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칼럼>...(윤장현 2006.05.08)

지역내일 2006-05-08 (수정 2006-05-08 오전 6:23:08)
윤장현(광주아이안과원장, 아시아인권위원회 이사)
연일 평택 매향리발 뉴스가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어렵고 민감한 사안마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앞장서 일하시는 노신부님의 절규가 눈앞에 어른거린다. “80년 5월 광주나 다름없다!”라고 핏발선 눈빛으로 호소하시는 모습에서 만감이 교차된다. 80년 5월 광주는 특수부대의 살육에 피바다였었지만 비무장한 군인들과 민간인이 충돌하여 사상자가 늘어난다니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오죽했으면 그 신부님까지도 26년 전에 광주를 빗대었을까마는 아무튼 납득할 수 있는 수습이 되기를 온 국민은 걱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과 국토를 지키는 국민의 아들들은 또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깊은 성찰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그런 면에서 80년 5월 광주에 투입되었던 진압군들도 이제 나이 50을 바라보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분명한 것은 명령에 따라서 무조건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도록 요구받았던 그들도 후외상성 증후군을 앓고 있는 피해자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 열흘후면 5·18광주항쟁 26주년을 맞는다. 작년 25주년에 필자는 신자로서 행사의 심부름을 맡았었다. 그때 조심스럽게 작은 음악회를 기획했었다. 음악회의 한 프로그램으로 지역 군부대의 군악대의 연주와 신학생들의 합창으로 ‘님을 위한 행진곡’을 함께 한 적이 있었다. 잔잔하면서도 가슴이 뭉클해지는 감동의 순간이었다. 그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던 한국현대사의 비극이었는데도 아직도 발포명령자의 지휘체계 하나도 밝혀내지 못한 부끄러운 오늘이다. 과거사 문제 해결을 위한 여러 위원회가 어렵게 활동하고 있지만 아직도 이 문제에는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상황 속에 용서와 화해를 시도하는 것이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매우 민감한 문제여서 망설였었는데 결과적으로는 긍정적인 평가를 갖게 되었다.
본질적인 큰 문제를 풀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시원한 일이겠는가 마는 그렇더라도 작은 몸짓으로라도 시도해보는 것이 훨씬 나았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매너리즘에 빠져서 행사만 치르고 있지 않느냐는 점이다. 국가나 광주시민이나 5·18단체나 모두가 마찬가지다. 역사는 박물관에 수장된 과거완료형이 아니다. 기억하고 정신 계승하는 일은 항쟁 못지않게 치열해야 한다. 그래야만 비극의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 때문이다. 아울러 미래의 가치로 계승 발전시킬 때 아픔은 승화되어 우리의 삶을 존귀하게 만들고 그분들께 부끄럽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제 다시 80년 광주정신을 계승발전 시켜야 할 때이다. 정신계승사업의 제1의 주체는 5월 당사자들이다. 그분들이 더 이상 피해당사자가 아닌 항쟁 당사자로 당당하게 바로 서는 것이다. 물론 그간 국가에서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 했었지만 부족한 것은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이루어져야 될 것이다. 그러나 그분들도 항상 부족하다는 현실논리에만 얽매어 정체되어 있다면 이 또한 새로운 비극이다. 도움을 받는 자보다 나눌 수 있는 자가 큰 그릇이다. 당당하게 살아가며 후손에게 되돌려 주려는 마음이 80년 5월 당시의 항쟁에 참여했던 분들의 몫이기도 하다. 다음으로 광주시민의 새로운 자세가 필요하다. “이제 5월 이야기는 그만하자!” 적지 않은 시민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는 말이다. 아니다!. 이제 새로운 5월의 담론과 실천을 이야기 할 때이다. 80년대 암울했던 한국사회가 가고자 했던 지점에 자랑스런 광주가 있어 전 국민이 희망을 가졌듯이 미래의 한국 사회가 가고자 하는 길에 다시 광주가 희망의 이야기를 써 나가야 한다. 어느 도시보다 소외된 자와 약자를 소중히 여기고 분단의 역사를 극복하려는 노력과 아직도 억압 속에 있는 아시아인들에게 희망의 연대와 지원을 하는 일도 광주의 몫이다.
마지막으로 국가권력이 계획과 집행과정에서 국민을 섬기고 통합하는 겸손한 정부로 바로서는 일이다. 국민이 국가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국가가 국민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다. 물론 이해관계에 따라 다양한 견해가 상충될 수 있지만 세금을 내고 국민이 뽑아서 위임한 위정자는 모든 국가 조직을 “우리의 가정과 후손을 위하여!”라는 대명제에 충실하여야 한다. 곧 아카시아 꽃향기가 퍼지는 계절이다. 최루탄 가스와 교차되었던 그해 5월은 미묘한 평화와 살육의 피바람이 혼재되어 있었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가도 5월 광주항쟁은 기억되어야하고 부활하는 미래진행형의 활화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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