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10조 돌파, 재계 10위 진입 눈앞
신성장동력 발굴, 대표브랜드 창출 과제
대기업들도 부침이 있기 마련이다. 눈부신 성장을 기록할 때가 있는가 하면, 난관에 봉착해 침체에 빠질 때도 있다. 그중에는 초일류 기업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기업도 있고,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도태되는 곳도 있다.
최근 재계에서는 오랜 정체기 또는 구조조정기를 거쳐 재도약을 시도하는 대기업들이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힘찬 발돋움을 하고 있는 대기업들의 현황과 전략, 그리고 성공가능성을 짚어본다.
“동부를 국내 1위, 아니 그 이상의 좋은 회사로 만들기 위해 서로의 강점을 살려 높은 수준의 문화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지난달 열린 확대경영혁신회의에서 자신이 그리고 있는 동부의 미래상을 살짝 내비쳤다. 그동안 중장기 목표로 삼았던 재계 10위 진입에서 더 나아가 국내 1위, 그 이상의 초일류 기업이 되겠다는 것이다.
동부그룹이 출발한 건 지난 69년 김 회장이 자본금 2500만원으로 미륭건설을 세우면서부터. 뒤늦게 대기업군에 포함됐지만 어느덧 1위 자리를 욕심 내어볼 정도로 성장했다.
현재 동부그룹은 매출액 기준으로 재계 11위, 자산 기준 12위로 재계 10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제 단순히 재계 순위를 높이는 차원이 아니라 최고 기업을 목표로 끊임없는 경영혁신을 추진해가고 있다.
◆“시스템이 경쟁력이다” = 동부그룹이 본격적인 경영혁신에 나선 것은 지난 2001년 김 회장이 이른바 ‘시스템 경영’을 도입하면서부터다.
시스템 경영이란 최고경영자 한명에 의해 움직이는 인적경영이 아닌 조직적인 차원에서 급변하는 환경에 전략적으로 대응해나갈 수 있는 경영체계를 말한다. 그룹 규모가 커지면서 그에 걸맞는 경영시스템이 아니고서는 성장이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 시작됐다. 그룹 성장 전략을 외부 사업 확대나 규모 확장보다 우선 탄탄하고 효율적인 내부 조직체계 건설에서 찾은 셈이다.
시스템 경영의 핵심은 조직구성원의 자발적인 참여와 이를 통해 효율성을 높이는 조직 체제, 그룹내 조직간 유기적인 결합에 있다. 이같은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동부그룹은 그동안 다각적인 노력을 해왔다. 우선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해 능력주의와 신상필벌의 인사원칙을 통해 공정한 인사가 이루어지도록 하고 합리적인 평가와 보상을 제도화했다.
또 그룹을 소재, 화학, 건설·물류, 금융, IT·컨설팅 등 5대분야로 개편하고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운영책임자(COO),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기술책임자(CTO) 제도를 신설해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자율책임경영체제를 확립하는 한편, 우수한 외부 인사를 영입해 기존 조직에 적절한 자극을 주어 변화의 분위기를 만들어가도록 했다.
특히 시스템 경영의 원조격인 삼성 출신 인사를 대거 끌어들였다. (주)동부의 이명환 부회장을 비롯, 임동일 동부건설 부회장, 김순환 동부화재 사장, 오영환 동부일렉트로닉스 사장 등 동부그룹 10개 주력 계열사 중 삼성출신 CEO가 8명이나 된다. 시스템 경영으로 성공해본 경험이 있는 인재를 영입해 동부식 시스템 경영을 만들어가겠다는 의도다.
그 결과 지난해 동부그룹 전체 매출이 10조원을 돌파하는 등 시스템 경영의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이제 동부는 시스템 경영 도입단계를 넘어 고도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시스템 경영을 위한 제도를 마련하는데서 더 나아가 각 부분별 인덱스 지표를 개발해 지속적인 시스템 경영 실천이 가능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동부그룹은 얼마전 시스템 경영 인덱스 개발을 위한 컨설팅을 외부에 의뢰해 놓았다.
◆5대분야 선두기업으로 = 사업분야별 경영혁신 활동도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동부그룹은 소재, 화학, 건설·물류, 금융, IT·컨설팅 등 5개 분야에서 각각 선두기업으로 성장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기존 사업의 수익구조 개선과 신상품과 신사업 개발에 역점을 두고 있다.
소재분야에서는 신규투자와 원료구매 효율화를 통해 제품을 고급화하고 제강과 반도체 라인의 고효율화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수익구조 악화로 고전을 면치 못했던 반도체 사업의 경우 최근 2400억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회사명을 동부아남반도체에서 동부일렉트로닉스로 바꾸는 등 분위기 쇄신에 나서고 있다. 영업 및 마케팅 강화, 생산능력 증설, 생산성 향상 및 원가절감 등을 통해 오는 2007년에는 흑자구조정착을 자신하고 있다.
