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이계안 의원이 열린우리당 중앙당이 제시한 서울시장 후보경선 방식을 받아들임에 따라, 5·31 지방선거를 위한 열린우리당의 16개 시도지사 후보 선정방식 결정 작업이 마무리됐다. 서울 전북 광주는 경선, 나머지는 단수후보 추천 또는 전략공천 지역으로 확정됐다.
시도지사 공천방식을 정하면서 열린우리당 지도부와 몇몇 후보들은 적잖은 상처를 입었다. 지도부의 전략공천 결정에 반발, 소속 국회의원이 탈당하는가 하면 서울에서는 경선방식을 놓고 특정후보와 지도부 간에 갈등이 폭발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강금실·진대제 등 대중스타를 띄워 나름대로 성과를 보고, 공천비리 의혹 등이 제기된 한나라당의 자책이 더해져 분위기는 좋아진듯 보이지만,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이번 공천과정에서 당 정체성 또는 창당초심이라는 원칙과 명분을 잃고 실리도 잃었다는 것이다.
◆광역단체장 후보결정 과정에 갖가지 말썽 =
과거 ‘3김시대’만 해도 공천은 1인보스의 의중과 보스주변 가신들의 힘으로 정해졌다. 열린우리당은 지난 대선과 총선을 거치면서 1인보스 중심의 정치를 극복해 민주 개혁정당이 되겠다며 탄생한 정당이다. 당원이 주인이 되고, 국민의 자발적 참여를 끌어내는 정당을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열린우리당이란 당명도 이런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하지만 창당초부터 열린우리당이 자랑처럼 얘기했던 상향식 공천원칙은 이번 공천과정에서 거의 무너졌다. 지난 12일 대전시장 선거출마 포기선언을 하고 무소속 국회의원이 된 권선택 의원은 우리당 모 중진의원의 “대전시장 전략공천은 당의장의 결정사항”이라는 말 한마디에 무너졌다. 이 중진의원은 당내에서 공천과 관련한 어떤 직책도 맡고 있지 않은 인물이다.
부산시장 출마를 준비했던 김칠두 한국산업단지공단이사장은 지난달 지도부의 전격적인 전략공천 결정으로 주저앉았다. 이 과정에서 우리당 지도부는 여론조사로 부산시장 후보를 결정한다고 했다가 갑작스럽게 전략공천으로 바꾸는 등 혼란을 초래했다. 물론 여론조사를 통해 부산시장 후보를 결정했더라도 김 이사장에겐 절대적으로 불리한 싸움이었다.
서울에서는 이계안 의원이 지도부가 제시한 후보경선 방식에 반발, 경선참여 철회를 검토하는 등 갈등을 빚었다. 이 의원 지난 13일 정동영 의장과의 면담 후 지도부의 경선방식을 받아들였다.
경선을 하는 지역이든 전략공천 지역이든 이번 공천과정에서 열린우리당의 원칙은 없었다. 지도부가 후보를 정하면 중앙당 공천심사위원회 논의를 거쳐 당 중앙위원회에서 추진해주는 과정만 있었다. “공천의 원칙은 당의장의 의중뿐”이라는 말이 당내에서 나올 정도였다.
◆지방선거 승리위한 불가피한 선택일까 =
공천과정에서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원칙과 명분뿐 아니라 실리도 챙기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권선택 의원의 탈당으로 국회의원 의석 하나를 잃었고 당원들의 집단이탈을 초래했다.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지방선거에서 이기는 싸움을 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하지만 ‘정당정치의 민주화와 상향식 참여정치’라는 열린우리당의 창당초심은 사실상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지난해 11월 노무현 대통령은 당시 정세균 의장 등 열린우리당 지도부와 만난 자리에서 “열린우리당에 가장 중요한 것은 창당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열린우리당이 창당초심을 잃고 있다’는 지적의 다른 표현이었다.
