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찬 칼럼>야구광풍 ‘과유불급’ (2006.03.24)

지역내일 2006-03-23 (수정 2006-03-24 오전 6:41:24)
야구광풍 ‘과유불급’
안병찬 한국VJ협회 회장·언론인

탈현대인들은 스포츠에 열광한다. 열광을 넘어서 ‘광란’한다. 한국인들은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이라는 생소한 야구경기의 열풍에 휘말렸다. 한국사회의 익명의 다수는 ‘텔레비전 화면’에 집중하고 열광하고 고함치고 황홀경에 빠져서 보름이 넘게 안달복달하며 볶아쳤다. 2002년 월드컵 때 ‘붉은 에너지’가 분출한 것 같은 ‘푸른 에너지’의 대 폭발이다.
왜 그런가. 이게 무슨 연고인가.
몇 가지 가정을 할 수 있다. 첫 번째는 한국인들이 스스로 몰입할 축제 큰 마당을 필요로 한다는 가정이다. 작년도 한국의 국민총소득은 교역조건의 악화로 ‘제 자리 걸음’을 해서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라고 한다. 정치는 최 고위직 사람들의 황제 골프 및 테니스 놀음, 성추행 따위로 매우 기분을 잡치게 한다. 이런 판에 야구 행사가 벌어지니 열광적으로 몰입하여 이런 불안, 저런 불만과 가슴의 응어리를 한바탕 털어 냈다는 생각이다.

‘야구 바람’ 무슨 현상인가
두 번째 가정은 앞의 것과 상충하는 면이 없지 않다. 한국인들 중 불특정 다수는 1인당 국민총소득이 1‘6천 여 달러쯤 된 마당이니 살만해 졌다고 느끼는 참이다. 이럴 때 한류에 이은 스포츠 행진이 이어지자 한국인이 결집력을 발휘했으리라는 가정이다. 한국 ‘아마추어 선수들’이 동계 올림픽을 휩쓸어 분위기가 달구어진 마당에, ‘직업야구’ 종주국인 미국과 식민 종주국이던 일본을 차례로 무찌르자 이 땅에 ‘직업야구를 통한 신민족주의’가 중흥하게 되었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나는 무엇보다도 대중매체 그 중에도 텔레비전의 ‘폭주’와 ‘야합’에 가장 큰 혐의를 두고 있다.
물론 스포츠는 긍정적인 작용을 한다. 구조기능주의 관점에서 보면 스포츠는 긴장을 완화시키고(사회정서적 기능), 기존 가치규범을 인정케 하고(사회화의 기능), 분화한 개인을 집단으로 통합하고(통합이 기능), 국가와 스포츠 팀을 동일시하게 만든다(정치적 소기능)는 순기능을 갖는다. 그렇지만 스포츠를 대중조작의 구조로 보는 갈등론의 시선은 매섭다. 특히 텔레비전이라는 매체는 계획적이고 조작적인 ‘미디어 행사’를 통해서 소비자가 스포츠에 직접 참여하는 듯한 ‘축제의식’의 착각에 빠지도록 만든다고 말한다. 결국 상업 자본 나아가 정치 권력과 공생관계를 맺은 텔레비전은 대중적 인기를 팔아서 수지를 맞추고, 스포츠는 텔레비전의 홍보 효과로 수익을 높인다. 그러니 일방적이고 즉흥적인 야구선수 병역특례 결정도 공생관계의 일환으로 읽힐 수밖에 없다.
탈현대(포스트모던)에서 매체와 스포츠의 야합은 ‘허무적인 힘’을 발휘한다. 어떤 비평가는 탈현대의 문화를 “새로운 종류의 깊이 없는 김빠진 문화, 새로운 종류의 피상성”이라고 꼬집는다. 탈현대의 감성을 ‘신명나는 허무주의’라고 비유하는 사회학자도 있다.
그렇다면 탈현대가 생산하는 이미지의 정체는 무엇인가. 그 이미지는 꿈과 매우 유사해서 소비대중을 매혹시키고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작용을 한다. 특히 시간과 공간을 해체하여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시간을 뒤범벅으로 만든다. 탈현대 이미지가 정서적 몰입을 유도하기는 하지만 내용은 허무주의적이다. 그 에너지가 주체와 현실 사이의 모순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정서적 몰입에서 나오는 탓에 그렇다는 것이다. 포스트모던 이론가인 장 보드리야르는 탈근대의 대중매체들은 실재가 아닌 모방물(시뮬레이션)을 대량생산하고, 개인은 실재와는 관계가 없는 상품기호와 매체가 만들어 내는 표현 모방물의 상상적인 우주 속에 살게 된다고 지적한다(주창윤·‘영상 이미지 구조’ 참조).

지상파 3사 판권 쪼개 팔기
텔레비전들은 3월에 막을 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과 6월에 개막하는 독일 월드컵에서 ‘판권 쪼개 팔기’의 극한을 보여준다.(동아일보 3월22일자 보도) 월드컵의 국내 독점 방영권을 확보한 지상파 3사는 이미 ‘판권 재판매 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한강 둔치, 공원, 광장, 패밀리 레스토랑, 극장, 경기장, 할인매장 등 공공장소에서 경기를 방영할 권리를 일일이 상품화해서, 한국대표팀의 경기나 결승전을 1회 방영할 수 있는 권한은 5000만원, 한국대표팀의 경기 모두를 생중계 할 수 있는 권한은 3억 원씩 받고 판다. 자본과 야합해서 철저하게 상업화한 텔레비전의 모습이다.
그렇다면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의 한국팀 경기장면을 보름 이상 집요하게 끊임없이 되풀이해서 내보낸 텔레비전들을 어떻게 볼 것인가. 과유불급(過猶不及), 정도를 지나치면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논어의 선진편이 절로 생각나게 한 ‘텔레비전 주도의 야구 광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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