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사회공헌 발표 이후 두달>삼성이 변하고 있다

지역내일 2006-04-12
구조본 축소, 법률봉사단 출범 등 약속 이행
‘근본개혁 미흡’ 비판여론 수용 과제로 남아

삼성이 ‘국민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한 지 두 달 여가 지났다. 삼성은 그동안 삼성법률봉사단을 발족하고, 자원봉사활동을 확대하는 등 당초 내걸었던 약속을 조금씩 실천에 옮겨 왔다. 또 따가운 눈총을 받았던 삼성 구조본도 대대적으로 축소 개편했다.
하지만 여전히 삼성을 바라보는 시각은 양분돼 있다. 삼성이 변화의 몸짓을 시작한 만큼 격려와 지지가 필요하다는 옹호론과 여전히 근본개혁에는 미흡하다는 비판론이 상존하고 있다.

◆“국민의 뜻 겸허히 수용” = 삼성은 지난 2월7일 국민들에게 걱정을 끼쳐 깊이 반성한다며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했다.
△8000억원 상당의 사회기금 헌납 △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증여세 부과소송 및 공정거래법 헌법소원 취하 △사회복지 확대와 자원봉사센터 창단 등에 2000억원 지원 △‘삼성을 지켜보는 모임’ 운영 △구조조정본부의 기능 조정과 계열사 독립경영 강화 등이 주요내용이다.
이날 발표는 이건희 회장의 ‘사회 여론과 국민들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사회와 더불어 발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라’는 지시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과 경영진은 지난 몇 달간 삼성그룹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불식을 위한 해결책을 심사숙고했고, 그 결과 과거 잘못된 관행에 대한 반성과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 단체의 지적을 받아들여 기금 헌납과 사회공헌을 주 내용으로 하는 변화를 선택하게 된 것이다.

◆어려운 이웃위해 법률지원 나서 = 삼성은 2·7 발표의 실천 의지를 분명히 하기 위해 3월 8일 후속조치로 구조조정본부를 전략기획실로 변경하고 조직과 기능을 대폭 축소했다. 구조본 조직을 1실5팀 체제에서 3팀 체제로 축소하고, 인력도 147명에서 99명으로 33% 감축했다.
또 법무실을 구조본에서 분리해 사장단협의회(수요회) 산하로 이관하고 각 계열사 사장이 경영상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데 필요한 법률 자문에 주력하도록 했다.
구조본 개편과 함께, 삼성의 최고 협의기구로서 그간 그룹의 주요 경영현안을 논의해 온 기업구조조정위원회를 전략기획위원회로 개편하고 역할과 기능도 삼성의 미래 중장기 전략을 협의하는 기구로 조정했다.
또한 국민정서와 상관없이 ‘법으로만 해결하려 한다’는 여론을 수렴해 삼성그룹에 소속된 변호사 전원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법률봉사단을 지난달 22일 창단하고 어려운 처지에 있는 영세서민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무료 법률구조활동에 나섰다.
사회공헌 발표 당시 그 의도와 시행여부에 대한 회의론도 있었지만 적어도 지난 두달여 동안 삼성은 보인 모습은 적지 않은 변화였다.

◆정치적 오해받은 록펠러재단 = 삼성의 사회공헌확대와 유사한 사례는 해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자본주의 역사에서 부자의 자선과 기업의 사회공헌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각종 재단의 기부금은 국민총생산(GDP)의 2%를 넘는다. 6만6000여개에 이르는 미국의 재단들은 한 해 30조원이 넘는 돈을 국내외에 기부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회공헌 재단으로 록펠러재단을 꼽을 수 있다.
유럽에서 이민 온 전형적인 청교도 가정에서 약장수 아버지와 농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록펠러는 젊은 시절 정유회사를 시작했다. 석유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스탠더드 오일’을 설립해 독점적 지위를 누리며 부를 쌓아 나갔고 정부조차 건드릴 수 없을 만큼 커졌다. 하지만 이는 미국 사회의 저항을 불러와 법정소송 끝에 해체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기업해체에도 불구하고 록펠러 개인의 부는 늘어갔으며, 은퇴 후 10년 동안 재산관리를 맡아온 프레데릭 게이츠 목사의 영향을 받아 본격적인 자선사업의 길로 들어선다.
록펠러재단을 설립 초기 정치적 제스처라는 시선이 적지 않았지만, 이후 미국인이 진정 고마움을 느끼는 자선기관으로 성장했다. 자산규모가 32억달러(2004년말 기준)에 이르는 록펠러재단은 공공위생, 의학 교육, 식량 증진, 과학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2004년 한 해만 1억2400만달러의 기부금을 썼다.

