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정보공개 의지 의심 … “3월중 9개 업체 공개” 약속 안지켜
다단계시장은 상반된 해석이 대립하는 독특한 특징이 있다. 다단계업체나 판매원들은 다단계시장이 자본이나 학벌 등의 요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영업자로서 성공할 수 있는 곳이라고 홍보한다. 하지만 다단계 활동으로 피해를 경험한 사람들은 이 시장이 경제적 판단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은 판매원으로 모집, 결국 소비자에게 피해를 안기는 곳이라고 믿는다.
이 극단적인 대립에 중간지대는 존재하지 않는다. 정보가 공유되는 게 아니라 폐쇄되기 때문이다. 정보는 업체의 경영진과 최상위사업자 등 극소수에게만 몰린다. 때문에 대다수 사업자와 소비자는 누구의 말이 옳은가 판단할 수 없게 된다. 주무부처인 공정위조차 정확한 정보 공개에 늑장을 부려 다단계 시장은 여전히 폐쇄적인 공간으로 남아 있다.
다단계의 실상을 아는 이는 드물다. 서울YMCA와 안티피라미드 등 몇몇 시민단체가 다단계로 인한 피해현실을 줄이고자 동분서주하지만 다단계 피해자는 끊임없이 늘고 있다.
다단계시장은 △소득 양극화 △제품가격의 폭리 △사재기의 불가피성 △신흥종교적인 특성이 있지만 대부분의 사업자와 소비자는 이를 알지 못한다.
다단계업체들은 진위가 검증되지 않은 정보로 사업자들을 현혹하고 있다. 1대 1의 ‘사람 장사’ 구조이기 때문에 폐쇄적인 정보가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경찰적발, 국회폭로로만 드러나는 실상 = 다단계업체의 폭리 실상에 대해 소문은 무성했지 제대로 검증할 수 없었다. 원산지를 알기 힘든 독점제품을 사업자들에게 강제로 구매토록 하지만 사업자의 경영비밀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찰의 단속이나 국회의원의 공개 등으로 어렴풋하게나마 다단계의 실상이 드러났다.
경찰이 지난 1월 적발한 다단계업체 ㄱ사는 시중가 9500원짜리 화장품세트를 30배가 훨씬 넘는 33만원에 판매했다(표 참조). 1만7000원짜리 석류 건강식품은 66만원, 1만6000원자리 말레이시아산 커피는 33만원에 판매됐다.
이 회사는 “펜션사업에 투자하면 투자금의 160%를 돌려주겠다”며 투자자들 1040명에게 모두 1100억원을 가로챘으며 이 과정에서 유사수신 혐의를 피하기 위해 정상가의 20배에서 74배에 이르는 물건을 투자자에게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이 지난해 초 검거한 ㅇ사는 8250원에 불과한 남성용 양말 1켤레를 8만6600원에 판매했다. 2만3000원짜리 브러쉬세트는 18만2000원에, 23만원대 여행상품권은 130만원 가까운 가격에 거래됐다. 이 회사는 주부나 퇴직자들에게 높은 수당을 보장해 준다고 꾀어 4만여명으로부터 모두 1조1269억원을 거둬들이는 등 사실상 유사수신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유사수신 다단계업체 뿐만 아니다. 지난 1996년 자민련 김칠환 의원은 국내 대표적인 다단계업체 ㅇ사의 폭리 행태를 폭로했다.
김 의원은 “외국 다단계판매회사 제품의 평균 유통마진율이 167%로 동종 국산품 유통마진 45%에 비해 3.5배나 높게 나타났다”며 “ㅇ사는 이보다 훨씬 높은 가격을 받으면서도 국내 시장의 34%를 점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의 분석에 따르면 ㅇ사가 판매하는 영양제의 소비자가격은 수입원가 3564원의 9.37배인 3만3400원, 기초화장품인 모이스쳐에센스 시럽은 수입원가 4208원의 5.23배인 2만2000원이었다. 또 그리스터치약은 수입가의 5.6배인 5800원 세니티크샴프는 5배인 6300원, G&H화장비누는 4.7배인 6600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김의원은 “ㅇ사가 지급하는 수당의 종류는 무려 11단계로, 마지막 단계의 앰버서더 장려금은 1억2000만원에 달한다”며 “ㅇ사는 이같은 방식으로 지난 9월까지 240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지난 94년부터 1억6100만달러를 본국으로 송금했다”고 주장했다.
