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권력’도 부끄러움을 알아야 한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김혁규 열린우리당 의원과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 김태랑 국회 사무총장 등 여권인사들과 열린우리당 출입기자 8명이 지난 29일 충북 충주 소재 골프장에서 만났다. 3개 방송사, 4개 신문사, 1개 통신사 소속이라고 한다.
고용과 소비에 일조하는 골프 자체를 탓할 생각은 없다. 제 돈 내고 운동하는 사람을 비난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누구보다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언론인과 정치인에 관련된 일이다. 수해골프 파문으로 한나라당의 재보선 불패신화가 깨진 후 불과 3일 만에 일어난 일이다. 수마가 할퀴고 지나간 자리에 또 집중호우가 쏟아져 수재민들이 넋을 놓고 있는 상황이었다.
김 의원은 오랜 전에 잡힌 약속이었고 기자들이 예정대로 진행하자고 요구해서 그대로 따랐지만 자신은 골프를 안쳤다고 변명했다. 정 장관도 골프채도 가져가지 않았고, 아침식사만 한 뒤 과천청사로 출근했다고 해명했다. 기자들은 라운딩에 나섰으나 비가 와서 곧 중단하고, 비용도 갹출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골프모임에 참석한 기자 중에는 “기자가 취재원을 만나러 간 것”이라고 강변했다. 취재상 골프가 필요하다면 당연히 기자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기자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만약 기자가 각자 부담으로 골프를 치자고 제안했을 때 이런 ‘융통성 없는’ 기자와 어울릴 정치인이 있을까.
국회의원이 골프장에서 기자를 ‘접대’하는 풍토가 많이 사라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공공연히 소문을 안낼 뿐 끼리끼리 모이는 것은 여전한 모양이다.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된 충주 소재 골프장은 노무현 대통령을 오랫동안 후원해온 강금원씨가 사장이다. 정세균 장관이 당 대표를 지냈고, 현직 의원이라고 하더라도 정치부기자들과 주말 하루를 함께 보낼 처지는 아니다. 골프를 안쳤다하더라도 멀리 충주까지 달려가서 아침 한 끼 먹고 과천으로 출근할 정도로 한가한 자리가 아니다. 현직 ‘산업부장관’의 동석을 누가 요청했는지 의문이다.
이번 파문에도 불구하고 기자사회에 기생하는 ‘끈끈한 접대문화’에 대한 반성이나 개선책은 나오기 쉽지 않을 것 같다. ‘기자권력’을 비난해야 하는 정치권은 매우 조심스러운 모양이다. 29일 MBC가 처음 보도를 한 후 소속 기자가 골프모임에 참석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몇 개 언론은 아예 기사로 다루지 않고 있다. 다른 언론사들도 소위 ‘동업자’를 비판하는데 조심스럽다.
김병준 교육부총리가 언론으로부터 연일 난타를 당하고 있다. 이미 교육수장으로서 도덕성에 상당한 결함이 드러났다. 이처럼 정치인과 관료에 대해서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언론이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는 관대하거나 슬쩍 뭉개고 가려는 ‘이중 잣대’를 가져서는 안 된다.
대부분 언론은 참여정부가 인사와 정책에서 온갖 난맥상을 보이는 배경으로 ‘권력에 취해서 오만과 독선에 빠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해 왔다. 기자들도 ‘언론권력’에 취해 남의 눈에 ‘티’만 찾으려하지, 정작 자신의 눈에 있는 티는 치료할 수 없는 깊은 상처가 될 때까지 방치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남을 탓해서 무엇하랴. 우선 나 자신부터 돌아볼 일이다.
신명식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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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김혁규 열린우리당 의원과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 김태랑 국회 사무총장 등 여권인사들과 열린우리당 출입기자 8명이 지난 29일 충북 충주 소재 골프장에서 만났다. 3개 방송사, 4개 신문사, 1개 통신사 소속이라고 한다.
고용과 소비에 일조하는 골프 자체를 탓할 생각은 없다. 제 돈 내고 운동하는 사람을 비난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누구보다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언론인과 정치인에 관련된 일이다. 수해골프 파문으로 한나라당의 재보선 불패신화가 깨진 후 불과 3일 만에 일어난 일이다. 수마가 할퀴고 지나간 자리에 또 집중호우가 쏟아져 수재민들이 넋을 놓고 있는 상황이었다.
김 의원은 오랜 전에 잡힌 약속이었고 기자들이 예정대로 진행하자고 요구해서 그대로 따랐지만 자신은 골프를 안쳤다고 변명했다. 정 장관도 골프채도 가져가지 않았고, 아침식사만 한 뒤 과천청사로 출근했다고 해명했다. 기자들은 라운딩에 나섰으나 비가 와서 곧 중단하고, 비용도 갹출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골프모임에 참석한 기자 중에는 “기자가 취재원을 만나러 간 것”이라고 강변했다. 취재상 골프가 필요하다면 당연히 기자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기자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만약 기자가 각자 부담으로 골프를 치자고 제안했을 때 이런 ‘융통성 없는’ 기자와 어울릴 정치인이 있을까.
국회의원이 골프장에서 기자를 ‘접대’하는 풍토가 많이 사라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공공연히 소문을 안낼 뿐 끼리끼리 모이는 것은 여전한 모양이다.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된 충주 소재 골프장은 노무현 대통령을 오랫동안 후원해온 강금원씨가 사장이다. 정세균 장관이 당 대표를 지냈고, 현직 의원이라고 하더라도 정치부기자들과 주말 하루를 함께 보낼 처지는 아니다. 골프를 안쳤다하더라도 멀리 충주까지 달려가서 아침 한 끼 먹고 과천으로 출근할 정도로 한가한 자리가 아니다. 현직 ‘산업부장관’의 동석을 누가 요청했는지 의문이다.
이번 파문에도 불구하고 기자사회에 기생하는 ‘끈끈한 접대문화’에 대한 반성이나 개선책은 나오기 쉽지 않을 것 같다. ‘기자권력’을 비난해야 하는 정치권은 매우 조심스러운 모양이다. 29일 MBC가 처음 보도를 한 후 소속 기자가 골프모임에 참석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몇 개 언론은 아예 기사로 다루지 않고 있다. 다른 언론사들도 소위 ‘동업자’를 비판하는데 조심스럽다.
김병준 교육부총리가 언론으로부터 연일 난타를 당하고 있다. 이미 교육수장으로서 도덕성에 상당한 결함이 드러났다. 이처럼 정치인과 관료에 대해서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언론이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는 관대하거나 슬쩍 뭉개고 가려는 ‘이중 잣대’를 가져서는 안 된다.
대부분 언론은 참여정부가 인사와 정책에서 온갖 난맥상을 보이는 배경으로 ‘권력에 취해서 오만과 독선에 빠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해 왔다. 기자들도 ‘언론권력’에 취해 남의 눈에 ‘티’만 찾으려하지, 정작 자신의 눈에 있는 티는 치료할 수 없는 깊은 상처가 될 때까지 방치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남을 탓해서 무엇하랴. 우선 나 자신부터 돌아볼 일이다.
신명식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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