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과 ‘금융교육’
요즘 노후대비에 대한 직장인들의 관심이 뜨겁다. 얼마 전 대한상공회의소가 직장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노후대비를 하고있다.”는 응답자가 64.6%로 나타났다. 2년 전 조사결과와 비교하면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고령화 사회, 고용불안의 시대에 살고 있는 직장인들에게 노후대비가 얼마나 심각한 고민거리인가를 실감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직장인들이 기댈 언덕이 하나 생겼다. 바로 지난해 12월부터 도입된 ‘퇴직연금’이다. 퇴직연금은 지금처럼 퇴직금을 일시에 받는 대신에 연금으로 받도록 함으로써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보장하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퇴직연금이 앞으로 노후대비의 도우미로 각광 받을 전망이다.
퇴직연금에는 두 가지가 있다. 퇴직할 때 미리 회사와 약속한 액수의 퇴직금을 받게 되는 ‘확정급여형(DB형)’과 회사가 매년 일정한 적립금을 부담하고 그 운용수익률에 따라 퇴직금 액수가 결정되는 ‘확정기여형(DC형)’이다. 선진국의 예를 보면 시행 초기에는 DB형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후에는 DC형의 비중이 높아지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다. 실제 미국의 경우 퇴직연금시장에서 DC형의 비중이 1980년에는 29%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60%를 넘어서고 있다. 이런 추세를 감안하면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DC형의 비중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DC형이 DB형에 비해 여러 가지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DC형은 근로자 스스로가 퇴직금의 운용방법과 결과에 책임을 진다는 데 묘미가 있다. 회사가 퇴직금의 관리(운용) 책임을 맡는 DB형과는 달리 DC형은 근로자가 직접 퇴직금을 운용한다. 말하자면 DC형에서는 근로자 자신이 ‘펀드매니저’인 셈이다. 따라서 근로자가 퇴직금 운용에 필요한 최소한의 금융(투자)지식을 갖추어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금융지식이 태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서울대학교 경영연구소가 성인들의 금융(투자)지식 수준을 조사한 결과 100점 만점에 남성은 평균 46.6점, 여성은 36.8점에 불과했다. 성별을 불문하고 금융지식이 낙제점 수준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눈여겨볼 대목은 금융교육의 효과다. 즉 금융교육을 받은 경우 53점, 받지 않은 경우 38점으로 상당한 격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금융교육은 퇴직연금이 성공적으로 뿌리 내리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토양이다.
그런데 미국의 예를 보면 금융교육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사회전체가 힘을 모을 필요가 있다. 예컨대, 은행·보험 등 금융기관은 단순히 퇴직연금의 판매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금융지식이나 정보가 부족하기 쉬운 직장인들을 위한 금융교육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실례로 American Express는 2003년 말 현재 미 전역에서 2백만 명 이상의 직장인을 대상으로 금융교육을 실시했다. 동사는 매년 ‘금융교육 가이드(Workplace Financial Education and Advice Guide)’를 발간, 기업들에게 무료로 배포한다. 특히 금융교육을 필요로 하지만 시간을 내기 힘든 직장인들을 위한 기업체 방문교육에 역점을 기울인다. 금융교육의 범위는 노후대비의 필요성에서부터 투자의 기초, 적립금 운용방법, 투자상품 소개에 이르기까지 그 내용이 다양하다.
미국 기업들도 직원들의 노후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계획적인 노후설계가 가능하도록 금융교육에 관심을 아끼지 않는다. 직원들이 재정적 불안으로 업무에 집중하지 못한다면 회사 입장에서도 커다란 손실이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의 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직장인들은 평균 근무시간의 13%를 재무적인 문제들로 인해 낭비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문제들을 경험하면서 미국 기업들은 금융교육이 직원은 물론 조직성과에도 긍정적이라는 인식을 갖게 된 것이다.
또한 노동부를 중심으로 한 미국 정부 역시 퇴직연금과 관련해 금융기관이나 기업 차원에서의 금융교육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 물론 근로자들 자신도 금융교육에 관심을 기울인다. 퇴직연금이 도입되면서 이제 금융지식이 노후의 삶의 질을 결정짓는 요인이 되었기 때문이다. 노력한 사람이 보다 좋은 성적을 받는 것처럼 퇴직연금도 공부하는 만큼 수익률을 올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미국 근로자들은 스스로 ‘금융지능’을 높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
금융교육은 퇴직연금에 대한 사회 전체의 이해도를 높이는 계기로 작용하는 동시에 금융선진국으로 가는 초석이 될 수 있다. ‘일모도원(日暮途遠)’이란 고사성어가 있다. “해는 저무는데 갈 길은 멀다.”는 뜻이다. 어떤 일을 추진함에 있어 시간이 촉박한 상황을 비유하는 말이다. 퇴직연금의 정착을 위해 금융교육을 준비하는 우리 사회의 마음가짐이 이와 같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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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노후대비에 대한 직장인들의 관심이 뜨겁다. 얼마 전 대한상공회의소가 직장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노후대비를 하고있다.”는 응답자가 64.6%로 나타났다. 2년 전 조사결과와 비교하면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고령화 사회, 고용불안의 시대에 살고 있는 직장인들에게 노후대비가 얼마나 심각한 고민거리인가를 실감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직장인들이 기댈 언덕이 하나 생겼다. 바로 지난해 12월부터 도입된 ‘퇴직연금’이다. 퇴직연금은 지금처럼 퇴직금을 일시에 받는 대신에 연금으로 받도록 함으로써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보장하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퇴직연금이 앞으로 노후대비의 도우미로 각광 받을 전망이다.
