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토론 - 에너지 위기와 원자력발전

지역내일 2006-07-12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의존도는 97%에 이른다. 고유가 시대를 맞아 원자력발전을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재생가능에너지 비중을 높이고 에너지 정책을 ‘공급’ 중심에서 ‘수요관리’쪽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원자력발전이 지구온난화의 해결책인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이 문제와 관련, 두 전문가의 의견을 싣는다.

“미래세대 위해 원자력 선택해야”
박군철 교수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제3차 석유파동은 이미 시작됐다. 그러면 왜 우리가 1, 2차 석유파동은 그렇게 충격적이었는데 지금은 피부로 느끼질 못하고 있는가. 이는 1, 2차 파동을 겪으며 석유회사나 정부가 터득한 학습효과 덕분이라고 본다. 이전 파동은 한달 만에 유가가 2배 이상 뛰었지만 지금은 3년이란 세월에 걸쳐 서서히 5원, 10원씩 올라 우리의 감각을 무디게 한 것이다.
급기야 최근엔 이란 핵문제에다 북한 미사일 발사까지 겹쳐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는 배럴당 75달러선까지 치솟아 사상 최고를 기록하기도 했고, 우리가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두바이유도 70달러에 육박했다. 문제는 이런 고유가 추세가 한동안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제3차 석유파동 사태는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97%에 달하는 우리로선 경제의 고유가 ‘쓰나미’가 될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구 온난화 막는 청정에너지
이러한 상황에서 해외 자원개발이 국가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함은 물론이고 풍력·조력·태양광 발전 등 대체에너지 개발도 시급하다. 또 국가 기간동력으로서의 원자력에 대한 중요도도 재인식되어야 한다.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오는 2030년 경에는 화석연료 사용량이 지금보다 50%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교토 기후변화협약이 발효돼 더 이상 무분별하게 화석연료에 의존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과다한 화석연료의 사용, 삼림벌채 등으로 인해 가속화하는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북반구 최대의 빙하인 그린란드 빙원이 녹아내려 지난 100년간 해수면은 약 23cm나 상승했다고 한다. 예상대로 2030년경 지표근처 평균온도가 현재보다 2℃ 상승한다고 가정할 때 남반구에서의 온상작물 재배는 불가능해지거나 대폭 감수가 예상된다.
그리고 아시아 연안의 도시, 나일강, 양자강, 메콩강 등의 하구 삼각지대는 극심한 피해가 불가피해진다. 태풍과 허리케인, 사이클론 등의 강도가 벌써부터 증가하고 피해가 확산되는 것이 이를 예고하고 있다.
삼림파괴로 인한 산성비의 피해는 또 어떤가. ‘동유럽의 알프스’라 불릴 만큼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던 체코슬로바키아와 독일 국경에 걸친 에르츠 산지는 지금 산성비 때문에 메마른 산림이 몇 십km나 이어지는 볼품없는 산이 되고 말았다.
자연이 우리에게 많은 혜택을 주는 만큼 우리의 건강한 삶과 생존을 위해서라도 자연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생태계 파괴로 인해 초래되는 지구온난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화석 연료를 대체할 에너지 개발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평형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기술개발이 시급하다. 환경문제 뿐 아니라 인구문제, 이에 따른 식량 및 물문제 등 21세기 우리 지구가 안고 가야 할 숱한 과제들을 모두 해결해 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원자력과 같은 청정에너지 확보다.
최근 미국은 고유가에 맞서 32년 만에 15기 이상의 원전 건설 허가를 신청 중이고, 운영 중인 42기의 원전 수명을 최대 60년까지 늘려 놓았다. 유럽 역시 마찬가지다. 독일과 이탈리아는 원전 건설로 방향을 틀었고, 환경론자 천국이라는 핀란드도 원전 건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은 2020년까지 원전 30기를 추가로 건설, 원전 설비용량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일본도 오는 2015년까지 9기의 신규 원전을 건설, 원전 비중을 43%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그 이유는 기술집약 에너지인 원자력이 화석에너지에 대한 선택적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각 나라마다 원전은 생존 수단이자 새로운 국가전략으로 자리잡고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지난 70년대초 에너지 자립의 중요성을 인식, 원전 건설을 추진해 78년 4월 고리 원자력 1호기가 상업운전을 개시한 이후 세계 6위의 원자력 발전국으로 발돋움했다. 원자력 발전 덕택으로 세계에서 가장 값싸고 최고 양질인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원자력 평화적 이용 확대해야
환경단체의 주장대로 원전이 안된다면 뭔가 합리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바이오 연료와 풍력. 태양광 발전은 아직 갈 길이 멀고 값도 비싸다. 결국 대안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확대시킬 수밖에 없다. 대안없는 비판론이 옳은지, 아니면 현실을 직시하는 지혜가 필요한지는 우리 스스로 판단해야 할 문제다.
고유가 시대에 원자력이 존재해야 하는 당위성은 확실하다. 원자력은 기술만 좋으면 많은 양의 에너지를 공급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환경보존에도 크게 기여하는 청정에너지다. 후대에 깨끗한 자연환경을 물려줄 것을 생각한다면 원자력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와 국민 모두가 원자력에 대한 인식제고와 함께 에너지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새롭게 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점이 다가왔다.

