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 입법요청 … 대법원장 취임1주년때 확정할 듯
대법원이 부끄러운 사법부 과거사를 청산하기 위해 유신정권 시절 긴급조치 사건 판결을 전면 무효화하는 입법을 국회에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관련기사 21면
이 법안이 현실화돼 국회를 통과하면 긴급조치 위반으로 처벌 받았던 수많은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은 물론,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도 가능해져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대법원 관계자는 4일 “지난 3월 과거 사법부의 판결 중 문제가 있는 판결을 분류하는 작업을 끝냈다”며 “아직 어떤 방식으로 사법부의 과거사를 반성할지 결론을 내리지 않았지만 긴급조치 판결을 무효화시키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지난 1972∼1987년 긴급조치법, 국가보안법, 반공법,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등을 위반한 사건에 대한 판결문 5000여건에 대한 분석 작업을 벌였고 고문 등 불법을 묵인한 문제성 있는 판결을 별도로 분류했다.
이 중 긴급조치 위반 사건의 경우 전반적으로 문제가 심각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은 국가보안법이나 반공법 위반혐의로 처벌받은 조작간첩 사건 등 관련자들의 경우, 재심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을 수 있는 재판 환경이 조성됐지만 긴급조치 위반 관련자는 재심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국가보안법 사안과 달리 긴급조치 위반 사범 관련 판결문에는 고문 등의 내용이 없고 위반사항과 형량만 있기 때문에 재심사유가 발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가 소개한 한 판결에서는 술자리에서 두 명이 “우리나라보다 북한이 더 자유롭다”고 한 말이 유언비어의 날조와 유포에 해당한다며 이들에게 긴급조치 9호 위반을 적용,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판결문을 검토해본 결과 말도 안되고 황당하게 처벌된 사례가 무수하다”며 “이런 사건들 대부분이 2~5년의 실형을 받았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독일이 2차 세계대전 이후 ‘히틀러의 명령이 곧 법률’로 통했던 수권법과 관련된 법률을 모두 무효화시킨 전례가 있는 만큼 긴급조치 무효에 대한 이론적 근거를 연구 중이다.
임지봉 서강대 교수(헌법학)는 “법원이 유신시절 사건과 판결을 조사해 문제가 된 판결에 대해 구체적인 과거사 청산 실천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사법부의 신뢰를 높이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며 “다만 긴급조치 판결을 일괄무효로 하는 문제는 이론적 근거를 정확히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영수 고려대 교수(헌법학)는 “긴급조치는 독일의 소위 ‘나치법’ 과는 사안이 조금 다르다”며 “이 문제를 법률로 정하는 것은 ‘소급입법 금지’원칙에 따라 위헌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오랜 이론적 연구가 필요하기 때문에 판결문 분석 작업이 끝나고 3개월이 지나도록 아직 결론을 못 내리고 있다”며 “여러 검증 작업을 거쳐 오는 9월 대법원장 취임 1주년에 과거사 청산에 대한 대법원의 입장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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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부끄러운 사법부 과거사를 청산하기 위해 유신정권 시절 긴급조치 사건 판결을 전면 무효화하는 입법을 국회에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관련기사 21면
이 법안이 현실화돼 국회를 통과하면 긴급조치 위반으로 처벌 받았던 수많은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은 물론,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도 가능해져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대법원 관계자는 4일 “지난 3월 과거 사법부의 판결 중 문제가 있는 판결을 분류하는 작업을 끝냈다”며 “아직 어떤 방식으로 사법부의 과거사를 반성할지 결론을 내리지 않았지만 긴급조치 판결을 무효화시키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지난 1972∼1987년 긴급조치법, 국가보안법, 반공법,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등을 위반한 사건에 대한 판결문 5000여건에 대한 분석 작업을 벌였고 고문 등 불법을 묵인한 문제성 있는 판결을 별도로 분류했다.
이 중 긴급조치 위반 사건의 경우 전반적으로 문제가 심각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은 국가보안법이나 반공법 위반혐의로 처벌받은 조작간첩 사건 등 관련자들의 경우, 재심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을 수 있는 재판 환경이 조성됐지만 긴급조치 위반 관련자는 재심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국가보안법 사안과 달리 긴급조치 위반 사범 관련 판결문에는 고문 등의 내용이 없고 위반사항과 형량만 있기 때문에 재심사유가 발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가 소개한 한 판결에서는 술자리에서 두 명이 “우리나라보다 북한이 더 자유롭다”고 한 말이 유언비어의 날조와 유포에 해당한다며 이들에게 긴급조치 9호 위반을 적용,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판결문을 검토해본 결과 말도 안되고 황당하게 처벌된 사례가 무수하다”며 “이런 사건들 대부분이 2~5년의 실형을 받았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독일이 2차 세계대전 이후 ‘히틀러의 명령이 곧 법률’로 통했던 수권법과 관련된 법률을 모두 무효화시킨 전례가 있는 만큼 긴급조치 무효에 대한 이론적 근거를 연구 중이다.
임지봉 서강대 교수(헌법학)는 “법원이 유신시절 사건과 판결을 조사해 문제가 된 판결에 대해 구체적인 과거사 청산 실천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사법부의 신뢰를 높이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며 “다만 긴급조치 판결을 일괄무효로 하는 문제는 이론적 근거를 정확히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영수 고려대 교수(헌법학)는 “긴급조치는 독일의 소위 ‘나치법’ 과는 사안이 조금 다르다”며 “이 문제를 법률로 정하는 것은 ‘소급입법 금지’원칙에 따라 위헌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오랜 이론적 연구가 필요하기 때문에 판결문 분석 작업이 끝나고 3개월이 지나도록 아직 결론을 못 내리고 있다”며 “여러 검증 작업을 거쳐 오는 9월 대법원장 취임 1주년에 과거사 청산에 대한 대법원의 입장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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