◆공정위, 법적 의무공개 사항도 늑장 공개 =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다단계 업체 78곳의 2004년 정보를 1차로 공개했다. 그러나 매출 상위권에 속하는 제이유네트워크(주)와 (주)위베스트인터내셔널 등 9개 업체에 대해서는 “법 위반 혐의가 있어 조사가 더 필요하다”며 공개를 늦췄다.
공정위는 본지가 꾸준히 정보 늑장 공개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자 지난 2월 초 “3월 중으로 9개 업체의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법 위반 조사를 마치고 전원위원회 의결에 올렸지만 계속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단계 피해 보상을 맡고 있는 특수판매공제조합에 따르면 75개 회원사 가운데 지난 한해 상호를 변경한 다단계업체가 31개사(41.3%)에 달하는 등 회사이름이나 대표자, 주소 등 주요정보를 바꿔 영업한 업체가 58개사(77.3%)였다.
공정위가 정보를 신속히 공개해 사업자나 소비자의 피해를 막아야 하지만 여전히 늑장을 부리고 있다. 안티피라미드 이택선 사무국장은 “다단계사업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한 공정위의 노력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질타했다.
◆전문가 행세하며 정보 왜곡 = 공정거래위원회 민간자문역할을 했던 한 대학 교수가 불법다단계 사기에 연루돼 입건되는 일도 있었다. 해당 교수는 다단계 거래 소비자보호 정책수립에 참여하고 공정위 용역도 맡는 등 공정위 주관 행사에서 활발히 활동했으며 이 같은 경력을 다단계 사업설명회에서 적극 활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지난 1월 공정위 특수거래(다단계) 민간자문그룹 대표를 지낸 ㅈ대 이 모(46) 주임교수(시간강사)가 낀 3700억원대 다단계 사기업체를 적발했다(본지 1월 18일자 보도). 경찰은 “이 교수가 사업설명회에서 ‘자신은 공정위 자문위원’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확인결과 이씨는 지난 2004년 공정위 민간자문그룹인 ‘특수거래분야 전문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아 ‘다단계 거래에서의 소비자 보호 종합계획’ 수립과정에 참여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다단계 업체의 보상플랜’에 대한 공정위의 용역을 맡기도 했다. 누구보다 다단계시장에 능통한 전문가였지만 이를 악용, 사기혐의까지 받게 된 것이다.
안티피라미드 이택선 사무국장은 “공정위와 업체의 유착의혹이 불거지는 지점”이라고 비판했다.
/김은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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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단계시장은 상반된 해석이 대립하는 독특한 특징이 있다. 다단계업체나 판매원들은 다단계시장이 자본이나 학벌 등의 요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영업자로서 성공할 수 있는 곳이라고 홍보한다. 하지만 다단계 활동으로 피해를 경험한 사람들은 이 시장이 경제적 판단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은 판매원으로 모집, 결국 소비자에게 피해를 안기는 곳이라고 믿는다.
이 극단적인 대립에 중간지대는 존재하지 않는다. 정보가 공유되는 게 아니라 폐쇄되기 때문이다. 정보는 업체의 경영진과 최상위사업자 등 극소수에게만 몰린다. 때문에 대다수 사업자와 소비자는 누구의 말이 옳은가 판단할 수 없게 된다. 주무부처인 공정위조차 정확한 정보 공개에 늑장을 부려 다단계 시장은 여전히 폐쇄적인 공간으로 남아 있다.
다단계의 실상을 아는 이는 드물다. 서울YMCA와 안티피라미드 등 몇몇 시민단체가 다단계로 인한 피해현실을 줄이고자 동분서주하지만 다단계 피해자는 끊임없이 늘고 있다.
다단계시장은 △소득 양극화 △제품가격의 폭리 △사재기의 불가피성 △신흥종교적인 특성이 있지만 대부분의 사업자와 소비자는 이를 알지 못한다.
다단계업체들은 진위가 검증되지 않은 정보로 사업자들을 현혹하고 있다. 1대 1의 ‘사람 장사’ 구조이기 때문에 폐쇄적인 정보가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경찰적발, 국회폭로로만 드러나는 실상 = 다단계업체의 폭리 실상에 대해 소문은 무성했지 제대로 검증할 수 없었다. 원산지를 알기 힘든 독점제품을 사업자들에게 강제로 구매토록 하지만 사업자의 경영비밀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찰의 단속이나 국회의원의 공개 등으로 어렴풋하게나마 다단계의 실상이 드러났다.
경찰이 지난 1월 적발한 다단계업체 ㄱ사는 시중가 9500원짜리 화장품세트를 30배가 훨씬 넘는 33만원에 판매했다(표 참조). 1만7000원짜리 석류 건강식품은 66만원, 1만6000원자리 말레이시아산 커피는 33만원에 판매됐다.
