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학부모들은 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이 되면 예능수업을 그만두게 한다. 공부에 방해가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역사적인 인물 중에는 예능에 뛰어났던 인물들이 많다. 예능교육은 학업성적을 향상시켜준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어머 인희 엄마, 인희 아직도 미술학원 다녀요. 전공시킬 건가? 다른 과목 엄청 자신 있나보지! 강촌마을에 새로 생긴 수학 학원 강사진 빵빵하던데.…”
내 자식 내 맘대로 학원 보내기도 힘든 것이 우리 교육 현실이다.
초등학교 5학년인 인희가 미술에다 피아노까지 배우면서, 수학·과학 등을 가르치는 학원에 다니지 않기 때문에 나온 이야기다.
엄마들끼리 통용되는 ‘학원 적령기’가 있다. 연필 쥘 힘이 생기는 5~6세가 되면 어느 집 아이나 다 미술학원에 간다. 간혹 엄마의 취향에 따라 색종이 접기나 칼라믹스로 미술적 체험을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숫자를 알게 되면 피아노를 배워야 한다. 한 1년 정도 가르쳐 보고 재능이 안 보이면 바이올린이나 플루트, 그도 아니면 성악으로 발 빠르게 바꾼다. 물론 악기 두 가지를 한꺼번에 배우는 아이들도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은 단소나 장구, 사물놀이를 배우기도 한다.
여자 아이들은 발레, 남자 아이들은 태권도를 배우고 수영은 성별에 관계없이 기본처럼 생각한다.
예능교육을 시작해야 하는 연령이 있는 것처럼 주요과목을 가르치는 학원에 다니기 시작해야 하는 적기도 있다. 물론 그 시기는 엄마들의 판단과 생각에 따른 것이다.
초등학교 3학년쯤 되면 하나 둘 예능학원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대신 논술이나 수학·과학 학원으로 몰린다.
늦어도 4학년 2학기에는 수학학원 올림피아드 반에 이름을 올려두어야 엄마도 아이도 안심이다. 그도 그럴 것이 4~5학년이 되면 갑자기 교과 과정이 어려워진다. 열심히 공부하지 않으면 진도 따라가기도 힘들다.
이렇게 학원 옮겨 타기를 하지 못하면 주변에서 ‘어머, 예능 전공시킬 것도 아니라면서…’하는 핀잔을 듣게 된다.
나름의 소신으로 예능을 가르쳐 온 엄마도 ‘내가 잘못된 선택을 한 건 아닌가’라는 생각에 불안에 한다.
학부모들은 예능 교육을 비슷한 시기에 시작하고 관두어야 하는 통과의례로 생각한다.
피아노나 미술은 몇 년 배워서 기본만 익히면 충분하며 계속하면 학과공부에 방해만 되는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공부로 승부가 안 나면 대학 들어가기 위해 다시 입시전문 예능교육기관을 찾는 것이 우리나라 예능교육의 현주소다.
피아노 치는 국무장관은 별종
2002년 워싱턴 컨스티튜션 홀.
미국 정부로부터 ‘올해의 국가메달 수상자’로 선정된 첼리스트 요요마는 자신의 피아노 협연자로 곤돌리자 라이스 당시 백악관 안보 담당 보좌관을 소개했다. 검은 색 드레스 차림의 라이스는 세계적 거장 요요마 옆에 앉아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D장조를 연주했다.
‘철의 목련’이라 불리며 냉혹한 국제 정치 무대를 종횡무진하던 라이스의 색다른 모습이었다.
20세기의 성자로 추앙받는 슈바이처 박사. 아프리카 가봉 오고웨 강변의 병원에서 환자들이 모두 잠든 밤에 홀로 피아노를 연주한 유명한 일화가 있다. 물론 슈바이처는 위대한 의사일 뿐 아니라 사상가이고 천부적인 파이프오르간 연주가였다. 가족과 떨어진 외로운 아프리카 생활, 아마도 피아노는 그의 고독과 피로를 씻어주는 좋은 친구였을 것이다.
이처럼 역사에 이름을 올린 유명인들이 예능에도 뛰어났다는 사실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1980년대 미국 버클리대학 심리학 연구소가 발표한 ‘세계적으로 성공한 600명에 대한 연구’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논문에 따르면 성공한 사람들은 강한 집중력, 살아있는 감수성, 창의적 사고, 정직한 마인드, 풍부한 독서 등 다섯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런 능력들은 제대로 된 예체능 교육을 통해 충분히 길러질 수 있는 것들이다.
