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북 격차해소에 대한 의지와 진정성에서 판가름 날 것"

지역내일 2006-05-15
97년 정권교체 주역 박선숙, 서울시장 교체도 이뤄낼까

박선숙. 8년 만에 그녀가 돌아왔다. 97년 대선에서 50년만의 정권교체 주역으로 일조했던 그녀가 열린우리당 강금실 서울시장 후보 선대본부장으로 나섰다.
‘교체의 주역’ 박선숙 신화는 계속될 것인가. 강금실 캠프는 그녀의 합류로 서울시장 교체가 가시권에 들어왔다며 한층 ‘업’ 돼 있는 분위기다.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경운동에 위치한 강금실 후보 사무실에서 그녀를 만났다.

◆하루 세끼 김밥 먹으며 강행군 = “선거 현장에 온 것이 8년만인데, 새로운 선거를 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어요”. 캠프에 합류한 지 일주일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박 본부장은 조금 야위어 보였다.
“살이 조금 빠져 보인다”고 첫마디를 건넸다. “하루 세끼 김밥 먹을 때도 있어요. 김밥 집을 바꿔보자는 얘기가 나올 정도죠”. 웃으면서 답하는 그녀의 얼굴엔 ‘힘겨움’보다는 ‘즐거움’이 더 묻어났다.

박 본부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DJ맨’이다. 국민의 정부 5년 동안 공보기획비서관, 공보수석 으로 재임하며 청와대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곁을 지켰다. 참여정부 들어서는 2004년 2월부터 지난 1월까지 약 2년간 환경부 차관을 지냈다. 이력으로 보면 박 본부장은 국민의 정부와 참여 정부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97년 대선을 끝으로 청와대와 정부 등 행정조직에 몸담았던 그녀가 다시 선거판에 뛰어든 이유가 궁금했다.

- 캠프에 합류한 계기가 뭡니까
(강금실 후보를) 도울 생각을 갖고 있었어요. 언론을 통해 강 후보가 굉장히 어려운 결심을 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도와야 겠다’고 생각하게 됐죠. 가급적 눈에 안 띄게 자원봉사 할 게 뭐 없을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강 후보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조용히 돕겠습니다’고 했더니, ‘이름 걸고 도와야 된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여성 후보에게 같은 여성이 돕는 것도 좋지만, 이름을 걸고 돕는 게 꼭 도움이 될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재차 ‘도와주세요’ 하길래 ‘뭐든지 하겠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고 답했죠.

- 캠프에 합류한 지 1주일쯤 됐는데, 일해본 소감이 어떻습니까
김영춘 본부장이 일은 다하시고요.(웃음) 워낙 꼼꼼하게 잘 하셔서, 저는 덕분에 마음 편하게 일하고 있어요.

- 가장 가까이서 강 후보를 지켜보고 있는데, 어떤 점이 장점이라고 보십니까
‘진정성’이랄까요. 진정성이라는 말은 후보 본인이 즐겨 쓰는 표현인데요, 제가 보기에는 진실과 용기, 정의감이 내포된 말 같아요.
출마를 결심하는 과정만 돌이켜봐도 ‘용감한 분이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지율이 좋아서 나온 것 아니냐’고 보는 분들도 있지만, 출마 전 지지율이 승리를 담보하지 못한다는 것을 모르는 분이 아니에요.
그때 40% 조금 넘었을 땐데, ‘투표율 감안하면 15%는 더 있어야 당선된다. 그러니까 나가지 말라’고 말리는 분들이 더 많았다고 해요. 지지율 높다고 출마했다? 그런 차원의 문제는 아니에요.
강 후보에게는 당신에게 닥친 문제를 피하지 않는 용기. 그런 용감함이 있어요. 제가 강 후보 얘기를 처음 들은 게, 여자 선배들이 ‘정의감 있는 여자 판사가 있다’ 그런 얘기를 해 준 일이 있어요. 그 얘기 듣고 누구일까 궁금해 했는데, 그게 강 후보였어요.
강 후보에게는 삶 전체를 관통하는 ‘정의감’이 있어요. ‘정의’라는 게 어려운 상황에 닥쳤을 때 진가가 나타나는 건데, 판사 시절에도 소신 있는 판결로 좌천되고 그랬지만,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를 보여줬죠.

-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을 법한데
원칙주의자죠. 경실련 토론회에서 ‘후분양제와 최저가낙찰제’에 관한 질문을 받았는데 선뜻 동의를 안해요.
강 후보가 중산층과 서민의 편, 어려운 편에 선 시정이라는 기본적인 원칙에서 쭉 말씀을 하셨는데, 그런 입장이라면 ‘후분양제와 최저가낙찰제’를 받아야죠. 최저가낙찰제를 통해 예산 절감해 재원으로 쓸 수도 있고, 또 원가공개제를 공약으로 하고 있는데….
그런데 최저가낙찰제가 가져올 부실문제에 대한 별도 장치가 없는 한 신중하게 가야한다며 동의를 안해요. 원칙의 범위 안에서 일이 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 거죠. 강 후보는 논리적으로 스스로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은 말하지 않아요. 한마디로 논리종합적인 분이죠.

◆“매일 매일 추격하는 중, 이제 추월하는 일만 남았다” = 지난 2일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경선에서 강금실 후보가 최종 후보로 선출됐지만,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와의 각종 여론조사 가상대결의 지지율 격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박 본부장이 구상하고 있는 ‘뒤집기’ 비책은 무엇일까.

