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인도 현장 탐사를 통해 삼국유사 증명 노력
가야국 공주 일본에 가다
이종기 지음 / 책장 /1만2000원
“일본의 최초 여왕은 한국 사람이었다.”
중고교 시절 민족사관에 심취한 국사 선생님에게 들어봤음직한 이야기다.
해방된지 60년이 지났지만 일제 강점하에서 자행된 각종 역사왜곡 사실과 흔적은 우리 주위에 그대로 남아있다.
독도 분쟁이 일어나면 인터넷에서 왜곡된 역사부터 바로잡자는 네티즌의 리플이 홍수를 이룰 정도다. 식민지 국가의 울분을 토하는 것은 여기저기서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역사 왜곡을 바로잡을 증거를 보여주는데 인색하다.
진수의 ‘삼국지’, 일연의 ‘삼국유사’등 옛 문헌을 토대로 일본인들이 개국시조라고 하는 ‘야마이’국 히미코 여왕이 가야국의 수로왕의 딸인 ‘가야공주’라고 주장하는 한 민족사학자의 연구 유고집이 출판됐다.
‘가야공주 일본에 가다’(책장 펴냄)는 민족사학자 이기씨의 사후 10주기를 맞이해 그의 유고를 정리한 유고집이다. 저자는 한평생 과거의 문헌과 현장탐사를 통해 잃어버린 역사와 왜곡된 사실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했다,
한일간 고대사의 원형을 살펴본 이 책은 파묻혀버린 가야국의 각종 의문을 밝히기 위해 한국, 일본, 중국, 인도 4개국을 무대로 하고 있다. 저자는 삼국유사에 등장한 수로왕비 허왕후가 실존 인물이며 인도에서 왔다는 각종 정황을 제시한다.
또 인도에서 그녀가 온 뱃길이 아시아 사람들의 지혜를 배우고 삶을 풍요롭게 하던 무역로이자 문화교류로였다는 것, 수로왕과 허황후의 딸 가야공주는 일본을 통치한 야마다이의 첫 왕이었다는 근거를 쉬지 않고 제시했다.
일본 역사학계가 손사래를 치며 ‘말도 안 된다’고 할 만한다.
‘가야공주 일본에 가다’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히미꼬가 건너온 수수께끼’는 1976년 일본에서 출간된 지 한달만에 강제 회수됐다. 70년대, 한국에 비해 출판과 사상의 자유가 허용된 일본에서 이 책은 말 그대로 ‘금서’였다.
저자는 발매 금지라는 최악의 상황에도 불구하고 현장탐사와 연구를 멈추지 않았다. 꾸준히 자료를 모았고, 30년 후 ‘가야공주 일본에 가다’라는 이름의 완결판이 세상에 빛을 본 것이다.
저자는 한일의 역사학자들이 외면할 때 중국의 사서인 ‘삼국지’와 일연의 ‘삼국유사’를 지도 삼아 자전거로 일본 큐슈를 뒤지고 다녔다. 또 허황후의 고향인 인도의 아요디아로 건너가 가야국이 해상국으로 어떠한 위치였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저자는 수로왕릉 사당에 전해져 내려오는 ‘마주보는 물고기 문양’에서 힌트를 얻었다. 쌍어문이라고 불리는 이 문양은 우리나라 다른 곳에서 발견되지 않은 독특한 형태지만 저자에 의해 일본과 중국, 인도에서 일치되거나 유사한 문양이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일본 큐슈의 신사와 중국 복주의 절, 인도 북동부 아요디아의 사원 등에서 발견된 쌍어문을 통해 저자는 인도를 교역 파트너로 삼고 일본 큐슈에 식민지를 가졌던 가락국의 영화를 독자들에게 재현해 준다.
‘가야공주 일본에 가다’는 우리에게 패전국으로 인식돼 역사에서 사라진 가야국을 동북아 해상권을 장악한 해양국가로, 통치자 수로왕을 인도여자 아유타 공주와 국제결혼을 한 ‘로맨티스트’로 그렸다.
재야사학가의 근거없는 주장이라고 치부하기엔 너무나 그럴듯하다. 책을 읽을수록 각종 역사적 사실들이 조각맞추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아동문학가이자 시인이기도 한 저자는 70년대 이후 한일고대사 연구에 주력했다.
저자는 한국사를 ‘일리아드’와 같은 대서사시로 재창조 하고 싶어했다.
그러한 노력은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 고구려인의 삶을 그린 ‘하늘과 땅의 사랑’, 신라건국설화를 재조명한 ‘하늘과 바다의 사랑’ 등으로 나타났다. 또 ‘가락국탐사’를 펴내 주류 역사에서 소외된 우리 역사의 원형을 복원하는데 열정을 쏟아 부었다.
저자가 타계한 후 첫 유고집인 ‘춤추는 신녀’가 등장한 이후 그의 딸과 삼국유사 연구자인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이도흠 교수에 의해 두 번째 유고집이 세상에 선보였다. 타계 10년만의 일이다.
민족사학과 강단사학이 70년대 이후 대립하면서 재야사학은 대학가에서 배제된 것이 일반적이다. 저자의 주장 역시 ‘소설’로 터부시 되고 있다. 학술적 뒷받침이 전혀 없다는 것이 이유다.
저자의 차녀인 진아씨도 “우리나라로 치면 단군과 맞먹는 일본의 개국선조 히미코 여왕이 한반도 가락국의 공주라는 말은 일본인이라면 누구나 부정할 것”이라며 “우리의 힘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야공주 일본에 가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겠지만 저자가 강조한 “정당한 역사는 정당한 외교를 부른다”는 말은 지금도 쉬지 않고 우리에게 메아리로 들려오고 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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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국 공주 일본에 가다
이종기 지음 / 책장 /1만2000원
“일본의 최초 여왕은 한국 사람이었다.”
