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지만 땀흘려 일하고 있던 양평동 서민 주거지는 갑자기 들이닥친 수마로 황폐한 모습으로 변했다.
17일 오후 기자가 찾아간 양평동 6가 한 다세대 주택 지하에서는 칠순이 넘은 할머니와 자식들이 한참 물을 퍼내고 있었다. 올해 73세의 이영래 할머니는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20만원으로 방 두 칸이 딸린 12평 이 집에서 81세의 할아버지와 아들, 딸과 함께 5년째 살고 있다.
이영래 할머니는 “평소 고혈압 증세가 있었는데 아직도 가슴이 벌렁 거린다”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다”고 하소연 했다. 할머니한테는 올해 38세의 아들이 있는데 고등학교 3학년 때 옆자리 친구에 머리를 크게 얻어맞고 20년 동안 병원신세를 지고 있다고 한다.
친구들과 아침 6시부터 물을 퍼내고 있다는 딸 서 모(34)씨는 “동사무소에서 양수기 빌려다가 하루 종일 물을 퍼내고 있다”며 “한전직원이 전기공사해준 것 말고는 기자님이 처음 찾아온 것”이라고 당국의 처사에 불만을 터뜨렸다.
할머니 집을 빠져나와 버려진 쓰레기로 가득 찬 골목길을 따라 오래된 ㅇ 연립주택에 들어섰다. 이 연립 지하에 사는 이영식(여·52)씨는 “인근 아파트에 사는 언니한테 전화 받고 겨우 가재도구 일부만 빼냈다”며 “대피하라는 차량방송은 그러고 나서 한시간쯤 뒤에나 있었다”고 말했다.
역시 이 연립 지하에 사는 유구례(70)할머니도 20만원 월세에 손자와 손녀를 데리고 산다. 유 할머니는 “스무살 된 손자는 간질환 환자고 기초생활보조금 30만원이 소득의 전부”라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힘없이 말했다.
ㄷ 연립 지하에 사는 태국에서 왔다는 외 국인노동자 ㅈ(여·28)씨는 “태국에서 온지 4년 됐는데 집 앞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며 “태국에서 함께 온 사람들이 13명 있다”고 말했다. 이들 외국인 노동자들은 불법체류자 신분이 많아서 어디다 하소연도 하지 못하고 있다. 간판제조회사 ㄷ사를 경영하는 이 모씨는 “공장이 1미터 이상 침수됐다”며 “컴퓨터 4대와 작업해 놓은 간판들이 모두 망가졌다”고 말했다.
이번 양평동 일대 물난리는 비단 지하에 사는 사람들만 할퀴고 지나가지 않았다. 연립주택들이 늘어선 바로 옆에 있는 ㄷ아파트도 성한 곳이 없었다.
오후 6시가 넘어서도 소방차 5대가 지하주차장에 가득 찬 물을 퍼내고 있었다. 주차장에 있는 수백대의 차량은 그대로 수장된 채였다. 기자가 언제부터 물을 퍼내기 시작했냐는 질문에 119 소방대원은 “16일 오후 5시경에 도착했다”고 말했지만 옆에 있던 한 주민은 “밤 10시가 넘어서야 물을 퍼내기 시작했다”고 반발했다. 아파트 주민들은 하나같이 당국의 늑장대응과 책임 있는 고위인사들의 형식적 발걸음에 분통을 터트렸다. 이 아파트에 사는 박장희(47)씨는 “오후에 오세훈 서울시장이 잠깐 왔다갔다”며 “현장을 한번 지나치고 말았다”고 말했다.
마침 기자가 찾아간 시간에 이 지역 국회의원인 고진화 의원(한나라당)이 찾아 왔지만 주민들의 항의에 뾰족한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그나마 이들 정치인들은 일반 주택이 들어선 곳에는 발길도 주지 않았다는 것이 주민들의 이야기다.
/백만호 정연근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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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기자가 찾아간 양평동 6가 한 다세대 주택 지하에서는 칠순이 넘은 할머니와 자식들이 한참 물을 퍼내고 있었다. 올해 73세의 이영래 할머니는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20만원으로 방 두 칸이 딸린 12평 이 집에서 81세의 할아버지와 아들, 딸과 함께 5년째 살고 있다.
이영래 할머니는 “평소 고혈압 증세가 있었는데 아직도 가슴이 벌렁 거린다”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다”고 하소연 했다. 할머니한테는 올해 38세의 아들이 있는데 고등학교 3학년 때 옆자리 친구에 머리를 크게 얻어맞고 20년 동안 병원신세를 지고 있다고 한다.
친구들과 아침 6시부터 물을 퍼내고 있다는 딸 서 모(34)씨는 “동사무소에서 양수기 빌려다가 하루 종일 물을 퍼내고 있다”며 “한전직원이 전기공사해준 것 말고는 기자님이 처음 찾아온 것”이라고 당국의 처사에 불만을 터뜨렸다.
할머니 집을 빠져나와 버려진 쓰레기로 가득 찬 골목길을 따라 오래된 ㅇ 연립주택에 들어섰다. 이 연립 지하에 사는 이영식(여·52)씨는 “인근 아파트에 사는 언니한테 전화 받고 겨우 가재도구 일부만 빼냈다”며 “대피하라는 차량방송은 그러고 나서 한시간쯤 뒤에나 있었다”고 말했다.
역시 이 연립 지하에 사는 유구례(70)할머니도 20만원 월세에 손자와 손녀를 데리고 산다. 유 할머니는 “스무살 된 손자는 간질환 환자고 기초생활보조금 30만원이 소득의 전부”라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힘없이 말했다.
ㄷ 연립 지하에 사는 태국에서 왔다는 외 국인노동자 ㅈ(여·28)씨는 “태국에서 온지 4년 됐는데 집 앞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며 “태국에서 함께 온 사람들이 13명 있다”고 말했다. 이들 외국인 노동자들은 불법체류자 신분이 많아서 어디다 하소연도 하지 못하고 있다. 간판제조회사 ㄷ사를 경영하는 이 모씨는 “공장이 1미터 이상 침수됐다”며 “컴퓨터 4대와 작업해 놓은 간판들이 모두 망가졌다”고 말했다.
이번 양평동 일대 물난리는 비단 지하에 사는 사람들만 할퀴고 지나가지 않았다. 연립주택들이 늘어선 바로 옆에 있는 ㄷ아파트도 성한 곳이 없었다.
오후 6시가 넘어서도 소방차 5대가 지하주차장에 가득 찬 물을 퍼내고 있었다. 주차장에 있는 수백대의 차량은 그대로 수장된 채였다. 기자가 언제부터 물을 퍼내기 시작했냐는 질문에 119 소방대원은 “16일 오후 5시경에 도착했다”고 말했지만 옆에 있던 한 주민은 “밤 10시가 넘어서야 물을 퍼내기 시작했다”고 반발했다. 아파트 주민들은 하나같이 당국의 늑장대응과 책임 있는 고위인사들의 형식적 발걸음에 분통을 터트렸다. 이 아파트에 사는 박장희(47)씨는 “오후에 오세훈 서울시장이 잠깐 왔다갔다”며 “현장을 한번 지나치고 말았다”고 말했다.
마침 기자가 찾아간 시간에 이 지역 국회의원인 고진화 의원(한나라당)이 찾아 왔지만 주민들의 항의에 뾰족한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그나마 이들 정치인들은 일반 주택이 들어선 곳에는 발길도 주지 않았다는 것이 주민들의 이야기다.
/백만호 정연근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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