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대한은퇴자협회(KARP) 공동기획-은퇴계획서를 만들자

노후 생활의 키워드는 ‘활력’

지역내일 2006-04-07
급속한 속도로 우리 곁으로 다가오는 고령화.
세계 곳곳에서 논의가 무성하다. 알지 못하는 두려움과 불안감도 퍼지고 있다. 인류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도전이기 때문이다.
은퇴와 노후에 대한 과거와 다른 개념과 정의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막연히 돈만 준비하는 것이 은퇴준비의 전부가 아니다. 그렇다고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는데 누군가 공짜로 가져다 주지는 않는다.
내일신문은 대한은퇴자협회와 함께 은퇴를 준비하는 새로운 개념과 접근법에 대해 다섯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은퇴이후 삶을 구분 짓는 잣대가 나이가 전부는 아니다. 돈의 문제만도 아니다. 얼마나 ‘활력 있게 사느냐’가 핵심이다. 은퇴이후를 상상을 해보면 누구나 막막할 수밖에 없다. 은퇴이후 자신의 생활을 어떻게 재조직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한 것이다. 지난 호(3월 31일자 1364호)에 다룬 재정적인 준비를 제외한 건강과 가족관계, 그리고 사회적 역할에 대한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할지 전문가들의 조언을 통해 조명해 본다.

◆‘은퇴’보다 고독한 것은 ‘무직’ = 지난달 초 영국의 의학전문잡지인 ‘임상 간호 저널’에 눈길을 끄는 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18세 이상 호주인 13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성인 가운데 3분의 1이 자신은 고독하다고 답변했다는 것. 연령대별로는 왕성한 활동을 하는 40대가 가장 고독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10대와 50대의 고독수치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점은 고독은 은퇴한 사람들보다 직업이 없는 사람들에게서 더 보편적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스코틀랜드 던디대학의 윌리엄 로더는 “이번 연구의 가장 흥미 있는 발견들 중 하나는 은퇴가 사회적 접촉의 감소와 연계되고, 나이가 더 들어감에 따라 더 고독해진다는 통상적인 관념이 도전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부터 시작할까 = 전문가들은 우선 목표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생계를 위한 취업이나 창업이 목적인지 아니면 봉사활동 등 사회적 역할을 추구하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건강관리만 하면서 조용히 취미생활을 즐기려는 것인지 등등….
이것이 분명해야 조건과 처지에 맞게 설계가 가능하다.
한국노인의 전화 이사장인 최성재 교수(서울대)는 “노후생활에서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많이 있다”면서 “종사했던 직업에서 벗어나 자기가 하고 싶고, 원했던 것을 하기 위해서는 중년기 이후부터 충분히 시간을 두고 직업훈련이나 교육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PCA 생명이 동서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35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들의 40.7%는 은퇴 후 ‘조용한 생활’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봉사활동 등 사회참여’도 33.7%로 나타나 은퇴이후 활동에 대한 욕구 또한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 후 가장 큰 고민거리는 ‘건강’(61.4%)과 ‘경제적인 문제’(32.7%)로 압축된다.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라는 결론이 가능하다.

◆실버택배를 아시나요 = 이런 점에서 한국지역사회시니어클럽에서 운영 중인 사회적 일자리는 참고할 만하다. 전직 교사들을 중심으로 한 숲 생태 해설사, 문화해설사 등을 비롯해 실버피스, 지하철 택배사업 등 일과 봉사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숲 생태 해설 사업은 전국 4개 지역(서울, 광주, 대구, 충주지역) 220명의 노인이 참여하고 있는 전국 단위 사업이다.
또 지난 2002년 3월부터 시작한 유니콘 지하철 실버 택배사업은 이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다. 외부 지원 없이 순수하게 자립이 가능할 정도다. 현재 50여명이 일하고 있는데 올해 순수익 목표만 3억원에 이른다. 근무하는 연령대는 50대는 단 한 명도 없다. 60~70대가 주를 이룬다. 평균 보수는 60~70만원 가량 된다. 하루 주문량은 100~120건 정도 되고, 거래처만 4000곳이 넘는다.
한국지역사회시니어클럽 회장 지성희 신부는 “3년 반 이상 했는데 단 한 건도 사고가 없었다”면 “노인 분들이 약속 하나는 철저하게 지킨다”고 말했다.
신뢰가 쌓이면서 주문이 늘고 있다. 경로우대증을 지참하고 지하철을 이용하므로 갖다오면 전부 수익이다. 출발부터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아이템을 만들었고, 틈새시장을 공략한 것이 적중했다. 대부분의 복지관이 주로 봉사활동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반해 이곳은 건강을 지키면서 동시에 일정한 수익까지 올릴 수 있어 일거양득이다.
이밖에도 정부나 각종 복지기관 등에서 제공하는 노후 일자리는 생태해설사와 같은 공익강사형, 주례, 간병인 같은 인력파견형, 그리고 택배, 도시락 배달 등 시장참여형이 있다.
가까운 복지관이나 관공서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억대 거지’로 살지 말자 = 은퇴이후를 고민하면서 건강과 경제만이 전부는 아니다. 주변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형성하는지도 중요한 과제다. 함께 노후를 보낼 수 있는 벗이나 가족은 은퇴생활의 또 다른 희망이다. 한국노인복지학회장인 임춘식 교수(한남대)는 “우리나라는 은퇴직전 교육이 전무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 “개인적인 의지도 중요하지만 국가와 사회가 퇴직전 교육을 통해 미래준비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은퇴자들도 자신들의 복지향상을 하기 위한 모멘텀을 가져야 하며 노인권 운동을 해야 한다”면서 “그래야 장수계획표, 장수시간표를 작성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대 최성재 교수는 “노후에 누구와 살 것이며 어떤 사람들과 관계를 가질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금방 해답이 나온다”면서 “중년기나 그 이전부터 만남도 자주 갖고 생활 속에서 가족문화를 형성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평소에 등한시하다가 나이 들고 나약해진 뒤에 기대려하면 짐이 되기 쉽다. 가족관계도 일찍부터 꾸준히 노력해야 노후에 자연스럽게 가족문화로 형성된다는 지적이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거주형태에 대한 고민이다. 특히 소유개념으로만 돼 있는 우리나라 정책과 문화가 왜곡된 형태의 거주문화를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령 평생을 열심히 일해 강남에 40~50평 아파트 있다면 10억이 넘는다.
그런데 이것은 노후에 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유만 생각하니까 ‘억대의 거지’가 된다는 논리다. 외국도 마찬가지다. 최근에야 그 해법으로 역모기지론이 거론되고 있는 정도다.
최 교수는 “이제는 무조건 분양만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임대를 중심으로 사고해야 한다”면서 “그래야 이자수입으로 생활비를 보탤 수도 있고 여유가 생긴다”고 말했다.
오로지 집을 가져야 한다는 데만 얽매여 노후 삶을 망쳐서는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충고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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