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칼럼- 지역 문화 진흥과 도시마케팅

지역내일 2006-05-02
최병두 (대구대 교수, 지리학)


조만간 국회에서 지방의 문화적 소외를 극복하기 위한 법안으로 지역문화진흥법이 발의될 예정이다. 이 법안은 “지역문화 발전의 기반을 조성하고 지역별로 특색 있는 문화를 창조하여, 지역주민의 문화 향수권을 높이고 균형발전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이 법안은 지역문화 진흥을 위한 국가와 지자체의 역할, 지역문화 전문인력 양성, 지역문화진흥기구 설치, 문화도시·문화지구 조성 등을 핵심 내용으로 담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의 수도권 집중은 단지 경제·정치적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문화적 측면에서도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각종 음악회나 전시회 등 특히 서구에서 도입된 고급 문화 활동들은 대부분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 집중되어 고소득층의 전유물로 간주되고 있다. 이러한 문화 활동의 사회공간적 집중은 다시 인구의 집중을 불러오면서 문화의 사회공간적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특히 이러한 문화 활동의 집중과 이를 뒷받침했던 그 동안의 문화정책은 상대적으로 지방문화의 위축을 초래하게 되었다. 수도권 중심의 문화정책으로 인해, ‘지방자치는 있지만 문화자치는 없다’는 불만의 소리가 높아지게 된 것이다. 즉 지방에서는 지자체의 열악한 재정 등으로 인해 지역 문화의 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 어렵기 때문에, 지역주민들이 문화 활동에서 소외되어 왔다고 하겠다.
다른 한편, 최근 지자체들 마다 지역의 전통 문화를 복원하여, 관광 축제나 지역 특화 상품으로 개발하고자 하는 사업들이 쏟아지고 있다. 1980년대 이후 지역경제의 쇠퇴를 경험했던 선진국의 일부 도시들에서 추진된 이른바 ‘도시마케팅’ 또는 ‘도시판촉’이 우리나라에도 도입된 것이다. 서울 올림픽과 대전 엑스포를 시작으로 많은 문화 이벤트 행사들이 거행되었고, 이제 거의 모든 지자체들이 축제 등 지역문화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이러한 문화행사들은 지역의 전통문화를 복원할 뿐만 아니라 이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여 문화산업을 활성화시킴으로써 지역경제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예측되기도 한다. 그러나 지역축제 등의 문화 활동들은 거의 모든 지역들에서 동시에 추진되면서, 실제 내용상 지역 간에 별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유사한 사업들이 획일적으로 추진됨에 따라, 가뜩이나 부족한 문화관련 예산을 더욱 축내고 있다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이와 같이 그 동안 문화정책은 한편으로 고급문화의 수도권 집중을 심화시키면서 지역간, 계층간 문화 격차를 확대시켜 왔고, 다른 한편으로 겉치레의 문화 활동들을 무분별하게 지원함으로써 지역문화의 고유성을 오히려 훼손하는 경향도 있었다. 앞으로 고속철도나 인터넷 교통통신수단의 발달로 문화의 수도권 편중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문화의 상품화가 더욱 조장되면서 문화의 계층적 양극화가 보다 확대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러한 우려에서 벗어나서 진정한 지역문화의 진흥을 위해서는 우선 도시 및 지역 문화를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 개선과 시민 정체성의 강화 차원에서 접근하여야 한다. 경제적 측면에서 기본적 필요가 어느 정도 충족되면, 문화적 측면에서 시민들의 삶의 질 개선이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게 된다. 이를 위한 문화 활동은 상품의 개발이나 권력의 상징화가 아니라, 지역사회의 공동체적 특성을 결정하는 의미 있는 실천으로 이해해야 한다.
또한 지방 문화의 진흥을 위해서는 문화예산의 확보와 더불어 지역사회의 합의가 필요하다.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의 재정적 및 제도적 지원이 필수적이며, 특히 지역문화 예산의 증액을 위해서는 다른 분야 예산 축소가 뒤따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조정과 사회적 합의가 요청된다. 이렇게 해서 마련된 문화관련 재정의 운영에 있어서도 다양한 문화 장르들 간 적정한 배분을 위한 기준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지역문화 활동이 단순한 겉치레 행사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이 있어야 하며, 지역주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전제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역사회의 고유한 문화 발굴을 위해 체계적 자료 조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고, 지역사회의 장소성에 기초한 문화 활동의 구체적 내용이 마련되어야 한다. 다양한 문화 활동이 자치단체장의 치적 홍보의 수단으로 동원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도, 지역사회의 공동체적 관계를 통한 자발적 참여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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