중고교 시절 민족사관에 심취한 국사 선생님에게 들어봤음직한 이야기다.
해방된지 60년이 지났지만 일제 강점하에서 자행된 각종 역사왜곡 사실과 흔적은 우리 주위에 그대로 남아있다.
독도 분쟁이 일어나면 인터넷에서 왜곡된 역사부터 바로잡자는 네티즌의 리플이 홍수를 이룰 정도다. 식민지 국가의 울분을 토하는 것은 여기저기서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역사 왜곡을 바로잡을 증거를 보여주는데 인색하다.
진수의 ‘삼국지’, 일연의 ‘삼국유사’등 옛 문헌을 토대로 일본인들이 개국시조라고 하는 ‘야마이’국 히미코 여왕이 가야국의 수로왕의 딸인 ‘가야공주’라고 주장하는 한 민족사학자의 연구 유고집이 출판됐다.
‘가야공주 일본에 가다’(책장 펴냄)는 민족사학자 이기씨의 사후 10주기를 맞이해 그의 유고를 정리한 유고집이다. 저자는 한평생 과거의 문헌과 현장탐사를 통해 잃어버린 역사와 왜곡된 사실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했다,
한일간 고대사의 원형을 살펴본 이 책은 파묻혀버린 가야국의 각종 의문을 밝히기 위해 한국, 일본, 중국, 인도 4개국을 무대로 하고 있다. 저자는 삼국유사에 등장한 수로왕비 허왕후가 실존 인물이며 인도에서 왔다는 각종 정황을 제시한다.
또 인도에서 그녀가 온 뱃길이 아시아 사람들의 지혜를 배우고 삶을 풍요롭게 하던 무역로이자 문화교류로였다는 것, 수로왕과 허황후의 딸 가야공주는 일본을 통치한 야마다이의 첫 왕이었다는 근거를 쉬지 않고 제시했다.
일본 역사학계가 손사래를 치며 ‘말도 안 된다’고 할 만한다.
‘가야공주 일본에 가다’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히미꼬가 건너온 수수께끼’는 1976년 일본에서 출간된 지 한달만에 강제 회수됐다. 70년대, 한국에 비해 출판과 사상의 자유가 허용된 일본에서 이 책은 말 그대로 ‘금서’였다.
저자는 발매 금지라는 최악의 상황에도 불구하고 현장탐사와 연구를 멈추지 않았다. 꾸준히 자료를 모았고, 30년 후 ‘가야공주 일본에 가다’라는 이름의 완결판이 세상에 빛을 본 것이다.
저자는 한일의 역사학자들이 외면할 때 중국의 사서인 ‘삼국지’와 일연의 ‘삼국유사’를 지도 삼아 자전거로 일본 큐슈를 뒤지고 다녔다. 또 허황후의 고향인 인도의 아요디아로 건너가 가야국이 해상국으로 어떠한 위치였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저자는 수로왕릉 사당에 전해져 내려오는 ‘마주보는 물고기 문양’에서 힌트를 얻었다. 쌍어문이라고 불리는 이 문양은 우리나라 다른 곳에서 발견되지 않은 독특한 형태지만 저자에 의해 일본과 중국, 인도에서 일치되거나 유사한 문양이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일본 큐슈의 신사와 중국 복주의 절, 인도 북동부 아요디아의 사원 등에서 발견된 쌍어문을 통해 저자는 인도를 교역 파트너로 삼고 일본 큐슈에 식민지를 가졌던 가락국의 영화를 독자들에게 재현해 준다.
‘가야공주 일본에 가다’는 우리에게 패전국으로 인식돼 역사에서 사라진 가야국을 동북아 해상권을 장악한 해양국가로, 통치자 수로왕을 인도여자 아유타 공주와 국제결혼을 한 ‘로맨티스트’로 그렸다.
재야사학가의 근거없는 주장이라고 치부하기엔 너무나 그럴듯하다. 책을 읽을수록 각종 역사적 사실들이 조각맞추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아동문학가이자 시인이기도 한 저자는 70년대 이후 한일고대사 연구에 주력했다.
저자는 한국사를 ‘일리아드’와 같은 대서사시로 재창조 하고 싶어했다.
그러한 노력은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 고구려인의 삶을 그린 ‘하늘과 땅의 사랑’, 신라건국설화를 재조명한 ‘하늘과 바다의 사랑’ 등으로 나타났다. 또 ‘가락국탐사’를 펴내 주류 역사에서 소외된 우리 역사의 원형을 복원하는데 열정을 쏟아 부었다.
저자가 타계한 후 첫 유고집인 ‘춤추는 신녀’가 등장한 이후 그의 딸과 삼국유사 연구자인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이도흠 교수에 의해 두 번째 유고집이 세상에 선보였다. 타계 10년만의 일이다.
민족사학과 강단사학이 70년대 이후 대립하면서 재야사학은 대학가에서 배제된 것이 일반적이다. 저자의 주장 역시 ‘소설’로 터부시 되고 있다. 학술적 뒷받침이 전혀 없다는 것이 이유다.
저자의 차녀인 진아씨도 “우리나라로 치면 단군과 맞먹는 일본의 개국선조 히미코 여왕이 한반도 가락국의 공주라는 말은 일본인이라면 누구나 부정할 것”이라며 “우리의 힘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야공주 일본에 가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겠지만 저자가 강조한 “정당한 역사는 정당한 외교를 부른다”는 말은 지금도 쉬지 않고 우리에게 메아리로 들려오고 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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