화학분야에서는 농약과 비료 석유화학 등 기존 사업을 고부가치화 하는 한편 신물질과 신약개발을 통해 생명공학분야와 바이오제품 사업기반을 확충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올초 동부한농화학에서 이름을 바꾼 동부한농의 경우 바이오 및 첨단소재 영역을 신성장 엔진으로 한 중장기 발전 전략을 세우기도 했다.
건설·물류분야에서는 센트레빌로 대표되는 주택부분을 강화해 브랜드 파워를 높이고 SOC부문 실적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수익기반 확보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금융분야에서는 종합금융네트워크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고 복합금융상품 개발로 기존 고객에 대한 서비스강화와 함께 신규고객을 창출해나간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 IT·컨설팅 분야에서는 대외사업 공략을 통해 사업영역 확대를 노리고 있다.
◆1등 아이템 만들어야 =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동부그룹이 일류기업으로 거듭나기에는 미흡한 부분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선 동부그룹이 강조하는 시스템 경영이 아직 제대로 정착되지 못했다는 평가가 그룹 내부에서조차 나오고 있다. 핵심 인재를 영입하고 성과시스템을 갖추고 책임경영체제를 구축했지만 아직 세부적인 부분에서는 ‘주먹구구’식 관행이 남아 있다는 것. 시스템 경영의 핵심인 관리체제가 여전히 치밀하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당장 일부 계열사들은 변변한 IR자료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고, 회사 얼굴인 홈페이지 관리조차 소홀하다.
김 회장이 진취적인 기업문화를 강조하는 것도 시스템 경영의 틀은 갖췄지만 제대로 운용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게 동부그룹 관계자의 얘기다.
확실한 1위 아이템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도 동부그룹이 일류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풀어야할 과제다. 일부 사업 분야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는 품목이 있긴 하지만 대표브랜드로 내세우기는 어렵고 그렇다고 확실한 미래 사업을 발굴하지도 못한 상태다. 동부그룹하면 딱히 떠오르는 사업이 없다는 이들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동부가 일류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시스템 경영 고도화와 함께 이를 기반으로 성장을 가속화할 수 있는 확실한 사업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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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장동력 발굴, 대표브랜드 창출 과제
대기업들도 부침이 있기 마련이다. 눈부신 성장을 기록할 때가 있는가 하면, 난관에 봉착해 침체에 빠질 때도 있다. 그중에는 초일류 기업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기업도 있고,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도태되는 곳도 있다.
최근 재계에서는 오랜 정체기 또는 구조조정기를 거쳐 재도약을 시도하는 대기업들이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힘찬 발돋움을 하고 있는 대기업들의 현황과 전략, 그리고 성공가능성을 짚어본다.
“동부를 국내 1위, 아니 그 이상의 좋은 회사로 만들기 위해 서로의 강점을 살려 높은 수준의 문화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지난달 열린 확대경영혁신회의에서 자신이 그리고 있는 동부의 미래상을 살짝 내비쳤다. 그동안 중장기 목표로 삼았던 재계 10위 진입에서 더 나아가 국내 1위, 그 이상의 초일류 기업이 되겠다는 것이다.
동부그룹이 출발한 건 지난 69년 김 회장이 자본금 2500만원으로 미륭건설을 세우면서부터. 뒤늦게 대기업군에 포함됐지만 어느덧 1위 자리를 욕심 내어볼 정도로 성장했다.
현재 동부그룹은 매출액 기준으로 재계 11위, 자산 기준 12위로 재계 10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제 단순히 재계 순위를 높이는 차원이 아니라 최고 기업을 목표로 끊임없는 경영혁신을 추진해가고 있다.
◆“시스템이 경쟁력이다” = 동부그룹이 본격적인 경영혁신에 나선 것은 지난 2001년 김 회장이 이른바 ‘시스템 경영’을 도입하면서부터다.
시스템 경영이란 최고경영자 한명에 의해 움직이는 인적경영이 아닌 조직적인 차원에서 급변하는 환경에 전략적으로 대응해나갈 수 있는 경영체계를 말한다. 그룹 규모가 커지면서 그에 걸맞는 경영시스템이 아니고서는 성장이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 시작됐다. 그룹 성장 전략을 외부 사업 확대나 규모 확장보다 우선 탄탄하고 효율적인 내부 조직체계 건설에서 찾은 셈이다.
