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인 비리와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해 법원이 실형을 선고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2월 두산그룹 비자금 사건 관련자 전원이 집행유예 선고와 관련, 이용훈 대법원장이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이후 처벌의 강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당시 이 대법원장은 “절도범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기업범죄에 대해선 집행유예 판결을 내린다면 국민이 수긍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초범이라도 실형선고 =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는 지난달 19일 모 생명회사 회계팀 직원이었던 김 모(37)씨에 대해 총 63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5년을 선고했다. 피고인이 초범인데다 도피 후 자수했는데도 불구하고 중형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는 경미한 벌금형 전과외에 범죄전력이 없고 자수해 잘못을 뉘우치고 있지만 횡령금액이 많고 그 죄질이 불량하고, 해외로 도주해 행방을 감추었던 점 등에 비쳐 엄정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지난 4월 울산지방법원은 은행에서 6억5000만원을 인출해 횡령한 은행원 정 모(여·30)씨에 대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4년여에 걸쳐 장기간 반복적으로 범행을 저질렀으며,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금융기관 종사자로서 자신이 담당한 업무와 관련해 저지른 범행의 죄질이 상당히 나쁘다”며 “비록 피해자인 은행측과 피고인이 합의한 뒤, 은행측이 피고인의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를 제출했지만 엄한 처벌이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횡령한 금액이 5억원을 넘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이 적용되는 범죄에 대해서도 초범이고 형사 합의가 이뤄지면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관행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유명 기업인 사건도 예외 없어 = 대기업과 유명 기업인에는 유독 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재판도 바뀌었다.
서울고법 형사6부는 지난 4월 회사 자금 219억원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로 구속 기소된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같은달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도 회사 자금을 담보로 유상증자를 위한 대출을 받고 수백억원대 분식회계를 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한국 벤처산업의 신화 장흥순 전 터보테크 회장에게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징역 2년6월을 선고했다.
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은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켰던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에 대한 1심 공판에서 징역 10년, 벌금 1000만원에 추징금 21조4484억여원을 선고, 징역 15년에 추징금 23조358억원을 구형한 검찰의 처벌수위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 3월 대법원도 용역업체로부터 금품을 받고 법인카드로 비자금을 조성해 국회의원 출마를 위한 지역구 활동 등 개인 용도로 쓴 윤영호 전 한국마사회장에게 뇌물죄와 업무상 횡령죄 등을 적용해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두산 보다 적은 횡령에 중형 = 이용훈 대법원장이 두산그룹 비리 사건 판결과 관련해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는 취지의 발언한 것이 보도를 통해 알려진 바로 당일 법원은 분식회계로 4148억원을 대출받고 80억원을 횡령함 혐의로 기소된 쌍용건설 김석준 회장에 대해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횡령 액수가 두산 오너 일가보다 훨씬 적었음에도 실형이 선고돼 재계에서는 형평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재판부는 “부실 대출한 금융기관에 국민 세금이 투입된 점을 고려하면 책임을 엄격히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기업인이나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해 법원의 엄벌 방침은 향후 기업인 재판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박용오·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 허태학 전 삼성에버랜드 사장, 김석원 전 쌍용양회 명예회장 등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며, 1일부터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에 대한 재판이 시작됐다.
서울고법 한 판사는 “이용훈 대법원장의 발언 이후 기업인 비리와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해 실형선고가 다소 많아지는 경향이 있다”며 “다만 개별 사건에 대해 유무죄 판단과 양형의 문제는 재판부의 고유권한”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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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두산그룹 비자금 사건 관련자 전원이 집행유예 선고와 관련, 이용훈 대법원장이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이후 처벌의 강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당시 이 대법원장은 “절도범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기업범죄에 대해선 집행유예 판결을 내린다면 국민이 수긍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초범이라도 실형선고 =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는 지난달 19일 모 생명회사 회계팀 직원이었던 김 모(37)씨에 대해 총 63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5년을 선고했다. 피고인이 초범인데다 도피 후 자수했는데도 불구하고 중형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는 경미한 벌금형 전과외에 범죄전력이 없고 자수해 잘못을 뉘우치고 있지만 횡령금액이 많고 그 죄질이 불량하고, 해외로 도주해 행방을 감추었던 점 등에 비쳐 엄정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지난 4월 울산지방법원은 은행에서 6억5000만원을 인출해 횡령한 은행원 정 모(여·30)씨에 대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4년여에 걸쳐 장기간 반복적으로 범행을 저질렀으며,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금융기관 종사자로서 자신이 담당한 업무와 관련해 저지른 범행의 죄질이 상당히 나쁘다”며 “비록 피해자인 은행측과 피고인이 합의한 뒤, 은행측이 피고인의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를 제출했지만 엄한 처벌이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횡령한 금액이 5억원을 넘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이 적용되는 범죄에 대해서도 초범이고 형사 합의가 이뤄지면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관행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유명 기업인 사건도 예외 없어 = 대기업과 유명 기업인에는 유독 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재판도 바뀌었다.
서울고법 형사6부는 지난 4월 회사 자금 219억원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로 구속 기소된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같은달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도 회사 자금을 담보로 유상증자를 위한 대출을 받고 수백억원대 분식회계를 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한국 벤처산업의 신화 장흥순 전 터보테크 회장에게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징역 2년6월을 선고했다.
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은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켰던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에 대한 1심 공판에서 징역 10년, 벌금 1000만원에 추징금 21조4484억여원을 선고, 징역 15년에 추징금 23조358억원을 구형한 검찰의 처벌수위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 3월 대법원도 용역업체로부터 금품을 받고 법인카드로 비자금을 조성해 국회의원 출마를 위한 지역구 활동 등 개인 용도로 쓴 윤영호 전 한국마사회장에게 뇌물죄와 업무상 횡령죄 등을 적용해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두산 보다 적은 횡령에 중형 = 이용훈 대법원장이 두산그룹 비리 사건 판결과 관련해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는 취지의 발언한 것이 보도를 통해 알려진 바로 당일 법원은 분식회계로 4148억원을 대출받고 80억원을 횡령함 혐의로 기소된 쌍용건설 김석준 회장에 대해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횡령 액수가 두산 오너 일가보다 훨씬 적었음에도 실형이 선고돼 재계에서는 형평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재판부는 “부실 대출한 금융기관에 국민 세금이 투입된 점을 고려하면 책임을 엄격히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기업인이나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해 법원의 엄벌 방침은 향후 기업인 재판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박용오·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 허태학 전 삼성에버랜드 사장, 김석원 전 쌍용양회 명예회장 등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며, 1일부터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에 대한 재판이 시작됐다.
서울고법 한 판사는 “이용훈 대법원장의 발언 이후 기업인 비리와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해 실형선고가 다소 많아지는 경향이 있다”며 “다만 개별 사건에 대해 유무죄 판단과 양형의 문제는 재판부의 고유권한”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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