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퇴장- 임동규 서울시의회 의장

지역내일 2006-04-21 (수정 2006-04-24 오전 7:34:02)
“정치보다는 기업가가 운명인 모양입니다”

보장된 자리 마다하고 본래 자리로… 지방의회 획 긋고 15년간 지방정치 인생 마무리

정치인에게는 항상 ‘공’과 ‘과’의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그러나 그들의 업적은 늘 물러날 때를 몰라 묻히는 경우가 많다. 그런 점에서 퇴장하는 임동규 서울시의회 의장의 ‘공’은 빛을 발한다.
임 의장은 이번 지방선거에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15년간 의정생활을 접었다. 지금은 전국 시도의회 의원들의 대표이지만 5·31 지방선거에서는 일반 유권자로 돌아간다.

임동규(61) 서울시의회 의장은 최근 팔순노모를 떠나 보냈다. 꽉 찬 환갑의 나이지만 노모의 영정 앞에서는 좁아지는 어깨를 어찌하지 못했다. 밀려드는 조문객들에게 ‘고맙다’는 말보다는 ‘미안하다’는 말을 먼저 건넸다. 특히 선거를 목전에 둔 후배 정치인들에게는 ‘시간을 빼었다’며 더욱 미안해 했다.
임 의장과 함께 지난 3월25일 설악산에 올랐다. 지난해 태백산 동반 산행 이후 두 번째다. 설악산에서 그의 쓰디쓴 ‘인생사’를 들었다.
“먹고 살기 어려운 것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아. 정치는 먹고 살기 위해 애쓰는 국민의 소망에 부응해야 하는데, 지금 정치는 아닌거 같아 먹고 사는 일로 돌아가겠다”고 말하는 그에게서 정치인에 대한 일종의 ‘염증’이 느껴졌다.

그날의 설악산 바람은 난생 처음 맞아보는 강풍이다. 흔들바위를 지나자 임 의장의 뒤를 바짝 따르며 “임기 끝나고 정말 정치를 안하실건가요?”라고 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서울시의회 의장 직함은 서울시장 자리가 그런 것처럼 중앙정치권으로 통하는 공식에 해당한다. 이성구 전 시의장 역시 전국구 국회의원으로 중앙무대에 진출했다.
그런데도 그는 “처음에는 장사를 하다가 공장을 했고, 결국은 기업을 꾸리게 됐지. 이제는 지방정치를 하고 있지만 당시에는 이렇게(정치를 할지) 될지 전혀 몰랐어. 먼 훗날에 무엇을 하겠다 안하겠다를 얘기할 수 없지만, 지금은 기업을 살려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게 내 일”이라고 중앙정치 입문에 손사레를 쳤다.

사실 임 의장은 정치인이라기보다는 기업인이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어릴때부터 시작한 공장생활로 몸에 익은 부지런함이 지금도 그를 새벽부터 깨운다.
아침 5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경기도 광주에 있는 공장으로 향한다. 업무일지, 근무자 상황 등을 일일이 검토한 뒤 공장에서 아침밥을 먹고 서울시의회로 출근한다.
한국 특수 유리업계의 대표주자로 자리잡은 동양유리공업을 만든데는 부지런을 떠는 습관과 더불어 겸손함이 한 몫 했다.

임 의장은 ‘남의 떡’에 손을 대지 않는다고 한다. 손을 댈 수 있는 위치에 있을수록 더욱 그렇다. 기업을 키우면서도 무차입 경영을 성공시켰다. 결국 중소기업중앙회 한국판유리협동조합 이사장직에 오르게 됐다.

울산바위를 오르는 길은 더욱 위태롭고 험했다. 좁은 계단길에 올라서자 강풍에 쓰고있던 모자가 포물선을 그리며 아래로 떨어졌다.
여기서 임 의장은 등반을 포기했다. 지난해 태백산을 함께 오를때보다 체력이 더 떨어진듯했다.
내려가서 나머지 얘기를 하기로 한 기자는 울산바위에 올라 정복자의 표정으로 사진 한 장을 박고 내려왔다.
산 아래 도달하자 임 의장은 몇몇 일행과 이미 파전에 동동주 판을 벌이고 있었다. 임 의장은 “산에 오르는 맛보다 이래서 놀고 먹는 맛이 좋다고 한다. 어서 자리 깔고 앉자”며 주인처럼 기자를 맞이했다.

지난 91년부터 서울시의원을 했으니 15년간 지방정치에 몸담은 셈이다. 2002년 서울시의회 부의장을 거쳐 2004년부터 의장직을 맡았다. 지방자치 절반의 성공에는 지방의회의 역할이 분명히 있었다.
“예전에는 시의원 구의원 하면 동네 건달로 취급했다. 지방의원들도 인정을 받을 수준도 못됐다. 지금은 어떠냐. 아직 부족하기는 하지만 상당히 수준도 높아지고 전문성도 올라갔다. 지방자치가 발전하는데 있어 일정부분 역할을 할 정도가 됐다. 앞으로는 더욱 좋아질 것이다. 유급화가 한 몫 했는데, 그만큼 일하는 지방의회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산행후 들른 속초의 유명한 고기집에서 강원도의회 운영위원장을 만났다. 그는 단번에 임 의장을 알아봤다. 그는 “임 의장의 이름 뒤에는 ‘의원 유급화’ ‘정책연구실’ ‘의원 인턴 보좌관제’ 등의 성과가 항상 따라 다닐 것”이라고 했다.
글 사진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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