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평가금액 500%까지 빌려줘
모집·위기관리 대행업체 잇따라
한동안 침체돼있던 주식시장이 들썩거리기 시작하면서 상호저축은행 업계도 다시 주식담보대출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저축은행들이 최근 주식담보대출 폭을 확대하고 공격적인 대출영업에 나서고 있다. 전담 모집대행업체 설립이 잇따르는 등 과열양상도 펼쳐진다. 일부에서는 업계가 홍역처럼 치렀던 소액신용사태가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K저축은행은 최근 그간 판매해오던 주식담보대출을 새롭게 다듬어 시장에 내놓았다. 예수금을 포함한 계좌 잔고의 500%까지 빌려주는 상품으로 최고 1억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지난해 말 현재 자산규모가 1999억원인 이 저축은행의 주식담보대출 규모는 총자산의 10%에 달하는 200억원 가량이다.
D저축은행도 올초 계좌 평가 잔액의 5배까지 빌려주는 주식담보대출상품을 내놨다. 지난 2월 출시한 대출상품 판매잔액은 70억원 가량. J저축은행이 250억원어치 판매한 주식담보대출은 계좌평가잔액의 4배까지 빌려주는 상품이다. 지난해 말 100억원을 돌파한 이래 넉달만에 150억원어치 새로운 대출이 발생했다.
이들 뿐 아니다. 아예 전담 모집대행업체에 업무를 맡기고 돈만 빌려주는 형태로 주식담보대출에 동참하는 곳들도 있다. 수도권의 A저축은행이나 P저축은행도 여기에 속한다.
전담 대행업체 중 한 곳인 S사 관계자는 “최근 들어 F사가 홈페이지를 개편하고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는 한편 후발업체들이 속속 생기고 있고 대부분이 저축은행과 연계해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개별 저축은행에서 시스템을 갖추거나 주식 관련 전문가를 채용하기 어려워서 그동안 많이 뛰어들지 못했는데 모집업체에서 모두 대행해주기 때문에 동참하는 저축은행들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축은행 업계에서도 시중은행과 치열한 가계대출 경쟁을 벌이기보다는 주식담보대출에 뛰어드는 게 낫다는 입장.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부동산 PF대출을 제외하고는 이 정도 규모로 판매된 대출상품은 없다”며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지 못해 한동안 애를 먹었는데 출시 이후 톡톡히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위 모집업체의 관계자는 “3월 중순 이후 대출 고객과 대출금액도 계속 늘고 있다”며 “현재 시장규모를 정확하게 추산하긴 어렵지만 계속 커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라고 덧붙였다. 주식시장이 장기적으로 활황이라는 전망이 우세한데다 최근 증권업계에서 미수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대출쪽으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저축은행 업계와 감독당국에서는 이같은 흐름이 자칫 저축은행의 연쇄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주식을 담보로 설정했기 때문에 완전 신용대출은 아니지만 시장상황을 예측하기도 어렵고 개별 저축은행에서 그만한 전문적 식견도 없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장이 급작스레 폭락할 경우에는 고객이나 저축은행 모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식담보대출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한 저축은행 관계자도 “상시적으로 고객 잔고를 모니터링하면서 주식가치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손절매에 들어가기 때문에 만약의 경우라도 손해는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최근 들어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추진 않은 저축은행들이 ‘돈된다’는 사실만 보고 너나없이 뛰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주식시장 활황으로 유가증권 투자가 많아졌다”며 “계좌평가금액의 4~5배까지 대출해주는 것 자체가 규정에 어긋나지는 않지만 지나친 측면이 있다”며 “리스크관리를 적절히 하고 있는지 모니터링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증현 금감원장도 최근 열린 ‘저축은행의 리스크관리 능력제고를 위한 워크숍’에서 부동산PF와 함께 유가증권 투자를 조절하라고 당부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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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집·위기관리 대행업체 잇따라
한동안 침체돼있던 주식시장이 들썩거리기 시작하면서 상호저축은행 업계도 다시 주식담보대출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저축은행들이 최근 주식담보대출 폭을 확대하고 공격적인 대출영업에 나서고 있다. 전담 모집대행업체 설립이 잇따르는 등 과열양상도 펼쳐진다. 일부에서는 업계가 홍역처럼 치렀던 소액신용사태가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K저축은행은 최근 그간 판매해오던 주식담보대출을 새롭게 다듬어 시장에 내놓았다. 예수금을 포함한 계좌 잔고의 500%까지 빌려주는 상품으로 최고 1억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지난해 말 현재 자산규모가 1999억원인 이 저축은행의 주식담보대출 규모는 총자산의 10%에 달하는 200억원 가량이다.
D저축은행도 올초 계좌 평가 잔액의 5배까지 빌려주는 주식담보대출상품을 내놨다. 지난 2월 출시한 대출상품 판매잔액은 70억원 가량. J저축은행이 250억원어치 판매한 주식담보대출은 계좌평가잔액의 4배까지 빌려주는 상품이다. 지난해 말 100억원을 돌파한 이래 넉달만에 150억원어치 새로운 대출이 발생했다.
이들 뿐 아니다. 아예 전담 모집대행업체에 업무를 맡기고 돈만 빌려주는 형태로 주식담보대출에 동참하는 곳들도 있다. 수도권의 A저축은행이나 P저축은행도 여기에 속한다.
전담 대행업체 중 한 곳인 S사 관계자는 “최근 들어 F사가 홈페이지를 개편하고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는 한편 후발업체들이 속속 생기고 있고 대부분이 저축은행과 연계해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개별 저축은행에서 시스템을 갖추거나 주식 관련 전문가를 채용하기 어려워서 그동안 많이 뛰어들지 못했는데 모집업체에서 모두 대행해주기 때문에 동참하는 저축은행들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축은행 업계에서도 시중은행과 치열한 가계대출 경쟁을 벌이기보다는 주식담보대출에 뛰어드는 게 낫다는 입장.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부동산 PF대출을 제외하고는 이 정도 규모로 판매된 대출상품은 없다”며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지 못해 한동안 애를 먹었는데 출시 이후 톡톡히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위 모집업체의 관계자는 “3월 중순 이후 대출 고객과 대출금액도 계속 늘고 있다”며 “현재 시장규모를 정확하게 추산하긴 어렵지만 계속 커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라고 덧붙였다. 주식시장이 장기적으로 활황이라는 전망이 우세한데다 최근 증권업계에서 미수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대출쪽으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저축은행 업계와 감독당국에서는 이같은 흐름이 자칫 저축은행의 연쇄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주식을 담보로 설정했기 때문에 완전 신용대출은 아니지만 시장상황을 예측하기도 어렵고 개별 저축은행에서 그만한 전문적 식견도 없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장이 급작스레 폭락할 경우에는 고객이나 저축은행 모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식담보대출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한 저축은행 관계자도 “상시적으로 고객 잔고를 모니터링하면서 주식가치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손절매에 들어가기 때문에 만약의 경우라도 손해는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최근 들어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추진 않은 저축은행들이 ‘돈된다’는 사실만 보고 너나없이 뛰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주식시장 활황으로 유가증권 투자가 많아졌다”며 “계좌평가금액의 4~5배까지 대출해주는 것 자체가 규정에 어긋나지는 않지만 지나친 측면이 있다”며 “리스크관리를 적절히 하고 있는지 모니터링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증현 금감원장도 최근 열린 ‘저축은행의 리스크관리 능력제고를 위한 워크숍’에서 부동산PF와 함께 유가증권 투자를 조절하라고 당부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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