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부자 돈으로 학력세습

① 개천에서 용 나지 않는다

지역내일 2006-03-14
입시명문 특목고 입학생, 강남·서초·송파·양천 출신 절반
4개구에 입시·보습학원 35% 밀집 … 자치단체 지원도 많아

강남에 살면서 변호사 아버지를 둔 서울소재 한 특목고 3학년 A군의 연간 사교육비는 5000만원을 웃돈다. 학기 중에는 유명 학원의 선생님을 초빙, 3~4명이 한 팀이 되는 100만원 짜리 소그룹 과외를 3개 정도 받고 있다.
방학이 되면 A군은 각종 경시대회와 외국어 자격증을 준비하기 위해 수백만원을 들여 소나기식 과외를 받는다. 이 덕분에 경시대회에 입상도 했다. A군은 경시대회 수상경력과 외국어 자격증을 내세워 수시전형으로 서울대 법대에 입학하려고 한다.
A군은 강남지역에서도 평범한 사례는 아니다. 상당수 강남 부유층 자녀들은 A군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유사한 형태의 초고가 사교육을 받고 있다.
이들은 특목고와 대입시에서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돈으로 학벌 세습이 보편화되고 있는 것이다. 강남 학원가 관계자는 “돈을 퍼부은 만큼 대학의 길은 넓어진다”면서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 특목고 강남편중도 심각 = 아파트 평당 가격이 2000만원을 넘어선 강남 서초 송파구와 양천구 목동(이하 강남 4개구) 소재 중학교 출신들이 서울 소재 6개 외고 합격생의 32%를 차지했다.
특히 2006학년도 입시에서 20명 이상의 서울대 합격생을 배출한 대원외고 등은 50%를 넘었다. 잘 나가는 외고일수록 강남 편중현상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정시모집을 통해 서울대에 합격한 서울출신자 가운데 강남지역(강남, 서초, 송파 3개구로 한정)에 거주자 비율이 40%를 넘어서는 것으로 밝혀졌다.
내일신문이 최근 3년간 6개 외고 합격생에 대해 출신지역을 분석한 결과 강남 4개구는 2005학년도 6개 외고 합격자를 469명 배출했다. 이는 32%를 넘어선 수치로, 학생수 대비 외고 합격자로는 나머지 21개 자치구 평균보다 8%P 정도 많다.
특히 6개 외고 가운데서도 강남지역이 선호하는 특정 외고의 편중도는 더욱 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2006학년도 서울대 정시모집에서 20명 이상의 합격자를 배출한 12개 고등학교 가운데 서울 소재 특목고인 대원외고 명덕외고 서울과학고 한영외고의 합격생을 지역별로 분류하면 강남 4개구 출신이 50%를 넘었다.
대원외고(2005학년도 기준)는 295명의 서울출신 합격자 중 166명이 강남 4개구 출신으로 56.27%를 차지했다. 명덕외고는 226명 중 116명(51.32%), 한영외고는 211명 중 137명(64.92%), 서울과학고는 156명 중 64명(41.02%)이 강남 4개구에 거주하는 학생이었다.
특목고 입시전문기관의 한 관계자는 “강남 4개구 지역 학생과 학부모 대부분은 대원외고, 명덕외고 등 특정 학교에 대한 선호도가 강하다”며 “이들 학교에 진학하지 못하면 지역 인문계고등학교에 진학하는 것이 오히려 좋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2006학년도 입시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서울대 합격생을 가장 많이 배출한 대원외고의 경우, 서울출신 2006학년도 일반전형 합격자 203명 가운데 강남 4개구 출신이 108명으로 53.2%를 차지했다. 자치구별로 보면 강남구 47명, 서초구 28명, 송파구 21명, 양천구 12명이다.

특목고 학부모, 고소득 직업 많다
금융·교육자·자영업·사업·공무원·의료·유통·법조인 순
서울대생 75% 과외 경험 있어 … 66% “사교육 효과 있다”

