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가 자발적인 의사로 수사관과 동행하는 경우가 아니면 임의동행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그 동안 인권침해 논란이 돼 왔던 ‘임의동행’에 대해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대법원이 첫 판단을 내린 것이다.
따라서 경찰이 범죄 피의자나 참고인들을 임의동행 형식으로 연행해오고 혐의가 드러나면 긴급체포해 오던 수사방식도 바뀔 전망이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손지열 대법관)는 6일 경찰의 임의동행 요구에 따라 경찰서로 연행된 후 긴급체포를 당했다가 감시소홀을 틈 타 달아난 혐의로 기소된 박 모(28)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경찰관 직무집행법 3조는 ‘어떠한 죄를 범했거나 범하려 한다는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 또는 이미 행해진 범죄나 행해지려는 범죄행위에 관해 그 사실을 안다고 인정되는 자를 경찰서 지구대 파출소 또는 출장소로 동행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 당해인은 경찰관의 동행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수사관이 수사과정에서 당사자의 동의를 받는 형식으로 피의자를 수사관서 등에 동행하는 것은 상대방의 신체의 자유가 현실적으로 제한돼 실질적으로 체포와 유사한 상태에 놓이게 되는데도 영장을 요하지 않고 그 밖에 강제성을 띤 동행을 억제할 방법도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경찰관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는 심리적 압박 아래 이뤄진 임의동행은 사실상 강제연행, 즉 불법체포에 해당한다”며 “경찰관이 임의동행 후 긴급체포 절차를 밟았더라도 불법체포 이후 취해진 조치에 불과하므로 긴급체포 또한 위법하다”고 말했다.
임의동행이 적법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수사관이 동행요구에 앞서 피의자에게 동행을 거부할 수 있음을 알려줬거나 △피의자가 동행과정에서 자유로이 이탈하는 등 돌아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는 점이 객관적으로 인정돼야 한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박씨는 2004년 9월 현금·수표 절도사건을 수사 중이던 경찰에 의해 임의동행 형식으로 연행됐다. 경찰이 박씨의 누나로부터 ‘동생이 수표를 줬다’는 진술을 받아낸 후 박씨를 경찰서로 끌고 온 것이다. 경찰은 대질조사 등을 거쳐 박씨를 긴급체포했지만 그는 경찰이 입감서류를 작성하는 동안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경찰서를 빠져나갔다. 하지만 곧바로 붙잡힌 그는 도주혐의로 기소됐다.
1,2심 법원은 경찰의 임의동행이 강제연행에 해당하므로 형법 제145조1항 도주죄의 구성요건인 ‘법률에 의하여 체포 또는 구금된 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임의동행이란
임의동행은 경찰관직무집행법 제3조2항에 따른 수사방식이다.
불심검문과 관련된 제3조1항은 수상한 행동을 하거나 범죄와 연관이 있다고 판단되는 사람을 경찰관이 정지시켜 질문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2항은 이 질문이 당사자에게 불리하거나 교통에 방해가 될 때 부근 경찰서나 지구대로 동행을 요구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동행 요구 때도 경찰관은 자신의 신분과 소속·성명을 밝히고 목적과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동행을 요구받은 사람의 가족 등에게 자신의 신분·동행장소·목적을 알려야 한다.
아울러 경찰관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음을 알려야 하고, 동행을 요구받은 사람이 거부하면 임의동행을 할 수 없다. 경찰서에 동행했을 때도 6시간을 넘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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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인권침해 논란이 돼 왔던 ‘임의동행’에 대해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대법원이 첫 판단을 내린 것이다.
따라서 경찰이 범죄 피의자나 참고인들을 임의동행 형식으로 연행해오고 혐의가 드러나면 긴급체포해 오던 수사방식도 바뀔 전망이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손지열 대법관)는 6일 경찰의 임의동행 요구에 따라 경찰서로 연행된 후 긴급체포를 당했다가 감시소홀을 틈 타 달아난 혐의로 기소된 박 모(28)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경찰관 직무집행법 3조는 ‘어떠한 죄를 범했거나 범하려 한다는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 또는 이미 행해진 범죄나 행해지려는 범죄행위에 관해 그 사실을 안다고 인정되는 자를 경찰서 지구대 파출소 또는 출장소로 동행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 당해인은 경찰관의 동행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수사관이 수사과정에서 당사자의 동의를 받는 형식으로 피의자를 수사관서 등에 동행하는 것은 상대방의 신체의 자유가 현실적으로 제한돼 실질적으로 체포와 유사한 상태에 놓이게 되는데도 영장을 요하지 않고 그 밖에 강제성을 띤 동행을 억제할 방법도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경찰관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는 심리적 압박 아래 이뤄진 임의동행은 사실상 강제연행, 즉 불법체포에 해당한다”며 “경찰관이 임의동행 후 긴급체포 절차를 밟았더라도 불법체포 이후 취해진 조치에 불과하므로 긴급체포 또한 위법하다”고 말했다.
임의동행이 적법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수사관이 동행요구에 앞서 피의자에게 동행을 거부할 수 있음을 알려줬거나 △피의자가 동행과정에서 자유로이 이탈하는 등 돌아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는 점이 객관적으로 인정돼야 한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박씨는 2004년 9월 현금·수표 절도사건을 수사 중이던 경찰에 의해 임의동행 형식으로 연행됐다. 경찰이 박씨의 누나로부터 ‘동생이 수표를 줬다’는 진술을 받아낸 후 박씨를 경찰서로 끌고 온 것이다. 경찰은 대질조사 등을 거쳐 박씨를 긴급체포했지만 그는 경찰이 입감서류를 작성하는 동안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경찰서를 빠져나갔다. 하지만 곧바로 붙잡힌 그는 도주혐의로 기소됐다.
1,2심 법원은 경찰의 임의동행이 강제연행에 해당하므로 형법 제145조1항 도주죄의 구성요건인 ‘법률에 의하여 체포 또는 구금된 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임의동행이란
임의동행은 경찰관직무집행법 제3조2항에 따른 수사방식이다.
불심검문과 관련된 제3조1항은 수상한 행동을 하거나 범죄와 연관이 있다고 판단되는 사람을 경찰관이 정지시켜 질문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2항은 이 질문이 당사자에게 불리하거나 교통에 방해가 될 때 부근 경찰서나 지구대로 동행을 요구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동행 요구 때도 경찰관은 자신의 신분과 소속·성명을 밝히고 목적과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동행을 요구받은 사람의 가족 등에게 자신의 신분·동행장소·목적을 알려야 한다.
아울러 경찰관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음을 알려야 하고, 동행을 요구받은 사람이 거부하면 임의동행을 할 수 없다. 경찰서에 동행했을 때도 6시간을 넘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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