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섭일 칼럼]배반당한 4·19혁명의 교훈

지역내일 2006-04-21 (수정 2006-04-24 오후 3:57:49)
배반당한 4·19혁명의 교훈
주섭일 (언론인 ‘사회와연대’ 회장)

여야의 공천장사와 폭로장사로 우리는 4·19혁명의 교훈에 대한 배반을 실감한다. 3류 정치가 국가발전을 막는 중대한 방해물이기 때문이다. 4·19혁명은 선거부정, 부패정치, 반공주의의 획일주의 종식이라는 중대한 교훈을 남겼다. 혁명의 전개과정에서 언론자유 쟁취를 통한 진실보도가 연속연쇄봉기의 견인차가 되었다. 언론자유의 중요성을 국민이 직접 체득한 경험도 교훈이다. 이승만 초대정권의 친일파 각료들이 독립운동세력을 ‘빨갱이’로 몰아 사회에서 거세하고 부패와 부정선거로 이승만의 영구집권을 획책하다가 학생시위로 전복된 것이 4·19혁명이다. 프랑스의 68학생혁명보다 8년 앞선 민주주의의 승리였다.

학원에 돌아간 운동권 순수성
처음부터 학생들이 이승만정권을 겨냥한 것은 아니었다. 3·15부정선거에서 ‘민주주의의 장송곡’을 듣고 재선거실시를 통한 ‘민주주의 수립’을 위해 봉기한 것이다. 서울대 문리대에서 아침 9시경 ‘부정선거 다시 하라’ ‘이승만정권 타도하자!’고 외치며 대학생 3백여명이 종로 5가로 달린 것이 혁명의 서막이었다. 학생들이 종로 경유 광화문 네거리에 도착했을 때 이미 시위대로 완전히 메워져 있었다. 중앙청으로 돌진한 동국대와 서울문리대 시위대가 경무대(현 청와대)에 진출해 첫 희생자가 났다. 경무대 경비대가 총격해 학생을 사살한 것이다. 정부기관지 서울신문을 불태우는 등 학생의 분노가 그래서 폭발했고 전국차원의 거대한 시위물결이 연일 전국을 덮었다.
4월25일 서울의 대학교수 259명이 학생지지데모를 감행한 것이 결정타였다. 4월26일 이승만은 하야성명을 발표했다. 나는 중앙청 앞 탱크위에서 ‘항복 성명’을 듣고 ‘우리는 이겼다!’는 글을 썼다. 동아일보 나절로 선생(우승규 논설위원)에게 글을 보냈고 다음날 게재되었다.
혁명주체로 뜬 대학생들에게 ‘정권을 잡으라’는 국민의 소리가 빗발쳤다. 그러나 학생들은 ‘학원으로 돌아간다’고 답했다. 순수성을 지킨다는 찬사를 받았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우리는 3단계로 운동을 펼쳤다. 첫째 정치쇄신운동, 둘째 선거감시, 남북화해를 도모했다. ‘신생활운동’을 결성해 밤마다 요정을 급습해 부패정치근절을 외쳤다. ‘국민계몽대’를 결성해 선거감시활동을 펼쳤다. 신용하(한양대 석좌교수), 박종열(고건 정치참모) 필자 등 7명은 경남 창령선거구에서 ‘계몽활동’을 했다. 창령초등학교에서 우리는 아연실색했다. 자유당이 민주당을 앞서자 유권자들이 ‘부정선거’를 외치며 투표함을 불태웠기 때문이다. 재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했다.
4·19학생혁명결과 출범한 민주당 정권은 신구파가 분열해 처음부터 ‘혁명의 교훈’을 망각했다. 윤보선의 구파와 장면의 신파로 나뉘어 이전투구의 싸움을 벌였다. 대학생들은 3단계로 ‘민족통일연맹’을 결성해 남북학생회담을 성사시켰다. 그러나 정권의 반대로 학생회담은 무산되었다. 대학생들은 민족일보와 혁신정당의 등장으로 보수 대 진보의 정치구도를 희망했다. 혁신계의 정계진출이 미약해 오만방자한 민주당 신구파 싸움이 가열되더니 5·16쿠데타의 빌미를 주었다. 4·19세대는 역사상 최초로 독재정권을 전복시켰지만 민주당 분열로 ‘좌절된 혁명’의 비애를 맛보았다.
그 후 군정의 ‘빨갱이 사냥’의 표적이 돼 인혁당사건 등의 희생자가 되는가 하면 중앙정보부의 ‘빨갱이 사냥’으로 ‘사회적 폐인’이 된 동지들이 부지기수였다.

87년 적전분열로 군정연장
그럼에도 4·19혁명은 1964년 6·3학생사태, 1974년 민청학련사건, 1980년 ‘서울의 봄’과 광주민주항쟁, 1987년 6월 시민항쟁으로 27년 만에 ‘민주화의 대미(大尾)’를 장식했다. 4·19는 실로 한국민주주의를 향한 ‘고난의 행진’의 시발로 부정선거근절과 부패척결의 교훈을 남겼다.
민주혁명이 학생-시민역량으로 관철됐음에도 정치권은 ‘혁명의 교훈’을 계속 배반했다. 1987년 12월 대선에서 YS와 DJ는 단일후보실패로 군정연장을 자초했다. 1998년 DJ는 전-노 ‘쿠데타의 주역들’을 석방시켜 청와대만찬에까지 ‘모셔’ 4·19교훈에 재를 뿌렸다. DJ측근과 아들들의 부패비리는 이승만과 군정비리 못하지 않았고, 한나라당의 ‘차떼기부패’는 4·19교훈 배반의 극치를 이루었다. 오늘의 여야 선거부패와 폭로비방이 더욱 우리를 슬프게 한다. 4·19 후 민주당의 분열과 무능, 군정의 부패와 지역주의가 46년 후 그대로 전수돼 3류정치가 국민의 고통으로 남았다. 학생-시민의 ‘민주대행진’과 4·19 교훈에 대한 배반이다. 정치권은 21세기의 4·19혁명을 외치기 전에 대오각성(大悟覺醒)해야 할 것이다.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