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암기식 대입고사 사라지나

병폐 심각해 면접강화 목소리 높아 … “현실적으로 곤란” 반대도

지역내일 2006-07-20
우리나라보다 암기식 입시위주 교육의 병폐가 심각한 중국에서 대입제도개혁 논의가 한창이다. 대입제도개혁의 목소리를 높인 이들은 중국 각 대학의 총장들로 12~18일 상하이에서 열린 제3차 중국-외국대학총장포럼이 논의의 장을 마련했다.
가장 쟁점이 됐던 분야는 학생모집방식으로 현재 중국은 2일간의 대입고사로 얻어진 점수로 희망하는 대학에 지원하는, 예전 한국의 학력고사와 유사한 대입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한국의 현행 수시모집처럼 학교별로 면접시험을 통해 학생을 선발하고 이후에 대입고사성적을 제출하는 방식은 올해 처음 푸단대와 상하이자오퉁대 등 일부 상하이 명문대학에서 실시됐다.

◆“한 번 시험이 모든 것 평가 못 해”= 상하이 자오퉁대 시에셩우 총장은 13일 <신원완바오(신문만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학교는 면접에서 학생의 가치관, 학술소양 및 잠재능력, 조직능력 등을 평가하는 것을 기본원칙으로 삼았다”며 “이 같은 평가방식은 고등학교들이 교육의 본질을 중요시하고 학교의 사명을 중시하도록 만들 것이다”고 밝혔다.
이 학교는 올해 신입생의 일정비율을 사전 자율면접으로 선발했으나 합격생 3명이 1지망대학 합격선에 미달된 것으로 밝혀져 이들에 대한 면접시험을 재실시하기도 했다. 시에 총장은 “학교측은 면접 전문가조를 다시 구성해서 재면접을 실시했고 학생 3명 전원을 합격시켰다”며 “병이 나거나 집안에 변고가 생겨 대입고사를 망칠 수도 있는 만큼 대입고사성적에만 의존한다면 인재를 잃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전면접선발을 고려중인 화동사범대학 위리중 총장은 “교사는 특수직으로 전문기능과 친화력과 성숙한 인격이 요구된다”며 “이 같은 소질을 갖춘 인재를 선발하는 데 대입고사 성적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위 총장은 “종합적인 소질을 평가하는 면접을 통해 선발된 학생이 교사가 된다면 중국의 기초교육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은 교사직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면서 사범계열의 합격선이 높아지고 있다.

◆“면접강화, 시기상조” = 하지만 상하이 일부 대학들의 사전면접 자율선발 방식이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아직은 수적으로 우세한 상황이다. 반대하는 대학들의 의견은 대학이 자율권을 갖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중국의 현실’이 걸림돌이라는 입장이라고 뉴스전문사이트 <중궈왕(중국망)>이 18일 보도했다.
베이징어언대학 추이시량 총장은 “대학들이 자율권을 갖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감독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여서 중국 사회가 자율선발을 전면적으로 허용하지는 않을 것이다”고 밝혔다.
추이 총장은 또 “면접은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되기 마련인데 단시간에 면접을 통해 품행, 능력 등의 종합적인 소질을 판단한다는 것은 사실적으로 어렵다”며 “교수의 성격이나 기회가 면접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고 말했다.
칭화대 구빙린 총장은 “푸단대학의 자율모집방식은 학생, 대학, 사회에 모두 좋은 일이지만 중국 전역에 보급하기는 어려움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선, 면접에 응시하는 학생들이 각지에서 올라와야 하는데 빈곤계층의 학생들에게는 이것이 큰 부담이 될 것이고 그렇다고 교수들이 일일이 내려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며 “푸단대의 경우를 보면 전체학생을 면접으로 선발할 경우 1500명의 전문가집단이 필요한데 이를 조직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고 말했다.

◆학력고사·수시모집·수행평가 등 혼재 = 우리나라만큼이나 ‘일류대병’이 심각한 중국은 여전히 ‘학력고사’식 대입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이에 대한 개선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상하이 대학들이 실시한 ‘사전면접자율모집’방식이 중국 사회전반의 이슈가 된 이유도 대입제도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현실’이다. 심각한 도농격차, 빈부격차를 보이는 중국의 현실에서는 현행 대입고사식 방식이 적절하다는 것이다.
추이 총장은 “빈곤계층이나 사회적 약자계층의 학생들은 대입성적을 높게 받는 것이 자신의 운명을 바꿀 유일한 기회이다”며 “면접시험은 도·농간의 격차만을 벌릴 것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입고사가 사라지는 것은 학부모들에게는 재앙이 될 것이다”며 “중학교입시가 사라지고 ‘종합소질’선발방식으로 바뀐 후에 학부모들의 부담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명문대가 몰려있는 베이징이나 상하이 등 대도시를 한번 방문하는 경우에도 빚을 내야 하는 가난한 농촌가정의 경우에는 면접시험을 위한 상경이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사회 각 영역에서 뇌물수수가 사라지지 않고 있는 현실에서 부정부패에 대한 우려도 기우는 아니다.
다만 현재 후진타오 주석 등 중국지도부가 부르짖고 있는 ‘창신형 국가’ 건설을 위해서는 대학입시제도 개선이 필수적이라는 데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암기식, 점수따기식, 입시위주 교육으로는 학생들의 창의성을 육성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생각에서다. 중국과학기술대학 주칭스 총장은 14일 “‘창신’을 얘기하면서 대입제도개혁을 언급하지 않는 것은 ‘신발을 신고 다리를 긁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대입고사는 여전히 중요한 평가수단이지만 유일한 판단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연제호 리포터 news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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