◆학원 숫자도 많아 = 이들 4개구는 사교육에서도 강세를 모이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자료(2005년 12월 기준)에 따르면 서울의 입시학원과 보습학원 5895개 가운데 4개구 지역에 2066개(35.04%)가 몰려있다.
4개구에는 유명학원과 강사들이 상대적으로 집중돼 있어 질적 편중성은 더 크다는 것이 사교육계의 분석이다.
강북지역 한 학원장은 “4개구 지역 학원들은 인근 신도시는 물론 서울 다른 지역의 사교육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며 “특히 강북지역 신흥아파트단지의 일부 학부모들은 교우관계보다 이들 지역 친구들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고소득 학부모 많다 = 편중현상은 학부모 직업조사에서도 드러난다.
서울시교육청이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서울지역 6개 외국어고와 2개 과학고 재학생 7179명(2004년 기준)의 학부모 직업은 금융업(13.02%), 교육자(11.48%), 자영업(10.84%), 사업가(10.63%), 공무원(8.75%), 의료계(5.71%), 유통업(4.61%), 법조인(2.87%) 등의 순서였다.
이는 특목고 학부모들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거나 소득이 높은 직업을 가진 경우가 많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전체 직업인구 중 의료계 종사자는 1.90%에 지나지 않지만, 특목고 학부모는 5.71%나 차지하고 있다. 또 전체 직업인 중 법조인은 0.22%에 지나지 않지만, 특목고 학부모는 2.87%에 달한다.

◆서울대도 마찬가지 = 학부모와 관련된 통계는 서울대에서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
서울대 대학생활연구원이 2005학년도 서울대 신입생 242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아버지 직업 비율은 사무직(24.2%), 전문직(19.2%), 경영·관리직(17.9%) 순으로 나타났다.
단과대학별로 보면 이른바 인기 학과나 전공이 많은 단과대 신입생 학부모 중에 경영·관리직이나 전문직 비율이 높았다. 아버지 직업이 경영·관리직인 비율은 미대(28.6%), 경영대(26.3%)에서 높게 나타났으며, 전문직 비율은 의예과(31.9%), 수의대(30.4%), 자연대(26.5%), 법대(26.3%), 음대(25.6%) 순이었다.
반면 상대적으로 소득수준이 낮을 가능성이 높은 판매·서비스업(16.1%), 생산직(8.2%), 농축수산업(2.1%)에 종사하는 학부모 비율은 낮았다.
경제적 능력에 대한 평가에서도 스스로 중·상류 이상의 계층이라고 느끼는 학생이 상류 27명(01.1%), 중상류 546명(22.7%)으로 23.8%를 차지했으며 중류층이라는 대답도 1369명(56.8%)에 달했다. 이에 반해 스스로 중하류(423명·17.6%)나 하류(45명·1.9%)에 속한다고 답한 학생은 19.5%에 불과했다. 단과대학별로 보면 수의대, 경영대, 법대, 미대에서 상류층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특히 학원수업 등 과외지도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대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75%에 달했으며, 66.5%가 과외가 도움이 됐다고 답해 사교육부담이 컷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서울대 입시에서도 강남권 강세가 나타나고 있다. 서울대 자료에 따르면 2005학년도 서울대 신입생 중 전체 고3학생 대비 23.5%인 서울지역 출신은 1283명(37.6%)이었다. 이중 서울 전체 고3학생의 24% 수준인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 3개구 출신이 416명으로 서울출신 합격자의 32.42%를 차지했다. 특히 정시모집의 경우, 916명의 서울출신 합격자 중 40.17%(368명)가 이 지역 출신이었다.

◆지자체 지원도 차이가 나 =이같은 차이는 지자체의 재정자립도와도 관계가 있다. 즉 상대적으로 부유층이 사는 지역이 유리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서울의 경우, 강남구가 4년간 177억7000만원을 지원해 1위를 차지한 반면 금천구는 4년간 3억9000만원을 지원해 최하위를 기록했다.
지원 금액이 많은 곳은 강남구에 이어 중구(62억1000만원), 송파구(54억8000만원),양천구(45억원), 노원구(39억9000만원), 서초구(38억3000만원), 강서구(31억4000만원)등의 순이었다.
그러나 중랑구(5억5000만원), 강북구(8억9000만원), 영등포구(9억여원), 도봉구(13억5000만원), 강동구(14억1000만원), 은평구(14억3000만원), 동작구(14억4000만원) 등은 지원액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1개 학교가 연평균 지원받은 금액은 825만원이며, 학생 1명이 지원받은 금액은 1만1600원으로 조사됐다.
학생 1인당 연평균 지원금액을 구별로 비교해보면 강남구가 4만9800원, 중구가 4만7600원으로 1, 2위를 차지했다.
반면 중랑구는 학생 1명당 연간 2100원을 지원하는데 그쳤다. 이 외에도 금천구(2400원), 영등포구(4000원), 강동구(4300원), 은평구(4700원), 강북구(5200원), 도봉구(5500원) 등도 보조금액이 평균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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