시스템 경영의 핵심은 조직구성원의 자발적인 참여와 이를 통해 효율성을 높이는 조직 체제, 그룹내 조직간 유기적인 결합에 있다. 이같은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동부그룹은 그동안 다각적인 노력을 해왔다. 우선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해 능력주의와 신상필벌의 인사원칙을 통해 공정한 인사가 이루어지도록 하고 합리적인 평가와 보상을 제도화했다.
또 그룹을 소재, 화학, 건설·물류, 금융, IT·컨설팅 등 5대분야로 개편하고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운영책임자(COO),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기술책임자(CTO) 제도를 신설해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자율책임경영체제를 확립하는 한편, 우수한 외부 인사를 영입해 기존 조직에 적절한 자극을 주어 변화의 분위기를 만들어가도록 했다.
특히 시스템 경영의 원조격인 삼성 출신 인사를 대거 끌어들였다. (주)동부의 이명환 부회장을 비롯, 임동일 동부건설 부회장, 김순환 동부화재 사장, 오영환 동부일렉트로닉스 사장 등 동부그룹 10개 주력 계열사 중 삼성출신 CEO가 8명이나 된다. 시스템 경영으로 성공해본 경험이 있는 인재를 영입해 동부식 시스템 경영을 만들어가겠다는 의도다.
그 결과 지난해 동부그룹 전체 매출이 10조원을 돌파하는 등 시스템 경영의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이제 동부는 시스템 경영 도입단계를 넘어 고도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시스템 경영을 위한 제도를 마련하는데서 더 나아가 각 부분별 인덱스 지표를 개발해 지속적인 시스템 경영 실천이 가능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동부그룹은 얼마전 시스템 경영 인덱스 개발을 위한 컨설팅을 외부에 의뢰해 놓았다.
◆5대분야 선두기업으로 = 사업분야별 경영혁신 활동도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동부그룹은 소재, 화학, 건설·물류, 금융, IT·컨설팅 등 5개 분야에서 각각 선두기업으로 성장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기존 사업의 수익구조 개선과 신상품과 신사업 개발에 역점을 두고 있다.
소재분야에서는 신규투자와 원료구매 효율화를 통해 제품을 고급화하고 제강과 반도체 라인의 고효율화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수익구조 악화로 고전을 면치 못했던 반도체 사업의 경우 최근 2400억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회사명을 동부아남반도체에서 동부일렉트로닉스로 바꾸는 등 분위기 쇄신에 나서고 있다. 영업 및 마케팅 강화, 생산능력 증설, 생산성 향상 및 원가절감 등을 통해 오는 2007년에는 흑자구조정착을 자신하고 있다.
화학분야에서는 농약과 비료 석유화학 등 기존 사업을 고부가치화 하는 한편 신물질과 신약개발을 통해 생명공학분야와 바이오제품 사업기반을 확충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올초 동부한농화학에서 이름을 바꾼 동부한농의 경우 바이오 및 첨단소재 영역을 신성장 엔진으로 한 중장기 발전 전략을 세우기도 했다.
건설·물류분야에서는 센트레빌로 대표되는 주택부분을 강화해 브랜드 파워를 높이고 SOC부문 실적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수익기반 확보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금융분야에서는 종합금융네트워크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고 복합금융상품 개발로 기존 고객에 대한 서비스강화와 함께 신규고객을 창출해나간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 IT·컨설팅 분야에서는 대외사업 공략을 통해 사업영역 확대를 노리고 있다.
◆1등 아이템 만들어야 =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동부그룹이 일류기업으로 거듭나기에는 미흡한 부분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선 동부그룹이 강조하는 시스템 경영이 아직 제대로 정착되지 못했다는 평가가 그룹 내부에서조차 나오고 있다. 핵심 인재를 영입하고 성과시스템을 갖추고 책임경영체제를 구축했지만 아직 세부적인 부분에서는 ‘주먹구구’식 관행이 남아 있다는 것. 시스템 경영의 핵심인 관리체제가 여전히 치밀하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당장 일부 계열사들은 변변한 IR자료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고, 회사 얼굴인 홈페이지 관리조차 소홀하다.
김 회장이 진취적인 기업문화를 강조하는 것도 시스템 경영의 틀은 갖췄지만 제대로 운용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게 동부그룹 관계자의 얘기다.
확실한 1위 아이템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도 동부그룹이 일류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풀어야할 과제다. 일부 사업 분야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는 품목이 있긴 하지만 대표브랜드로 내세우기는 어렵고 그렇다고 확실한 미래 사업을 발굴하지도 못한 상태다. 동부그룹하면 딱히 떠오르는 사업이 없다는 이들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동부가 일류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시스템 경영 고도화와 함께 이를 기반으로 성장을 가속화할 수 있는 확실한 사업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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