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 중국 우수학생들, 왜 홍콩 대학에 몰리나
부 : 장학금·국제화수준에 끌려 … “이질적 교육체제의 충돌”
중국의 우수한 고교생들이 홍콩의 대학으로 몰리고 있다. ‘가오카오(중국대학입학고사)’에서 지역·계열별 ‘장원(수석)’한 학생들이 대거 홍콩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중국 최고 명문대인 베이징대와 칭화대 입학을 포기하고 홍콩의 대학으로 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홍콩대학으로 가는 중국 우수학생들 = <중궈신원저우칸(중국신문주간)> 최신호 인터넷판은 20일 “8개 홍콩 대학의 대륙학생모집 규모는 1300명이지만 응시생은 3만명에 이르러 23:1의 경쟁률을 보였다”며 “홍콩이공대학은 200명 모집에 9600명이 응시해 48:1이라는 홍콩 대학 내 최고경쟁률을 나타냈다”고 보도했다.
홍콩성시대학 총장인 장신강 교수는 “당초 대륙응시생 입학정원은 170명이었지만 워낙 우수한 인재가 몰리면서 220명까지 늘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홍콩중문대학은 이미 4개성의 ‘장원’학생을 받아들이기로 했고 광동성 ‘가오카오’에서 900점을 받은 14명의 ‘장원’생 중 7명이 홍콩 대학을 택했다.
베이징 명문 고등학교인 인민대 부속중학교는 올해 상위 10%의 수험생이 홍콩의 대학에 지원했으며 졸업생 40%가 베이징대와 칭화대에 진학해 최고 명문학교로 불리는 베이징 중점 제4중학 수험생 100명은 홍콩대학에 진학해 이 대학 대륙응시생의 20%를 차지하기도 했다.
중국은 성·자치구·직할시급 지역별로 문과와 이과 ‘장원’이 있고 선택과목에 따라 ‘장원’의 기준도 달라져 기준에 따라 매년 수십에서 수백명의 ‘장원’이 탄생한다.
◆왜 홍콩으로 몰리나 = 대륙의 우수한 학생들이 홍콩 대학으로 몰리는 이유로는 우선 고액의 장학금, 영어 수업 등 높은 국제화 수준, 밝은 취업전망 등이 꼽히고 있다.
장신강 교수는 “홍콩성시대학은 전액장학금 대상 학생들에게 4년간 44만 홍콩달러를 지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성시대학의 1년간 학비는 등록금과 기숙사비, 기타 잡비를 포함해 9만 홍콩달러 수준이다.
4년간 50만 홍콩달러를 전액장학금 대상 학생들에게 지급하는 대학들도 있다. 중국대륙의 경우 평균 장학금 액수가 홍콩의 10%에도 못 미치며 장학금 수혜자도 매우 적은 편이다.
또 수업이 영어로 이뤄지는 등 국제화 환경이 뛰어나다는 것도 홍콩 대학이 갖는 이점이다. 홍콩성시대학 통계에 따르면 대륙출신학생 가운데 외국으로 유학을 가거나 취업하는 비율이 64%에 이른다. 중산층을 중심으로 해외유학 붐이 일고 있는 중국의 상황을 고려하면 홍콩 대학들은 뛰어난 디딤돌이 되는 셈이다.
이처럼 좋은 여건을 가진 홍콩 대학들이 최근 들어 각광을 받게 된 이유는 대륙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유로운 학생모집이 2003년부터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홍콩 대학들의 대륙학생모집은 홍콩의 대륙반환 직후인 1998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홍콩의 자선단체인 ‘경마회’는 홍콩 대학에 대륙우수학생모집을 위한 장학금을 기부했고 이 돈으로 홍콩의 대학들은 대륙의 10개 대학을 통해 학생을 모집했다. 예를 들어 베이징대에 입학한 학생을 대학이 홍콩의 대학으로 재추천하는 방식이다.
국가교육발전연구중심 관계자는 “이 같은 대리모집은 2002년까지 계속되다가 2003년부터 중국 교육부가 홍콩 대학들의 자주적인 학생모집을 허가했다”고 밝혔다.