퇴직연금에는 두 가지가 있다. 퇴직할 때 미리 회사와 약속한 액수의 퇴직금을 받게 되는 ‘확정급여형(DB형)’과 회사가 매년 일정한 적립금을 부담하고 그 운용수익률에 따라 퇴직금 액수가 결정되는 ‘확정기여형(DC형)’이다. 선진국의 예를 보면 시행 초기에는 DB형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후에는 DC형의 비중이 높아지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다. 실제 미국의 경우 퇴직연금시장에서 DC형의 비중이 1980년에는 29%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60%를 넘어서고 있다. 이런 추세를 감안하면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DC형의 비중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DC형이 DB형에 비해 여러 가지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DC형은 근로자 스스로가 퇴직금의 운용방법과 결과에 책임을 진다는 데 묘미가 있다. 회사가 퇴직금의 관리(운용) 책임을 맡는 DB형과는 달리 DC형은 근로자가 직접 퇴직금을 운용한다. 말하자면 DC형에서는 근로자 자신이 ‘펀드매니저’인 셈이다. 따라서 근로자가 퇴직금 운용에 필요한 최소한의 금융(투자)지식을 갖추어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금융지식이 태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서울대학교 경영연구소가 성인들의 금융(투자)지식 수준을 조사한 결과 100점 만점에 남성은 평균 46.6점, 여성은 36.8점에 불과했다. 성별을 불문하고 금융지식이 낙제점 수준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눈여겨볼 대목은 금융교육의 효과다. 즉 금융교육을 받은 경우 53점, 받지 않은 경우 38점으로 상당한 격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금융교육은 퇴직연금이 성공적으로 뿌리 내리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토양이다.
그런데 미국의 예를 보면 금융교육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사회전체가 힘을 모을 필요가 있다. 예컨대, 은행·보험 등 금융기관은 단순히 퇴직연금의 판매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금융지식이나 정보가 부족하기 쉬운 직장인들을 위한 금융교육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실례로 American Express는 2003년 말 현재 미 전역에서 2백만 명 이상의 직장인을 대상으로 금융교육을 실시했다. 동사는 매년 ‘금융교육 가이드(Workplace Financial Education and Advice Guide)’를 발간, 기업들에게 무료로 배포한다. 특히 금융교육을 필요로 하지만 시간을 내기 힘든 직장인들을 위한 기업체 방문교육에 역점을 기울인다. 금융교육의 범위는 노후대비의 필요성에서부터 투자의 기초, 적립금 운용방법, 투자상품 소개에 이르기까지 그 내용이 다양하다.
미국 기업들도 직원들의 노후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계획적인 노후설계가 가능하도록 금융교육에 관심을 아끼지 않는다. 직원들이 재정적 불안으로 업무에 집중하지 못한다면 회사 입장에서도 커다란 손실이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의 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직장인들은 평균 근무시간의 13%를 재무적인 문제들로 인해 낭비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문제들을 경험하면서 미국 기업들은 금융교육이 직원은 물론 조직성과에도 긍정적이라는 인식을 갖게 된 것이다.
또한 노동부를 중심으로 한 미국 정부 역시 퇴직연금과 관련해 금융기관이나 기업 차원에서의 금융교육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 물론 근로자들 자신도 금융교육에 관심을 기울인다. 퇴직연금이 도입되면서 이제 금융지식이 노후의 삶의 질을 결정짓는 요인이 되었기 때문이다. 노력한 사람이 보다 좋은 성적을 받는 것처럼 퇴직연금도 공부하는 만큼 수익률을 올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미국 근로자들은 스스로 ‘금융지능’을 높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
금융교육은 퇴직연금에 대한 사회 전체의 이해도를 높이는 계기로 작용하는 동시에 금융선진국으로 가는 초석이 될 수 있다. ‘일모도원(日暮途遠)’이란 고사성어가 있다. “해는 저무는데 갈 길은 멀다.”는 뜻이다. 어떤 일을 추진함에 있어 시간이 촉박한 상황을 비유하는 말이다. 퇴직연금의 정착을 위해 금융교육을 준비하는 우리 사회의 마음가짐이 이와 같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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