- 강풍에 이어 오풍이 불면서 선거구도가 굳어졌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강 후보 지지율이 정당 지지율 베이스로 돌아갔다는 지적인데요
서울시장 선거는 인물대결입니다. 우리당 지지율이 낮지만, 우리당 지지자들이 바로 한나라당에 가 있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우리당이 열심히 잘 하면 다시 돌아올 것입니다. 또 강 후보의 진심을 시민들께서 믿어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 성추행, 공천헌금 등 각종 악재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 지지율은 미동도 안하고 있는데요.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지만, 우리당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뜻이 아닌가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우리당과 강 후보가 신뢰를 받는 것이 중요하죠. 정성을 다하는 것 외에 다른 길이 있겠습니까.

- 몇차례 TV토론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지지율 반등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정책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도 한 요인으로 지적되는데요
정책 차이는 분명히 있습니다. 최근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가 토론을 거치면서 강금실 후보의 지적을 상당부분 수용하면서 정책 차이를 좁혀오고 있어요. 우리의 좋은 정책을 받아들이는 것은 환영할 일입니다.
다만 실제로 공약을 실천할 의지가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한나라당의 기본 정책 방향과 다른 정책을 받아들였다가 나중에 감당할 수 있을 지 의문입니다.
그렇지만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예산 투입은 결국 못받아 들이더군요. 4년간 2조원을 투입하고, 매해 5천억원을 강북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것이죠. 강북에 일시적으로 쿼터를 둬, 교육격차를 해소하기까지 시장이 의지를 갖고 하겠다는 것입니다.

- 낮은 지지율은 여전히 부담이 아닐 수 없을 것 같은데요
지금 무응답층이 40% 가까이 됩니다. 무응답층이 자신의 의사를 결정하지 않은 상태서 나온 여론조사 결과는 앞으로 상당한 변화를 보일 겁니다. 선거전이 본격화되면 좀 더 후보들의 면면을 보고 판단하실 겁니다.
지금 캠프에는 과거 조순시장 선거 때 재밌게 선거를 치렀던 자원봉사자도 있습니다. 과거 기억이 난다고 하더군요. 매일매일 추격해, 결국 역전시키는….

- 여론조사상 강 후보는 20대와 30대에서 지지율이 높은 편입니다. 그러나 선거 당일 이들 20-30대 투표율이 현저히 낮아 본선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많습니다
선거 사무소에 참여하고 있는 20대와 30대 자원봉사자들을 보면 자발성이 뛰어납니다. 선거과정이 힘든 과정인데도 서로 즐겁게 일해요. 일사분란하다거나 그런 것은 없지만, 피곤하고 화나는 일이 있어도 잘 넘기면서 즐겁게 일해요.
20대와 30대들이 선거 과정을 즐겁게 보고, 자신의 소중한 한표를 행사할 수 있는 선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 본선에 돌입하면 어떤 점에 초점을 맞춰 선거운동을 할 계획입니까.
큰 방향에서는 강남북 격차 해소에 대한 ‘의지’와 ‘진정성’에서 판가름이 날 거라고 봅니다. 말은 가져갈지언정 내용은 담아낼 수 없는 거니까요.
오 후보가 여러 면에서 대중에게 어필하는 면이 있지만, 국회 초선의원 경험한 것 외에는 조직생활보다는 변호사 등 자유직으로 혼자 활동해왔고 큰 조직을 운영해 본 경험이 없어요. 로펌 대표와 서울시장은 다른 문제죠. 예산이 15조가 넘고, 직원도 몇 만명이 되는 서울시정을 맡기기에 시민들이 불안해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에 비해 강 후보는 15년 판사를 하면서 사법부라는 조직 생활을 경험했고, 예산이 2조 가까이 되는 법무부장관을 역임하면서 예산 배분과 재조정을 경험했죠. 교육격차해소를 위해 2조원의 예산을 집중투자하겠다는 것도 법무장관을 역임하면서 터득한 예산 배분과 재조정에 대한 경험적 판단이 깔려 있는 것입니다.

- 반드시 강금실 후보가 서울시장에 당선돼야 할 이유가 뭐라고 생각합니까
서울시민들은 서민들의 생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책임 있게 실행할 정직한 시장을 원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시민들께서 정의감과 용기를 바탕으로 원칙과 소신을 지킬 줄 아는 강금실 후보를 꼭 선택해 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조순, 고건 시장을 거치면서 서울 시정의 기틀을 마련한 것을, 이명박 시장 때 개발로 바꿔놓았습니다. 청계천과 뉴타운의 문제의식은 맞지만, 방식이 틀렸습니다. 자꾸 외형 위주로 시정이 흐르고, 임기 내에 승부를 내려다보니 부작용이 많아진 것이죠.

인터뷰를 마무리할 즈음 박 본부장은 다시 8년 만에 복귀한 선거판에 대한 소회로 말을 맺었다.
“즐거운 캠프, 따뜻한 캠프에요. 마음으로부터 강 후보가, 캠프가 잘돼야 된다며 찾아와 격려해 주시는 분이 많아요. 어떤 분은 떡도 싸들고 오고…. 정치가 이미 바뀌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선거도 많이 바뀌고….”
김상범 구자홍 기자 j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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