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까지만 해도 천정부지로 치솟던 이명박 서울시장의 지지도가 3월 ‘테니스 파동’으로 꺾인 후 제자리걸음을 계속하고 있다. 이 시장 지지도는 지방선거 후 박근혜 전대표에게 추월까지 당하고 말았다. 1주일 후 서울시장을 그만두면 당분간 언론의 조명을 받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이 시장측은 지지도 변화에 크게 개의치 않겠다는 입장이다. 조해진 정무특보는 “여론지지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한 적도 없고, 하락을 막기 위해서 신경을 쓴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민대학교 김형준 교수는 “(이 시장의) 지지도가 꺾인 것이 아니라 잠복되어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엄청난 언론의 융단폭격에도 그 정도를 유지한다는 것이 이 시장 지지도의 견고성”이라고 설명했다. ‘청계천 복원’과 ‘추진력’ ‘능력’이 뒷받침된 ‘이명박 브랜드’의 위력이라는 것이다.
◆“끝까지 갈 수 있을까” 의심 커져 = 그러나 눈을 조금만 돌려보면 테니스 파동 후 이 시장을 바라보는 당 안팎의 시각이 상당해 변했음을 알 수 있다.
연초까지만해도 ‘확실한 대권주자’였으나, 테니스 파동 후 ‘확인해 봐야 할 대권주자’ ‘뭔가 하자가 있을 수 있는 주자’로 인식이 확 바뀐 것. ‘테니스 파동’이라는 잽 한방에 휘청거리는 이 시장을 보면서 당 내부에는 ‘끝까지 갈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적지 않다. 이회창 전총재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 시장이 대선과정에서 제기될 엄혹한 도덕적 검증을 넘어서지 못하면 청계천 업적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연말·연초 이 시장쪽으로 줄을 섰던 당내 의원들이 5·31 지방선거 후 대거 박 전대표쪽으로 쏠리고 있다.
이 시장측은 정치권 안팎에 퍼져있는 병역문제, 재산 형성과정 의혹 등 갖가지 소문은 사실이 아닌 악의에 찬 조작이라고 주장한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여권이 ‘경악할 만한 사건’이라고 폭로한 것이 평범한 별장파티에 불과했다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이 시장에게 의심을 보내는 측의 시각은 이것과 판이하다. 설사 이 시장이 별다른 하자가 없다고 해도, 유사한 문제들이 제기됐을 때 국민들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할 여지가 있는 한 이 시장이 이 굴레로부터 완전하게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나라당의 한 인사는 “‘테니스 파문’의 가장 큰 영향력은 국민들로 하여금 ‘이 시장이면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만든 것”이라며 “이회창 후보에게 쏟아진 병역의혹이나 기양건설 사건처럼 없는 얘기도 만들어내는 대선에서 이 시장이 과연 방어력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시장 “청계천도 테니스도 과거” = 이 시장을 향해 제기되는 또 하나의 의구심은 ‘미래 비전이 있느냐’는 것. 과거의 유물을 과감하게 파헤쳤고 뜯어고쳤지만, 국민에게는 ‘70년대식 불도저 이미지’를 먼저 떠올린다.
이에 대해서는 이 시장도 자신만만하다. 어차피 대선이 ‘미래에 대한 선택’인 만큼, 국민요구에 부합하는 ‘시대정신’과 ‘어젠다’를 선점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시장측은 2007년 시대정신을 ‘선진국 진입’과 ‘경제부흥’으로 잡고 있다고 한다. 즉 경제성장을 통한 삶의 질 향상이 모든 국민들의 여망이며, 경제문제는 세계사적 조류이기도 하다는 것. 이 시장은 대한민국의 선진국 진입과 경제부흥을 위한 ‘국가개조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선진국 진입’과 ‘경제부흥’이 2007년 시대정신이 아니라면 어쩔 수 없지만, 청계천과 비교되지 않는 국가개조프로그램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2007년 시대정신은 경제부흥” = 이 지점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도 의견이 엇갈린다. 김형준 교수는 “2007년의 시대정신은 한 번도 이뤄보지 못한 국민통합 즉 ‘안정과 통합’이거나, 10년째 답보하고 있는 ‘경제 성장’이거나, 여전히 진행 중인 ‘개혁’ 중에서 하나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 시장의 관점이 어느 정도 현실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또 다른 전문가들은 ‘국가개조 프로그램’은 ‘21세기를 이끌어갈 미래 지도자 이미지를 만들지는 못한다’고 주장한다.
