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미가요 찬반전쟁 시작

거부교사, 불이익 받을까 불안감에 신경쇠약 증세 보여

지역내일 2006-04-10
지난 6일 열린 일본 홋카이도 비바이시립중앙소학교 입학식에서 교사들에게 일본 국가(기미가요)를 부르도록 하기 위해 학교 측이 교직원용 의자를 준비하지 않았다고 <요미우리신문>이 보도했다.
이는 학교와 교직원측이 10회 이상 회의를 벌인 끝에 이와키 교장이 최종 결정한 것으로 입학식은 중도 퇴장하거나 앉아있는 교직원 없이 예정대로 40분 만에 종료됐다.
이와키 교장은 “교직원이 속으로 어떤 생각을 하든 자유지만 국가의 지도요령에 따르지 않고 기립하지 않는 행위는 문제가 있다”며 “반대의견도 있지만 서로 의견을 교환한 결과 이해를 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시교육위원회는 “교직원의 동의 속에 이뤄진 것으로 강제가 아니므로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학생이 기립하지 않으면 교사책임 = 이처럼 일본에서 해마다 졸업식과 입학식이 치러질 때마다 ‘기미가요’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
기미가요는 ‘천황이 통치하는 세상이 영원히 계속 되기를 바란다는 내용’으로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히노마루’라 불리는 일장기와 함께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전쟁이 끝나고 일본의 주권이 천황이 아닌 국민에게 옮겨지면서 기미가요의 가사에 대한 논쟁이 시작되었으나 반세기가 넘는 지금까지 올림픽과 같은 국제행사에서 일본의 국가로 연주되고 있다.
일본 내에서도 “군국주의 잔재인 기미가요를 민주주의 국가인 일본에서 인정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반대파와 “이제는 기미가요를 듣고 전쟁을 연상하는 사람보다 올림픽 같은 국제행사를 연상하는 사람이 더 많다”며 “다시 국가를 지정하는 것도 무리가 있는 만큼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찬성파로 나뉘어 의견이 분분하다.
이런 가운데 1990년 일본 문부과학성은 학교행사에서 일장기를 게양하고 기미가요를 부를 것을 의무화했고, 1999년에는 일본 국회에서 국기국가법이 통과되면서 일장기와 기미가요가 정식으로 일본의 국기와 국가임이 법으로 인정됐다.
한편 학교현장에서는 기미가요제창을 둘러싼 교육위원회와 교직원조합과 갈등에 힘겨워하던 교장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도쿄도 교육위원회가 2003년 10월 23일 ‘국기는 무대 정면 단상에 게양하고, 교직원은 선 채로 지정된 자리에서 국기를 바라보며 국가를 제창한다’는 내용의 ‘10·23 통달’을 각 학교에 보내고 이에 불복하는 교사에게는 책임을 묻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런 가운데 올해 3월 한 고등학교 졸업식에서 졸업생들이 기미가요 제창시 기립하지 않은 사건을 계기로 도쿄도교육위원회는 각 학교에 ‘적절하게 학생을 지도할 것’을 요구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사실상 학생이 기립하지 않는 것도 교사책임이 됐다.

◆교직원을 병들게 하는 기미가요 신경증 = 3월 23일 <도쿄신문>은 정신과의사이며 간사이대학 교수인 노다씨가 신경질환을 앓고 있는 교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를 인용하며 “최근 공립학교 교직원들에게 신경질환이 늘고 있는 배경에 일장기와 기미가요를 강요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노다씨의 조사에 참여했던 한 미술교사는 “목에서 위까지 굵은 말뚝이 박혀 있는 듯한 통증이 계속된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이 여교사는 “느끼고 생각하고 만들어내는 창조적인 인간 활동의 힘을 미술교육을 통해 가르치고 싶어 교사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교사에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여교사는 도쿄도교육위원회가 도립학교 교직원의 기미가요 제창을 의무화한 뒤부터 기미가요가 제창될 때마다 기립할 것인지 고민해왔다.
결국 기립키로 결정했지만 ‘학생에게 말과 행동이 다른 교사라는 말을 들으면 교사생활은 끝’이라는 생각에 힘들었다.
이 여교사는 “교육위원회-교장-교직원-학생으로 이어지는 상의하달 방식이 졸업식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교육현장을 지배하는 것은 교육의 숨통을 끊는 것이라고 생각해 반발해 왔다”며 “그러나 부모를 부양해야 하는 현실에서 직장을 잃을 수 없기 때문에 기립을 선택했지만 그것으로 고민이 끝는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기미가요 거부 이유로 졸업생 답사도 폐지 = 기독교인으로서 일왕을 칭송하는 노래를 부를 수는 없다고 생각한 남자 교사의 경우 기립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급여 삭감과 전근 등 불이익과 ‘재발방지 연수’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이 남자 교사는 “장래를 생각하면 다음 졸업식까지 또 무슨 불이익이 기다리고 있을까 싶어 불안하다”며 “가장 걱정되는 것은 스스로 목숨을 끊지나 않을까 하는 것으로 자신이 목을 매고 있는 모습이 자꾸 떠오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다씨는 “계속된 불안감으로 자살 수단이나 자살의 구체적 이미지까지 떠올린다는 건 매우 위험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신경질환으로 병가를 받은 다른 남자 교사는 ‘교육의 결산’이라고 여겨온 졸업생 답사가 폐지된 것을 계기로 우울해져 잠도 잘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이 학교에서 답사가 폐지된 것은 2003년 졸업식에서 졸업생 대표를 맡았던 재일교포 학생과 일본인 학생이 “일장기와 기미가요의 강제는 납득할 수 없다”는 내용의 졸업생 답사를 발표한 것이 이유였다.
노다씨는 정신과 의사 자격으로 신경질환에 의한 병가 경험자 중 임의로 면담했던 7명의 의견을 모아 지난 2월말 도쿄지방법원에 제출했다.
일장기와 기미가요를 강제하는 도교육위원회의 통달과 교무명령에 대해 2004년 1월 도립학교 교원 228명(현재 400명)이 원고가 돼 도교육위원회와 도쿄도를 상대로 사전구제를 요청하는 소송(강제에 따를 의무가 없으며 처분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예방소송)이 진행된 바 있다.

/송윤희 리포터 boogi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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