그래서 선진국들에서는 예체능 교육을 필수로 여기고 있다. 하버드대, 예일대, 옥스퍼드대 같은 세계적인 명문대 학생들이 뛰어난 음악이나 체육 실력을 자랑하는 것만 봐도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없다.
‘싱가포르 아메리칸 스쿨’ 11학년에 재학 중인 김상철 군. 주재원으로 나간 아버지를 따라 영국을 거쳐 싱가포르로 벌써 외국 생활 6년째다. 한국에 살 때 상철이도 피아노를 배웠다. 하지만 그때는 연습도 게을리 하고 어차피 몇 년 하다 그만 둘 건데 하는 생각으로 대충대충 학원만 오가며 지냈다. 그런나 외국 생활을 하면서 음악이나 체육 과목에 대한 상철군의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고2가 된 상철군 역시 대학 진학을 위한 SAT 준비로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그러나 학교 오케스트라에서 비올라를 맡고 있는 탓에 일주일에 두 번, 두 시간씩은 꼭 연습을 한다. 바쁜 시간을 쪼개야 하지만 비올라를 연주하는 일이 즐겁고 오히려 연습하는 동안 스트레스가 풀린다.
상철군의 어머니 박숙희 씨(45세)는 “한국에서 아이들을 길렀다면 고2가 되도록 예능 공부를 시키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3월 미국 콜림비아대학에 합격한 이현승 군(당시 대원외고 3학년)은 수영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이다. 특기 적성을 다양하게 인정하는 미국 대학입학 사정에서 수영대회 입상 경력이 플러스 요인이 됐다.
교과 성적 위주로 학생들을 선발하고 사람을 평가하는 우리 입시제도에서라면 그들의 합격은 불가능하다.
앞으로 대학입시는 구술·논술이 중요시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대학들도 창의적인 인재를 뽑겠다고 강조한다. 시험 성적만으로 대학 가는 풍토도 바뀔 것으로 기대한다.
/조수진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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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역사적인 인물 중에는 예능에 뛰어났던 인물들이 많다. 예능교육은 학업성적을 향상시켜준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어머 인희 엄마, 인희 아직도 미술학원 다녀요. 전공시킬 건가? 다른 과목 엄청 자신 있나보지! 강촌마을에 새로 생긴 수학 학원 강사진 빵빵하던데.…”
내 자식 내 맘대로 학원 보내기도 힘든 것이 우리 교육 현실이다.
초등학교 5학년인 인희가 미술에다 피아노까지 배우면서, 수학·과학 등을 가르치는 학원에 다니지 않기 때문에 나온 이야기다.
엄마들끼리 통용되는 ‘학원 적령기’가 있다. 연필 쥘 힘이 생기는 5~6세가 되면 어느 집 아이나 다 미술학원에 간다. 간혹 엄마의 취향에 따라 색종이 접기나 칼라믹스로 미술적 체험을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숫자를 알게 되면 피아노를 배워야 한다. 한 1년 정도 가르쳐 보고 재능이 안 보이면 바이올린이나 플루트, 그도 아니면 성악으로 발 빠르게 바꾼다. 물론 악기 두 가지를 한꺼번에 배우는 아이들도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은 단소나 장구, 사물놀이를 배우기도 한다.
여자 아이들은 발레, 남자 아이들은 태권도를 배우고 수영은 성별에 관계없이 기본처럼 생각한다.
예능교육을 시작해야 하는 연령이 있는 것처럼 주요과목을 가르치는 학원에 다니기 시작해야 하는 적기도 있다. 물론 그 시기는 엄마들의 판단과 생각에 따른 것이다.
초등학교 3학년쯤 되면 하나 둘 예능학원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대신 논술이나 수학·과학 학원으로 몰린다.
늦어도 4학년 2학기에는 수학학원 올림피아드 반에 이름을 올려두어야 엄마도 아이도 안심이다. 그도 그럴 것이 4~5학년이 되면 갑자기 교과 과정이 어려워진다. 열심히 공부하지 않으면 진도 따라가기도 힘들다.