한나라당 주변의 한 인사는 “국민들은 대통령을 능력만으로 선택하지 않는다”며 “이 시장이 21세기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지도자로 평가받기 위해선 ‘도덕적 검증’ 뿐만 아니라, 한반도 문제 해결 능력, 분열된 국민여론을 통합하는 능력까지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컨설팅그룹 민의 박성민 대표도 “이 시장의 지지도에는 참여정부와 노무현 대통령의 무능으로 인한 반사이익이 끼어 있다”며 “이 시장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역사적 당위성은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어쩌면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이명박’이라기보다는 이 시장이 가지고 있는 ‘추진력’일지 모른다는 것. 만일 강력한 추진력을 가진 사람이 나타나면 이 시장을 대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시장의 이미지 변신과 국가개조 프로그램이 이 시장의 허약성을 보강할 보약이 될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백왕순 기자 wsp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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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시장측은 지지도 변화에 크게 개의치 않겠다는 입장이다. 조해진 정무특보는 “여론지지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한 적도 없고, 하락을 막기 위해서 신경을 쓴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민대학교 김형준 교수는 “(이 시장의) 지지도가 꺾인 것이 아니라 잠복되어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엄청난 언론의 융단폭격에도 그 정도를 유지한다는 것이 이 시장 지지도의 견고성”이라고 설명했다. ‘청계천 복원’과 ‘추진력’ ‘능력’이 뒷받침된 ‘이명박 브랜드’의 위력이라는 것이다.
◆“끝까지 갈 수 있을까” 의심 커져 = 그러나 눈을 조금만 돌려보면 테니스 파동 후 이 시장을 바라보는 당 안팎의 시각이 상당해 변했음을 알 수 있다.
연초까지만해도 ‘확실한 대권주자’였으나, 테니스 파동 후 ‘확인해 봐야 할 대권주자’ ‘뭔가 하자가 있을 수 있는 주자’로 인식이 확 바뀐 것. ‘테니스 파동’이라는 잽 한방에 휘청거리는 이 시장을 보면서 당 내부에는 ‘끝까지 갈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적지 않다. 이회창 전총재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 시장이 대선과정에서 제기될 엄혹한 도덕적 검증을 넘어서지 못하면 청계천 업적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연말·연초 이 시장쪽으로 줄을 섰던 당내 의원들이 5·31 지방선거 후 대거 박 전대표쪽으로 쏠리고 있다.
이 시장측은 정치권 안팎에 퍼져있는 병역문제, 재산 형성과정 의혹 등 갖가지 소문은 사실이 아닌 악의에 찬 조작이라고 주장한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여권이 ‘경악할 만한 사건’이라고 폭로한 것이 평범한 별장파티에 불과했다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이 시장에게 의심을 보내는 측의 시각은 이것과 판이하다. 설사 이 시장이 별다른 하자가 없다고 해도, 유사한 문제들이 제기됐을 때 국민들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할 여지가 있는 한 이 시장이 이 굴레로부터 완전하게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나라당의 한 인사는 “‘테니스 파문’의 가장 큰 영향력은 국민들로 하여금 ‘이 시장이면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만든 것”이라며 “이회창 후보에게 쏟아진 병역의혹이나 기양건설 사건처럼 없는 얘기도 만들어내는 대선에서 이 시장이 과연 방어력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시장 “청계천도 테니스도 과거” = 이 시장을 향해 제기되는 또 하나의 의구심은 ‘미래 비전이 있느냐’는 것. 과거의 유물을 과감하게 파헤쳤고 뜯어고쳤지만, 국민에게는 ‘70년대식 불도저 이미지’를 먼저 떠올린다.
이에 대해서는 이 시장도 자신만만하다. 어차피 대선이 ‘미래에 대한 선택’인 만큼, 국민요구에 부합하는 ‘시대정신’과 ‘어젠다’를 선점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시장측은 2007년 시대정신을 ‘선진국 진입’과 ‘경제부흥’으로 잡고 있다고 한다. 즉 경제성장을 통한 삶의 질 향상이 모든 국민들의 여망이며, 경제문제는 세계사적 조류이기도 하다는 것. 이 시장은 대한민국의 선진국 진입과 경제부흥을 위한 ‘국가개조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선진국 진입’과 ‘경제부흥’이 2007년 시대정신이 아니라면 어쩔 수 없지만, 청계천과 비교되지 않는 국가개조프로그램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2007년 시대정신은 경제부흥” = 이 지점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도 의견이 엇갈린다. 김형준 교수는 “2007년의 시대정신은 한 번도 이뤄보지 못한 국민통합 즉 ‘안정과 통합’이거나, 10년째 답보하고 있는 ‘경제 성장’이거나, 여전히 진행 중인 ‘개혁’ 중에서 하나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 시장의 관점이 어느 정도 현실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또 다른 전문가들은 ‘국가개조 프로그램’은 ‘21세기를 이끌어갈 미래 지도자 이미지를 만들지는 못한다’고 주장한다.
한나라당 주변의 한 인사는 “국민들은 대통령을 능력만으로 선택하지 않는다”며 “이 시장이 21세기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지도자로 평가받기 위해선 ‘도덕적 검증’ 뿐만 아니라, 한반도 문제 해결 능력, 분열된 국민여론을 통합하는 능력까지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컨설팅그룹 민의 박성민 대표도 “이 시장의 지지도에는 참여정부와 노무현 대통령의 무능으로 인한 반사이익이 끼어 있다”며 “이 시장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역사적 당위성은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어쩌면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이명박’이라기보다는 이 시장이 가지고 있는 ‘추진력’일지 모른다는 것. 만일 강력한 추진력을 가진 사람이 나타나면 이 시장을 대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시장의 이미지 변신과 국가개조 프로그램이 이 시장의 허약성을 보강할 보약이 될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백왕순 기자 wsp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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