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기고>조화로운 금융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김장희 2006.07.25)

지역내일 2006-07-24
조화로운 금융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
김장희 국민은행 연구소장

얼마 전 일선 지점장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이다. 7080시절엔 가수와 명사회자로 맹활약을 했고, 최근엔 젊은 연예인을 발굴하고 육성하여 한류열풍을 일으켰던 분이 은행대출을 포함하여 요지에 빌딩을 하나 매입하게 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대출서류를 작성하러 지점에 들린 그 분에게 온라인 창구를 담당하는 차장이 덕담을 겸하여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고 한다. "이번에 큰 빌딩을 하나 장만 하신다니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 인사말에 그 분의 얼굴이 벌겋게 변하더니 대출서류를 찢어 휴지통에 넣어버리고 은행 문을 박차고 나가버렸다는 것이다. 이는 유명 연예인의 성질이 참 고약하다는 안주거리 이상의 의미를 지닌, 금융업에 종사하는 이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는 이야기이다. 자신의 대출문제를 온라인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알고 있다는 것에 대해 참을 수 없는 화가 난 것이 문제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은행창구 모습이 지난 세월동안 많은 변화를 해온 것은 사실이다. 예전의 관공서 민원실 창구처럼 고압적이고 권위적인 모습이 변하여 빠른 업무를 처리하는 하이 카운터(high counter)와 상담업무를 처리하는 로 카운터(low counter)로 세분화 되었고, 소위 거액자산가 고객들에게는 VIP코너 등 별도의 응대장소를 마련하기도 하였다. 은행에 따라서 다소 차이는 있지만 입출금업무와 상담업무를 엄격하게 분리하여 차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애쓰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하이 카운터에서 입출금업무를 하면서 고객관계관리(customer relation management) 시스템에 나타나는 정보를 이용해 "고객님, 저희 은행의 카드가 없으시네요. 최근에 다기능에 여러 가지 혜택이 주어지는 새로운 카드가 출시되었는데 하나 가입하시지요"라든가 보통예금에 많은 잔고를 오래 갖고 있는 고객에게 "고객님, 요즈음 수익률 좋은 해외펀드가 많이 있는데 잘 골라보시고 하나 드시겠어요"라며 팸플릿을 건네는 모습이 아직은 흔한 풍경이다.
그러나 고객이 변하고 있다. 거액의 자산관리를 위탁하고 거액의 대출을 이용하는 소위 큰손 고객들만이 보다 차별적인 서비스와 대접을 받고자 하는 것만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고객들은 자신의 정보가 다른 직원에게 노출되고 공개되는 것을 꺼린다는 것이다. 고객들은 자신의 서비스에 대해 보다 전문화된 서비스를 원한다는 것이다. 거래 규모가 크던지 작던지 단순한 입출금업무에선 입출금업무만을 하고 상담업무에선 자신의 거래내역이 철저히 보장된 전문적인 서비스를 원하는 것이다.
이는 병원에서 내과도 소화기 내과, 호흡기 내과, 내분비 내과 등으로 세분화되면서 특진료를 내고서라도 자신의 주치의를 두고 치료를 받고자 하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금융정보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하면서 입출금이나 송금 등의 전통적인 은행거래업무는 ATM기나 인터넷뱅킹 및 모바일폰 등으로 해결하고, 은행창구에서는 보다 심도 있고 질적으로 우수하며 자신의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하여 선진국에서는 상담업무를 하는 곳이 부스형으로 변화되고 있다. 이 사람 저 사람이 함께 섞인 로카운트가 아닌 칸막이로 자신이 보호되는 부스에 들어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다. 부스형 상담을 받는데 번호표를 받아 아무에게나 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금융주치의를 기다려 상담을 받고 업무를 처리하는 모습으로까지 진화하였다.
이러한 변화는 은행의 비용을 늘리게 된다. 부스를 마련하기 위한 시설비나 운영비만이 문제가 아니다. 전문적인 서비스를 일대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전문가도 있어야 하고 서비스 시간도 길어지게 마련이다. 따라서 전체 운영경비에서 인건비의 비중이 늘어나게 된다. 전문적으로 말하면 수입중 운영경비의 비중(cost-income ratio)이 증대된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동 비율은 아직 40%대를 약간 상회하지만 전문적인 상담업무를 하는 은행들의 동 비중은 60%를 육박하거나 상회한다.
이는 금융업이 단순한 거래업무중심에서 전문적인 상담업무중심으로 패러다임 자체가 변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금융업이 이러한 전문적이고 고부가가치적인 모습으로 진화되어 가는데 여러 가지 장벽에 직면하고 있음은 냉엄한 현실이다.
금융서비스는 북스형의 안락하고 익명성이 보장되는 장소에서 유명한 전문가로부터 받으려 하면서도 비용은 특진료가 아닌 일반의사의 비용을 내려 하고 있다. 이는 금융서비스는 공공재인냥 인식되어온 우리의 전통과 무관하지 않다. 금융서비스의 패러다임은 변화하였는데 서비스의 가격결정과 가격지불에 대한 패러다임은 아직 변화하지 않은 부조화에 다름 아니다. 또한 부스형 서비스 창구 속에 앉아 있는 금융서비스제공자의 전문성도 아직은 충분한 신뢰성을 갖지 못하고 있는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따라서 금융기업은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금융주치의를 더욱 많이 양성하는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금융 서비스 이용자는 서비스에 걸 맞는 특진료를 기꺼이 지불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여기에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금융업은 주민등록등본을 발급하는 공공서비스업이 아니라 고객의 금융행복을 책임지는 21세기형 신서비스산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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