이렇게 학원 옮겨 타기를 하지 못하면 주변에서 ‘어머, 예능 전공시킬 것도 아니라면서…’하는 핀잔을 듣게 된다.
나름의 소신으로 예능을 가르쳐 온 엄마도 ‘내가 잘못된 선택을 한 건 아닌가’라는 생각에 불안에 한다.
학부모들은 예능 교육을 비슷한 시기에 시작하고 관두어야 하는 통과의례로 생각한다.
피아노나 미술은 몇 년 배워서 기본만 익히면 충분하며 계속하면 학과공부에 방해만 되는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공부로 승부가 안 나면 대학 들어가기 위해 다시 입시전문 예능교육기관을 찾는 것이 우리나라 예능교육의 현주소다.
피아노 치는 국무장관은 별종
2002년 워싱턴 컨스티튜션 홀.
미국 정부로부터 ‘올해의 국가메달 수상자’로 선정된 첼리스트 요요마는 자신의 피아노 협연자로 곤돌리자 라이스 당시 백악관 안보 담당 보좌관을 소개했다. 검은 색 드레스 차림의 라이스는 세계적 거장 요요마 옆에 앉아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D장조를 연주했다.
‘철의 목련’이라 불리며 냉혹한 국제 정치 무대를 종횡무진하던 라이스의 색다른 모습이었다.
20세기의 성자로 추앙받는 슈바이처 박사. 아프리카 가봉 오고웨 강변의 병원에서 환자들이 모두 잠든 밤에 홀로 피아노를 연주한 유명한 일화가 있다. 물론 슈바이처는 위대한 의사일 뿐 아니라 사상가이고 천부적인 파이프오르간 연주가였다. 가족과 떨어진 외로운 아프리카 생활, 아마도 피아노는 그의 고독과 피로를 씻어주는 좋은 친구였을 것이다.
이처럼 역사에 이름을 올린 유명인들이 예능에도 뛰어났다는 사실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1980년대 미국 버클리대학 심리학 연구소가 발표한 ‘세계적으로 성공한 600명에 대한 연구’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논문에 따르면 성공한 사람들은 강한 집중력, 살아있는 감수성, 창의적 사고, 정직한 마인드, 풍부한 독서 등 다섯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런 능력들은 제대로 된 예체능 교육을 통해 충분히 길러질 수 있는 것들이다.
그래서 선진국들에서는 예체능 교육을 필수로 여기고 있다. 하버드대, 예일대, 옥스퍼드대 같은 세계적인 명문대 학생들이 뛰어난 음악이나 체육 실력을 자랑하는 것만 봐도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없다.
‘싱가포르 아메리칸 스쿨’ 11학년에 재학 중인 김상철 군. 주재원으로 나간 아버지를 따라 영국을 거쳐 싱가포르로 벌써 외국 생활 6년째다. 한국에 살 때 상철이도 피아노를 배웠다. 하지만 그때는 연습도 게을리 하고 어차피 몇 년 하다 그만 둘 건데 하는 생각으로 대충대충 학원만 오가며 지냈다. 그런나 외국 생활을 하면서 음악이나 체육 과목에 대한 상철군의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고2가 된 상철군 역시 대학 진학을 위한 SAT 준비로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그러나 학교 오케스트라에서 비올라를 맡고 있는 탓에 일주일에 두 번, 두 시간씩은 꼭 연습을 한다. 바쁜 시간을 쪼개야 하지만 비올라를 연주하는 일이 즐겁고 오히려 연습하는 동안 스트레스가 풀린다.
상철군의 어머니 박숙희 씨(45세)는 “한국에서 아이들을 길렀다면 고2가 되도록 예능 공부를 시키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3월 미국 콜림비아대학에 합격한 이현승 군(당시 대원외고 3학년)은 수영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이다. 특기 적성을 다양하게 인정하는 미국 대학입학 사정에서 수영대회 입상 경력이 플러스 요인이 됐다.
교과 성적 위주로 학생들을 선발하고 사람을 평가하는 우리 입시제도에서라면 그들의 합격은 불가능하다.
앞으로 대학입시는 구술·논술이 중요시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대학들도 창의적인 인재를 뽑겠다고 강조한다. 시험 성적만으로 대학 가는 풍토도 바뀔 것으로 기대한다.
/조수진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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