당의 한 관계자는 “현재 당 지도부는 과거 그토록 ‘싫다’고 거부했던 옛 민주당의 구태정치를 답습하고 있다”면서 “옛 민주당 시절, 구태정치 타파의 시발점이 됐던 정풍운동이 현재 열린우리당 지도부에 부메랑이 돼 날아올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창훈 기자 chuns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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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지사 공천방식을 정하면서 열린우리당 지도부와 몇몇 후보들은 적잖은 상처를 입었다. 지도부의 전략공천 결정에 반발, 소속 국회의원이 탈당하는가 하면 서울에서는 경선방식을 놓고 특정후보와 지도부 간에 갈등이 폭발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강금실·진대제 등 대중스타를 띄워 나름대로 성과를 보고, 공천비리 의혹 등이 제기된 한나라당의 자책이 더해져 분위기는 좋아진듯 보이지만,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이번 공천과정에서 당 정체성 또는 창당초심이라는 원칙과 명분을 잃고 실리도 잃었다는 것이다.
◆광역단체장 후보결정 과정에 갖가지 말썽 =
과거 ‘3김시대’만 해도 공천은 1인보스의 의중과 보스주변 가신들의 힘으로 정해졌다. 열린우리당은 지난 대선과 총선을 거치면서 1인보스 중심의 정치를 극복해 민주 개혁정당이 되겠다며 탄생한 정당이다. 당원이 주인이 되고, 국민의 자발적 참여를 끌어내는 정당을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열린우리당이란 당명도 이런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하지만 창당초부터 열린우리당이 자랑처럼 얘기했던 상향식 공천원칙은 이번 공천과정에서 거의 무너졌다. 지난 12일 대전시장 선거출마 포기선언을 하고 무소속 국회의원이 된 권선택 의원은 우리당 모 중진의원의 “대전시장 전략공천은 당의장의 결정사항”이라는 말 한마디에 무너졌다. 이 중진의원은 당내에서 공천과 관련한 어떤 직책도 맡고 있지 않은 인물이다.
부산시장 출마를 준비했던 김칠두 한국산업단지공단이사장은 지난달 지도부의 전격적인 전략공천 결정으로 주저앉았다. 이 과정에서 우리당 지도부는 여론조사로 부산시장 후보를 결정한다고 했다가 갑작스럽게 전략공천으로 바꾸는 등 혼란을 초래했다. 물론 여론조사를 통해 부산시장 후보를 결정했더라도 김 이사장에겐 절대적으로 불리한 싸움이었다.
서울에서는 이계안 의원이 지도부가 제시한 후보경선 방식에 반발, 경선참여 철회를 검토하는 등 갈등을 빚었다. 이 의원 지난 13일 정동영 의장과의 면담 후 지도부의 경선방식을 받아들였다.
경선을 하는 지역이든 전략공천 지역이든 이번 공천과정에서 열린우리당의 원칙은 없었다. 지도부가 후보를 정하면 중앙당 공천심사위원회 논의를 거쳐 당 중앙위원회에서 추진해주는 과정만 있었다. “공천의 원칙은 당의장의 의중뿐”이라는 말이 당내에서 나올 정도였다.
◆지방선거 승리위한 불가피한 선택일까 =
공천과정에서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원칙과 명분뿐 아니라 실리도 챙기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권선택 의원의 탈당으로 국회의원 의석 하나를 잃었고 당원들의 집단이탈을 초래했다.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지방선거에서 이기는 싸움을 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하지만 ‘정당정치의 민주화와 상향식 참여정치’라는 열린우리당의 창당초심은 사실상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지난해 11월 노무현 대통령은 당시 정세균 의장 등 열린우리당 지도부와 만난 자리에서 “열린우리당에 가장 중요한 것은 창당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열린우리당이 창당초심을 잃고 있다’는 지적의 다른 표현이었다.
당의 한 관계자는 “현재 당 지도부는 과거 그토록 ‘싫다’고 거부했던 옛 민주당의 구태정치를 답습하고 있다”면서 “옛 민주당 시절, 구태정치 타파의 시발점이 됐던 정풍운동이 현재 열린우리당 지도부에 부메랑이 돼 날아올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창훈 기자 chuns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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