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정권 긴급조치 판결 무효화 검토”

대법원, 사법부 과거사 반성 차원 … 9월 대법원장 취임 1주년때 확정될 듯

지역내일 2006-07-04
대법원이 부끄러운 사법부 과거사를 청산하기 위해 유신정권 시절 긴급조치 사건 판결을 전면 무효화하는 입법을 국회에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법안이 현실화돼 국회를 통과하면 긴급조치 위반으로 처벌 받았던 수많은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은 물론,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도 가능해져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대법원 관계자는 4일 “지난 3월 과거 사법부의 판결 중 문제가 있는 판결을 분류하는 작업을 끝냈다”며 “아직 어떤 방식으로 사법부의 과거사를 반성할지 결론을 내리지 않았지만 긴급조치 판결을 무효화시키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국가보안법이나 반공법 위반혐의로 처벌받은 조작간첩 사건 등 관련자들의 경우, 재심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을 수 있는 재판 환경이 조성됐지만 긴급조치 위반 관련자는 재심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독일 나치법률 무효 사례 연구 중 = 대법원은 독일이 2차 세계대전 이후 ‘히틀러의 명령이 곧 법률’로 통했던 수권법과 관련된 법률을 모두 무효화시킨 전례가 있는 만큼 긴급조치 무효에 대한 이론적 근거를 연구 중이다.
대법원은 지난 1972∼1987년 긴급조치법, 국가보안법, 반공법,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등을 위반한 사건에 대한 판결문 5000여건에 대한 분석 작업을 벌였고 고문 등 불법을 묵인한 문제성 있는 판결을 별도로 분류했다.
이 중 긴급조치 위반 사건의 경우 전반적으로 문제가 심각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이 검토한 한 판결은 술자리에서 두 명이 “우리나라보다 북한이 더 자유롭다”고 한 말이 유언비어의 날조와 유포에 해당한다며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판결문을 검토해본 결과 말도 안되고 황당하게 처벌된 사례가 무수하다”며 “이런 사건들 대부분이 2~5년의 실형을 받았다”고 말했다.

◆‘송씨 일가 간첩단’ 사건 문제 판결로 분류 = 대법원은 또 ‘송씨 일가 간첩단’ 사건에 대해 고문사실이 명백히 판결문에 나오는데도 실형이 선고된 문제 있는 판결로 분류했다.
‘송씨 일가 간첩단’ 사건은 80년대 대표적인 조작간첩사건으로 북에서 내려온 송씨 한 사람을 며칠 숨겨주었다는 이유로 일가 7, 8명이 구속된 사건이다.
당시 관련자들은 안기부에 불법 구속돼 엄청난 고문을 받았으며 당시 조준희 변호사는 검사가 조사할 때 안기부직원들이 구치소에 와서 위협하는 내용이 담긴 구치소 접견 기록을 증거로 재판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관련자들이 심하게 폭행당한 것도 병원기록을 통해 입증했지만 사법부는 결국 유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이 1심과 2심이 선고한 유죄를 두 번이나 무죄취지로 파기 환송했지만 결국 대법원 재판부가 바뀌면서 실형이 확정된 황당한 사건이다.
대법원은 긴급조치 판결의 경우 ‘송씨 일가 간첩단 사건’과 같은 국가보안법 위반 사안과 달리 판결문에 고문 등의 내용이 없고 위반사항과 형량만 있기 때문에 재심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가보안법, 반공법 위반 사범은 재심 확대 = 따라서 긴급조치 사건의 경우는 당시 판결을 무효화하는 입법으로, 국가보안법과 반공법 위반 사범은 재심을 폭넓게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과거사 청산 방침을 정할 전망이다.
현재 인혁당 재심 사건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임재봉 서강대 교수(헌법학)는 “법원이 유신시절 사건과 판결을 조사해 문제가 된 판결에 대해 구체적인 과거사 청산 실천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사법부의 신뢰를 높이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며 “다만 긴급조치 판결을 일괄무효로 하는 문제는 이론적 근거를 정확히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영수 고려대 교수(헌법학)는 “긴급조치는 독일의 소위 ‘나치법’ 과는 사안이 조금 다르다”며 “이 문제를 법률로 정하는 것은 ‘소급입법 금지’원칙에 따라 위헌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오랜 이론적 연구가 필요하기 때문에 판결문 분석 작업이 끝나고 3개월이 지나도록 아직 결론을 못 내리고 있다”며 “여러 검증 작업을 거쳐 오는 9월 대법원장 취임 1주년에 과거사 청산에 대한 대법원의 입장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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