홍콩의 대학이 대륙학생들을 대상으로 모집을 시작했을 때 학생과 학부모의 반응은 냉담했지만 좋은 여건과 공세적인 홍보 등에 힘입어 최근 2년 사이 홍콩의 대학들은 베이징대, 칭화대, 런민대, 푸단대 등과 함께 중국의 1류대학군을 형성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베이징·칭화’로 상징되는 중국의 명문대가 2류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로 다른 교육체제의 경쟁” = 홍콩의 대학들과 대륙의 명문대학들이 본격적인 경쟁체제에 돌입하자 중국에서는 수많은 논쟁들이 벌어지고 있다.
‘베이징·칭화대는 2류대’라는 다소 자조적인 논쟁부터 “중국의 대학들이 국제적 경쟁체제 속에 본격적으로 진입했다“는 논쟁까지 현재 중국 교육계는 홍콩 대학의 중국명문대군 편입에 대한 의미를 분석하기에 바쁘다.
베이징이공대학 교육과학연구소 양동핑 교수는 “홍콩 대학과 중국 대학 간의 경쟁은 사실 명문대 간 경쟁이라기보다는 두 종류의 대학제도의 경쟁이라고 말해야 한다”며 “홍콩 대학을 선택하는 것은 대륙 대학의 교육 이념·내용·문화 등과 완전히 다른 교육을 선택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중국신문주간>은 “8개 홍콩 대학 중 중문대학과 성시대학을 제외하고는 ‘가오카오’점수를 입학기준으로 하지 않는다”며 “이는 학생모집 방식이 다른 것에 불과하지만 서로 다른 교육체제가 충돌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논평했다.
홍콩진후이대학 우칭후이 총장은 “‘가오카오’성적만을 기준으로 하면 입학생을 선발하는 일이 간단하지만 우리는 1점차로 당락이 갈리는 시험점수를 믿지 않는다”며 “면접을 통해 학생의 대응능력이 어떤지 반응이 얼마나 빠른지 등을 평가한다”고 밝혔다.
중국 반환 이후 변방의 도시로 전락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제기됐던 홍콩이 우수한 대학을 앞세워 중국 대륙 전체를 흔들고 있는 셈이다.
연제호 리포터 news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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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신문주간>중궈신원저우칸(중국신문주간)>
부 : 장학금·국제화수준에 끌려 … “이질적 교육체제의 충돌”
중국의 우수한 고교생들이 홍콩의 대학으로 몰리고 있다. ‘가오카오(중국대학입학고사)’에서 지역·계열별 ‘장원(수석)’한 학생들이 대거 홍콩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중국 최고 명문대인 베이징대와 칭화대 입학을 포기하고 홍콩의 대학으로 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홍콩대학으로 가는 중국 우수학생들 = <중궈신원저우칸(중국신문주간)> 최신호 인터넷판은 20일 “8개 홍콩 대학의 대륙학생모집 규모는 1300명이지만 응시생은 3만명에 이르러 23:1의 경쟁률을 보였다”며 “홍콩이공대학은 200명 모집에 9600명이 응시해 48:1이라는 홍콩 대학 내 최고경쟁률을 나타냈다”고 보도했다.
홍콩성시대학 총장인 장신강 교수는 “당초 대륙응시생 입학정원은 170명이었지만 워낙 우수한 인재가 몰리면서 220명까지 늘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홍콩중문대학은 이미 4개성의 ‘장원’학생을 받아들이기로 했고 광동성 ‘가오카오’에서 900점을 받은 14명의 ‘장원’생 중 7명이 홍콩 대학을 택했다.
베이징 명문 고등학교인 인민대 부속중학교는 올해 상위 10%의 수험생이 홍콩의 대학에 지원했으며 졸업생 40%가 베이징대와 칭화대에 진학해 최고 명문학교로 불리는 베이징 중점 제4중학 수험생 100명은 홍콩대학에 진학해 이 대학 대륙응시생의 20%를 차지하기도 했다.
중국은 성·자치구·직할시급 지역별로 문과와 이과 ‘장원’이 있고 선택과목에 따라 ‘장원’의 기준도 달라져 기준에 따라 매년 수십에서 수백명의 ‘장원’이 탄생한다.