“원전 1250기 추가건설 가능한가”
이필렬 교수 (방송통신대 교양학부 에너지전환 대표)

원자력으로 이산화탄소를 얼마나 줄일 수 있을까? 원자력 산업계는 원자력 발전소 하나가 연간 최대 1200만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계산은 그리 간단치 않다. 원자력 발전은 설비 제조 과정이나 연료 준비 과정에서 매우 많은 에너지를 사용한다. 우라늄의 경우 우라늄 광석을 채굴하고 여기서 우라늄을 뽑아내고, 이를 다시 핵분열 연쇄반응이 가능하도록 농축하고, 마지막으로 핵연료로 가공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에 많은 양의 에너지가 투입되고, 그에 따라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독일의 생태연구소가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원자력발전을 하기 위한 모든 활동을 고려했을 때의 온실기체 배출량은 원자력 산업계가 주장하는 1킬로와트시의 전력당 3~6g이 아니라 35g이 된다. 원자력 발전의 이산화탄소 배출 정도는 천연가스 열병합 발전과 비슷하다. 더욱이 소형 열병합 발전기는 투입된 에너지의 32%를 전력으로, 53%를 난방열로 변환하기 때문에 전체 효율이 85%에 달한다. 그러나 원자력 발전의 효율은 34%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 66%의 에너지는 모두 열의 형태로 버려진다.

고준위핵폐기물 25만5000톤
현재 지구 전체의 전기 생산에서 원자력 발전이 차지하는 비율은 17%이다.(수력 약 20%, 화력 약 60%). 지구의 1차 에너지 수요 중 전기의 비율이 34%라는 것을 고려하면 지구 전체의 1차 에너지 수요 중에서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율은 6%도 안된다.
다른 에너지원과 비교할 때 원자력의 가장 큰 약점은 전기 생산에만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원자력 산업계의 주장을 받아들여 원자력 발전을 최대로 확대해서 화력 발전을 모두 원자력 발전으로 대체한다 해도 이산화탄소의 20% 정도만을 줄일 수 있을 뿐이다.
이 20%를 줄이기 위해 1990년을 기준으로 화력 발전을 모두 원자력 발전으로 대체할 경우 가동중인 420기의 원자로 외에 추가로 발전용량 130만킬로와트급의 원자로 1250기를 더 건설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채굴 가능한 우라늄 매장량은 130만킬로와트급의 원자로 1000기를 30년 간 가동할 수 있는 양밖에 되지 않는다. 원자로 1250기를 추가로 건설한다면 원자력 발전이 가능한 기간은 최대 18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현재 방식의 원자력발전으로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 결국 원자력발전이 가능한 기간을 60배 가량 늘려주는 고속증식로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 수백개의 고속증식로가 가동된다고 가정해보자. 이를 위해서는 플루토늄을 뽑아내는 수십개의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시설이 필요하다. 이 시설들을 대체 어디에 세울 것인가. 게다가 재처리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고준위 핵폐기물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전세계에는 440개의 원자력발전소가 있다. 여기서 전세계 에너지의 7%, 전력의 20% 정도가 생산된다. 지금까지 이들 발전소에서 쏟아져나온 핵폐기물의 양도 엄청나다. 지금까지 쌓인 강한 방사능을 내뿜는 고준위 핵폐기물의 양은 25만5000톤에 달한다.
고준위 핵폐기물은 매우 위험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사람과 동식물이 사는 생태계와 접촉하지 않게 격리해야 한다. 고준위 핵폐기물 속에는 플루토늄이나 테크네슘 같이 반감기가 수만년에서 수십만년이나 되는 것도 섞여 있다. 세슘은 방사능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관객이 가득 찬 극장에 한방울만 떨어져도 수백명이 목숨을 잃을 수 있다. 고준위 방사성 물질은 방사능과 함께 상당한 열을 내뿜기 때문에 특수강으로 제작된 용기에 담아 커다란 물통이나 공랭식 저장소에서 수십년 동안 냉각시켜야 한다. 이 정도의 기간이 지나야 열이 어느 정도 줄어들고 다루기가 조금 쉬워진다.
나라마다 기준이 다르지만 고준위 핵폐기물은 수만년에서 100만년까지 안전하게 격리해야 한다. 미국에는 현재 4만톤 이상의 사용후 핵연료가 모두 발전소 부지 안에 보관되어 있다. 그 중에는 40년 이상 보관된 것도 있고, 냉각수조가 낡아서 손상된 것도 있기 때문에 방사능 누출 가능성도 높다.

20년 조사하고도 건설 못해
미국 유카산 영구처분장의 경우 1970년대 말에 후보로 지정된 후 20년 간 조사가 이루어졌고 2002년 2월 부시행정부가 핵폐기장 부지로 선언했지만 네바다주와 지역 주민들의 저항으로 공사가 진척되지 않고 있다.
9·11 이후 발전소 내 사용후 핵연료 저장소가 테러에 취약하다는 우려가 크게 일어났지만 영구처분장 건설사업은 아직 시작도 못하고 있다. 전세계 어느 나라도 고준위 핵폐기물을 제대로 처분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고준위 핵폐기물 처분장을 가지고 있는 나라는 하나도 없다.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