이 회사는 “펜션사업에 투자하면 투자금의 160%를 돌려주겠다”며 투자자들 1040명에게 모두 1100억원을 가로챘으며 이 과정에서 유사수신 혐의를 피하기 위해 정상가의 20배에서 74배에 이르는 물건을 투자자에게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이 지난해 초 검거한 ㅇ사는 8250원에 불과한 남성용 양말 1켤레를 8만6600원에 판매했다. 2만3000원짜리 브러쉬세트는 18만2000원에, 23만원대 여행상품권은 130만원 가까운 가격에 거래됐다. 이 회사는 주부나 퇴직자들에게 높은 수당을 보장해 준다고 꾀어 4만여명으로부터 모두 1조1269억원을 거둬들이는 등 사실상 유사수신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유사수신 다단계업체 뿐만 아니다. 지난 1996년 자민련 김칠환 의원은 국내 대표적인 다단계업체 ㅇ사의 폭리 행태를 폭로했다.
김 의원은 “외국 다단계판매회사 제품의 평균 유통마진율이 167%로 동종 국산품 유통마진 45%에 비해 3.5배나 높게 나타났다”며 “ㅇ사는 이보다 훨씬 높은 가격을 받으면서도 국내 시장의 34%를 점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의 분석에 따르면 ㅇ사가 판매하는 영양제의 소비자가격은 수입원가 3564원의 9.37배인 3만3400원, 기초화장품인 모이스쳐에센스 시럽은 수입원가 4208원의 5.23배인 2만2000원이었다. 또 그리스터치약은 수입가의 5.6배인 5800원 세니티크샴프는 5배인 6300원, G&H화장비누는 4.7배인 6600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김의원은 “ㅇ사가 지급하는 수당의 종류는 무려 11단계로, 마지막 단계의 앰버서더 장려금은 1억2000만원에 달한다”며 “ㅇ사는 이같은 방식으로 지난 9월까지 240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지난 94년부터 1억6100만달러를 본국으로 송금했다”고 주장했다.
◆공정위, 법적 의무공개 사항도 늑장 공개 =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다단계 업체 78곳의 2004년 정보를 1차로 공개했다. 그러나 매출 상위권에 속하는 제이유네트워크(주)와 (주)위베스트인터내셔널 등 9개 업체에 대해서는 “법 위반 혐의가 있어 조사가 더 필요하다”며 공개를 늦췄다.
공정위는 본지가 꾸준히 정보 늑장 공개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자 지난 2월 초 “3월 중으로 9개 업체의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법 위반 조사를 마치고 전원위원회 의결에 올렸지만 계속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단계 피해 보상을 맡고 있는 특수판매공제조합에 따르면 75개 회원사 가운데 지난 한해 상호를 변경한 다단계업체가 31개사(41.3%)에 달하는 등 회사이름이나 대표자, 주소 등 주요정보를 바꿔 영업한 업체가 58개사(77.3%)였다.
공정위가 정보를 신속히 공개해 사업자나 소비자의 피해를 막아야 하지만 여전히 늑장을 부리고 있다. 안티피라미드 이택선 사무국장은 “다단계사업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한 공정위의 노력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질타했다.
◆전문가 행세하며 정보 왜곡 = 공정거래위원회 민간자문역할을 했던 한 대학 교수가 불법다단계 사기에 연루돼 입건되는 일도 있었다. 해당 교수는 다단계 거래 소비자보호 정책수립에 참여하고 공정위 용역도 맡는 등 공정위 주관 행사에서 활발히 활동했으며 이 같은 경력을 다단계 사업설명회에서 적극 활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지난 1월 공정위 특수거래(다단계) 민간자문그룹 대표를 지낸 ㅈ대 이 모(46) 주임교수(시간강사)가 낀 3700억원대 다단계 사기업체를 적발했다(본지 1월 18일자 보도). 경찰은 “이 교수가 사업설명회에서 ‘자신은 공정위 자문위원’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확인결과 이씨는 지난 2004년 공정위 민간자문그룹인 ‘특수거래분야 전문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아 ‘다단계 거래에서의 소비자 보호 종합계획’ 수립과정에 참여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다단계 업체의 보상플랜’에 대한 공정위의 용역을 맡기도 했다. 누구보다 다단계시장에 능통한 전문가였지만 이를 악용, 사기혐의까지 받게 된 것이다.
안티피라미드 이택선 사무국장은 “공정위와 업체의 유착의혹이 불거지는 지점”이라고 비판했다.
/김은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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