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황증거로만 유죄 입증 안된다

사망시간 등 검찰측 의견 배척 … 법의학자 현장조사 시스템 필요

지역내일 2001-02-18 (수정 2001-02-18 오후 10:42:20)
서울고법은17일 치과의사 모녀살인혐의로 기소된 이도행(39·외과의사)씨에게 또다시 무죄
를 선고했다. 이 사건은 ‘한국판 OJ 심슨 사건’으로 불리며 사망시간과 화재지연에 대해
국내외 법의학자와 검찰, 변호인측이 서로 공방을 벌였다. 1심 사형, 2심 무죄, 3심 유죄취지
파기환송, 4심 무죄를 거듭할 만큼 재판부마다 판단이 엇갈렸다.
◇검시제도문제= 이렇게 판단이 엇갈리게 된 데는 현행 검사중심의 검시제도와 질적 양적
으로 빈약한 법의학계에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다. 과학적인 수사를 위해서는, 법의학자가 사
건현장에 가까이 접근하지 못하는 검시제도와 정황증거에 의존하는 수사기관의 기존 관행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무죄판결을 받고 난 후 법정을 나서는 이씨에게 기자들이 첫 소감을 묻자, 이씨는 “…검시
제도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이한영 법의학과장은 재판결과에 대해 “할 말이 없다. 그러나 법의학
자가 현장에 가지 않고 경찰이 찍어온 현장비디오 등을 보고 정확히 판단하는 것은 현실적
으로 불가능하다”며 “외국의 경우 법의학자가 직접 현장에 가서 증거물을 확보하고 법의
학적 감정결과를 도출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내 법의학자는 국과수 12명을 포함 20여명 정도로 당장에 중요사건현장에 투입될 형
편이 되지 못한다. 국과수의 법의학자는 경찰서 등 여러기관에서 의뢰해온 부검건수만도 일
년에 2700건이나 돼 이를 처리하는데 급급한 실정이다. 법의학자 육성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주요사건쟁점= 법원은 다시한번 검찰이 제시한 유력한 유죄 증거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은 숨진 아내 최수희(당시31세·치과의사)씨의 시반(시체에 나타난 반점)과 시강(시체의
굳은 정도) 등을 토대로 ‘사망시간이 이씨가 출근한 오전7시 이전일 가능성이 높다’는 국
내법의학자들의 감정결과를 제시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시강 등의 현상은 개인차가 심하고 온도 등 주위환경에 따라 변할 수
있고 법의학자 사이에서도 발현 시간에 대한 견해도 일치하지 않는다”며 시강과 시반만으
로 사망시간을 오전7시 이전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씨의 변호인인 김형태 변호사가 독일과 영국의 대학 3곳의 법의학연구소에 의뢰해 받은
법의학소견서를 재판부가 받아들인 것이다.
특히 지난 3월 스위스의 세계적인 법의학자 토마스 크롬페쉐르 교수는 “일반적인 상황에서
도 사망시간을 추정하는 것이 어려운데 현장에 가보지도 못한 법의학자들이 사망시간을 오
전 7시 이전으로 단정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증언한 바 있다.
결국 검찰은 잘못 추정한 사망시간에 따라 이씨를 범인으로 지목, 초동수사의 폭을 좁힌 셈
이 됐다. 이점은 변호인측의 집중적인 반격으로 유죄입증까지 나아가지 못했다.
검찰의 유력한 유죄증거로 제시된 화재발현시간도 재판부는 변호인측 손을 들어줬다. 검찰
의 화재시뮬레이션 프로그램에 대해 “부정확한 진술에 근거한 것”이라며 증거능력을 인정
하지 않았다. 대신에 변호인측이 사건현장을 재현해 얻은 결과인 ‘지연화재는 불가능하
다’는 판단을 받아들였다.

■사건 개요
이도행씨는 95년 6월 12일 서울 은평구 불광동 자신의 아파트에서 치과의사인 아내와 딸을
살해하고 사체를 욕조에 옮겨놓은 뒤 집에 불을 지른 혐의로 같은해 9월 구속기소됐다.
직접증거는 없고 정황증거와 같은 간접증거만으로 기소돼 같은 시기 미국에서 있은 OJ 심
슨 사건의 처리와 비교돼 여론의 주목을 받은 사건이다. 이씨는 일관되게 무죄를 주장했다.
96년 2월 서울지법 서부지원에서 살인죄 등이 적용돼 사형이 선고됐다. 같은해 7월 서울고
법은 무죄를 선고했으나 상고심에서 대법은 유죄취지 파기환송을 해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
다. 검찰은 이번 판결에 불복 다시 상고를 할 것이라고 밝혀 대법원의 최종판단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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