◆왜 홍콩으로 몰리나 = 대륙의 우수한 학생들이 홍콩 대학으로 몰리는 이유로는 우선 고액의 장학금, 영어 수업 등 높은 국제화 수준, 밝은 취업전망 등이 꼽히고 있다.
장신강 교수는 “홍콩성시대학은 전액장학금 대상 학생들에게 4년간 44만 홍콩달러를 지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성시대학의 1년간 학비는 등록금과 기숙사비, 기타 잡비를 포함해 9만 홍콩달러 수준이다.
4년간 50만 홍콩달러를 전액장학금 대상 학생들에게 지급하는 대학들도 있다. 중국대륙의 경우 평균 장학금 액수가 홍콩의 10%에도 못 미치며 장학금 수혜자도 매우 적은 편이다.
또 수업이 영어로 이뤄지는 등 국제화 환경이 뛰어나다는 것도 홍콩 대학이 갖는 이점이다. 홍콩성시대학 통계에 따르면 대륙출신학생 가운데 외국으로 유학을 가거나 취업하는 비율이 64%에 이른다. 중산층을 중심으로 해외유학 붐이 일고 있는 중국의 상황을 고려하면 홍콩 대학들은 뛰어난 디딤돌이 되는 셈이다.
이처럼 좋은 여건을 가진 홍콩 대학들이 최근 들어 각광을 받게 된 이유는 대륙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유로운 학생모집이 2003년부터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홍콩 대학들의 대륙학생모집은 홍콩의 대륙반환 직후인 1998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홍콩의 자선단체인 ‘경마회’는 홍콩 대학에 대륙우수학생모집을 위한 장학금을 기부했고 이 돈으로 홍콩의 대학들은 대륙의 10개 대학을 통해 학생을 모집했다. 예를 들어 베이징대에 입학한 학생을 대학이 홍콩의 대학으로 재추천하는 방식이다.
국가교육발전연구중심 관계자는 “이 같은 대리모집은 2002년까지 계속되다가 2003년부터 중국 교육부가 홍콩 대학들의 자주적인 학생모집을 허가했다”고 밝혔다.
홍콩의 대학이 대륙학생들을 대상으로 모집을 시작했을 때 학생과 학부모의 반응은 냉담했지만 좋은 여건과 공세적인 홍보 등에 힘입어 최근 2년 사이 홍콩의 대학들은 베이징대, 칭화대, 런민대, 푸단대 등과 함께 중국의 1류대학군을 형성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베이징·칭화’로 상징되는 중국의 명문대가 2류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로 다른 교육체제의 경쟁” = 홍콩의 대학들과 대륙의 명문대학들이 본격적인 경쟁체제에 돌입하자 중국에서는 수많은 논쟁들이 벌어지고 있다.
‘베이징·칭화대는 2류대’라는 다소 자조적인 논쟁부터 “중국의 대학들이 국제적 경쟁체제 속에 본격적으로 진입했다“는 논쟁까지 현재 중국 교육계는 홍콩 대학의 중국명문대군 편입에 대한 의미를 분석하기에 바쁘다.
베이징이공대학 교육과학연구소 양동핑 교수는 “홍콩 대학과 중국 대학 간의 경쟁은 사실 명문대 간 경쟁이라기보다는 두 종류의 대학제도의 경쟁이라고 말해야 한다”며 “홍콩 대학을 선택하는 것은 대륙 대학의 교육 이념·내용·문화 등과 완전히 다른 교육을 선택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중국신문주간>은 “8개 홍콩 대학 중 중문대학과 성시대학을 제외하고는 ‘가오카오’점수를 입학기준으로 하지 않는다”며 “이는 학생모집 방식이 다른 것에 불과하지만 서로 다른 교육체제가 충돌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논평했다.
홍콩진후이대학 우칭후이 총장은 “‘가오카오’성적만을 기준으로 하면 입학생을 선발하는 일이 간단하지만 우리는 1점차로 당락이 갈리는 시험점수를 믿지 않는다”며 “면접을 통해 학생의 대응능력이 어떤지 반응이 얼마나 빠른지 등을 평가한다”고 밝혔다.
중국 반환 이후 변방의 도시로 전락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제기됐던 홍콩이 우수한 대학을 앞세워 중국 대륙 전체를 흔들고 있는 셈이다.
연제호 리포터 news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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