 보이고 있다. 이른바 족벌언론인 ‘조 중 동’과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운 일부 신문·방송이 각 각 한편이 되어 ‘언론 탄압’ 과 ‘언론개혁’을 창과 방패로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여야 정치권도 권력과 언론을 편들어 지원 사격에 나섬으로서 마치 사생결단의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특히 언론계보다 정치권의 대리전이 더 격렬하다. 여야 대표의 국회연설을 필두로 의원의 대 정부질문을 통해 ‘언론 길들이기’와 ‘성역 허물기’ 공방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 자칭 대권을 꿈꾼다는 해양수산부 장관이 “정권이 언론과 전쟁을 벌일 때가 됐다”면서 “몇몇 수구. 족벌언론이 문제”라고 싸움을 부추기고 나섰다. 참으로 놀라운 착상이며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언론과의 전쟁’이라니
이런 와중에 김영삼 전 대통령까지 뛰어 들어 뇌관에 불길을 지피고 있다. 94년 집권 당시 언론사 세무조사를 통해 “언론의 존립이 위태로울 정도의 문제점이 드러났으며 조사결과를 공개했으면 큰일났을 것이다”면서 ‘권. 언 유착’을 시사하는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
우리는 이 같은 ‘권 언 갈등’을 지켜보면서 역대 정권의 언론에 대한 통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1960년대부터 90년대 초반에 이르는 30년 간 한국언론사는 정통성 없는 권위주의 정권이 자행한 언론탄압 정책의 기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돌이켜 보면 박정희 군사독재 시대가 가장 암울했다. 집권 18년 동안 수많은 언론통제사례는 신문·방송이 편집인이나 편성인의 손에서 권력의 손으로 넘어 갔다는 사실을 한 눈에 보여주고 있다. 언론의 사명인 사실 보도와 비판기능에서 완전히 무기력했던 시대였다.
12·12 군사반란으로 권력을 찬탈한 전두환 정권의 언론통제는 보다 기술적이고 조직적이었다. 1980년 신 군부는 44개 언론사를 강제 통폐합하고 700여명의 언론인을 해고한 후 ‘보도지침’으로 신문 방송의 편집과 편성권을 장악했다. 87년 6·29 민주항쟁이 쟁취한 직선제로 집권한 노태우 정권은 대통령이 거액의 뇌물을 받고 연루된 한보그룹의 수서 비리사건 때 위기감을 느껴서인지 청와대와 안기부가 직접 나서 언론을 통제하기도 했다.
비단 독재정권 뿐만이 아니다. 문민정부인 김영삼 정권도 관영매체 장악과 세무조사 등으로 언론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 이처럼 권력은 언론을 통제하려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국익 우선과 국가 기밀보호를 명분으로 앞세워 언제나 ‘협조’를 구하는 척하면서 언론자유를 제한하려 한다. 그러나 언론은 원래 권력을 견제하고 비판하는 파수견(WATCH DOG) 기능을 가장 주요한 책무로 삼고 있다. 권. 언 갈등은 바로 여기서 비롯되는 것이다.

언론 성역 허물고 개혁에 앞장서야
권력과 언론은 하루 빨리 이번 갈등의 앙금을 씻고 개혁을 통한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 먼저 언론부터 그 소임을 다했는지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한다. 과거 군사독재시절, 권력이 던지는 ‘당근’에 현혹돼 시류에 영합하고 민주화 투쟁을 외면한 원죄를 뉘우쳐야 한다. 예컨대 세무조사 면제와 금융기관의 저리 융자 등 특혜에 안주하면서 권력과 공존 공영했다는 비판은 부인할 수 없는 엄연한 사실이다. 일선을 뛰는 기자들도 관급성 홍보자료나 열심히 베껴 내는 무사안일과 출입처의 촌지와 기자단 해외여행 당근에 길들여져 비판과 견제기능을 스스로 포기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한 술 더 떠 아직도 ‘밤의 대통령’을 꿈꾸며 선출되지 않은 권력에 자만해 세무조사에 반발한다면 착각이다. 시대가 달라졌음을 알아야 한다. 언론사는 더 이상 성역이 아니다. 이번 세무조사에 국민의 60% 이상이 찬성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유념해야 한다. 그리고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운 언론을 위해 외부의 힘이 아닌 언론계 내부에서 자발적으로 개혁에 앞장서야 한다.
권력도 마찬가지다. 언론사 세무조사와 불공정 거래 조사가 법대로 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현 정권에 비판적인 몇몇 언론사 손보기나 보복의 의혹을 주면 곤란하다. DJ 집권 3년 동안 적지 않은 실정과 잇따른 권력형비리는 비판받아 마땅한 것이다.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며 언론이 이를 견제하고 비판할 때 이를 겸허하게 받아 들여야 한다. 그래야만 권력도 언론도 국민의 신뢰를 되찾고 살아 남을 수 있다. 이것이 상생의 길이다.
이두석/편집·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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