◆빌 게이츠의 세계 최대 재단 = 록펠러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강철왕’ 앤드루 카네기(1835~1919) 역시 젊은 시절 강철사업에 뛰어들어 남북전쟁 이후 철강수요 급증에 힘입어 승승장구했다. 세계 최고의 현금 부자가 된 카네기는 이후 미국과 영국에 3000개의 도서관을 지었으며 카네기협회, 카네기교육진흥재단,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카네기재단 등 자선단체를 잇달아 설립했다.
뉴욕 최대 연주회장인 카네기홀과 뉴욕 공립도서관, 카네기멜론대학 등도 모두 카네기의 자선기금을 바탕으로 설립된 것이다. 카네기는 매년 7000만달러 정도를 기부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사 회장인 빌 게이츠 부부 이름을 딴 ‘빌 & 멜린다 게이츠재단’은 세계 최고의 갑부가 세운 재단답게 현재 세계최대의 자선재단이다.
게이츠 회장 부부는 600억달러에 이르는 재산의 절반에 육박하는 288억달러를 이 재단의 기금으로 출연했으며 2000년 1월 기존의 ‘게이츠 학습재단’과 ‘윌리엄 게이츠 재단’을 통합해 설립했다. 이 재단은 건강·보건과 교육, 도서관 및 북서 태평양지역 지원사업에 주력하고 있으며, 역사상 규모가 가장 큰 10억달러짜리 장학펀드를 설립하는 등 교육사업에도 26억2300만달러를 투입했고, 질병에 시달리는 아프리카를 위한 질병 퇴치 기금 조성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외에도 CNN 창립자 테드 터너와 포드재단 등 5만6000여 공익 기부재단이 활동 중이다.

◆‘8000억원을 둘러싼 논란’ = 기부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우리사회에서 삼성의 8000억원 사회환원를 보는 시각은 이중적이다.
최근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재계 최고경영자들의 96%가, 삼성에 비판적인 진보적 시민단체 인사들과 학자들조차 36.6%가 삼성의 8000억원 사회환원을 ‘평가할 만 하다’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네티즌들의 여론조사결과에서도 삼성의 결정에 환영한다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다.
하지만 삼성의 8000억 기부가 향후 삼성에 관련된 재판과 정부의 대삼성 정책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응답도 만만치 않았다.
결국 삼성의 사회공헌확대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그 진실성에는 여전히 의혹의 시선이 남아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삼성의 8000억 사회환원은 대기업으로서 역할을 다하겠다는 것 외에 다른 의도가 없는 것”이라며 “삼성의 사회공헌 노력을 있는 그대로 봐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반기업 정서 해소 계기 기대” = 삼성의 사회공헌확대 방침이 하나둘씩 가시화되면서 이에 대한 격려와 지지가 필요하다는 여론도 나오고 있다.
좋건 싫건 우리 경제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대표기업으로 자리잡은 삼성이 사회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대화하려고 시도하고 있는 만큼 그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삼성이 약속대로 내부조직을 축소하고 사회공헌활동을 강화하는 등 상생분위기를 조성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만 하다”며 “삼성이 부정적 이미지에서 벗어나 투자확대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기업 본연의 역할에 전념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에 대한 비판론도 여전하다. 참여연대 이수정 간사는 “삼성이 사회공헌 약속을 이행하는 것과 삼성의 근본 개혁과는 다르다”라고 말했다. 사회공헌 활동으로 삼성이 비판받아온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결국 기업 시민 역할을 다하면서 여러 비판론 수용해가야 하는 과제가 삼성에게 남아있는 셈이다.

/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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