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와 ‘뉴딜’을 제안한 김근태 우리당 의장, 독일로 연수간 정동영 전의장, 중도통합의 깃발을 든 고 건 전총리, 정중동행보를 하고 있는 박근혜 전대표, 국내외 방문을 계획하고 있는 이명박 전서울시장, 민심에 뛰어든 손학규 전경기도지사…
2007년 대선을 약 500여일 남겨둔 지금 여야 대선주자들은 각각 차별화된 행보를 하고 있다. 이미 나름대로 시대정신을 규정하고 조용히 준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또 어느 주자는 뭔가를 찾아보겠노라며 먼 길을 떠나기도 했다. 이들 행보의 모양새는 각각 다르지만 그 끝이 결국 시대정신으로 향해 있다는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예비대선주자들의 2007년 시대정신을 따라잡기 위한 노력은 이미 시작된 것이다.
◆산업화-민주화 이을 가치 놓고 고민 =
각 대선주자들의 시대정신에 대한 고민이 깊은 것은 사실이지만 편차는 분명 있다. 굳이 따지자면 여권 예비주자들의 고민이 훨씬 깊다. 여권이 현재 국민들에게 짙은 불신을 받고 있는 만큼 원점에서부터 고민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은 87년 이후 큰 흐름이었던 민주화라는 시대정신이 어느 정도 시효를 끝낼 상황에서 상황에서 길을 헤매고 있는 상태다.
여권 주자들 입장에서는 ‘시대정신을 찾는 일’이야말로 야당의 주자로 지지도에서 성큼 앞서고 있는 박근혜 전대표, 이명박 전시장과 차별화할 수 있는 중요한 고리이기도 하다.
그에 반해 야권 주자들은 ‘선진화’라는 틀을 이미 상정해놓고 그 속에서 고민하고 있다. 민주화의 시대정신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민주화세력이 ‘무능’한 것으로 평가된 만큼 선진화세력이 집권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야권주자들이 시대정신에 집착하는 데는 또 한가지 이유가 있다. 박 전대표나 이 전시장의 경우, ‘시대흐름을 되돌려놓을 것’이라는 여권의 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시대정신 찾기는 미래지향성을 갖추기 위한 중요 관문이다.
◆여권주자들, 한반도 평화.새로운 성장이 화두=
여권 주자 중 정동영 전의장은 “시대정신을 찾아 열린우리당이 다시 일어나야 한다”는 말을 남기고 독일 연수를 떠났다.
이재경 전 의장 특보는 “2007년 대선의 시대정신은 한반도 평화구조 정착”이라면서 “50년간 지체된 불안정한 평화를 평화구조로 만들어내는 것에 대한 지번과 확고한 그림과 설계도와 추진력, 이것이 중요한 국민적 의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반도에서 전쟁의 위기가 계속되는 한 경제성장이든 뭐든 아무것도 될 수 없다는 것이고 거기에 정 전의장의 고민이 있다는 것이다. 굳이 독일로 연수를 떠난 것도 바로 이런 고민들에 폭넓게 접근해보고자 하는 의도였던 셈이다.
김근태 당의장은 최근 나름 고민하고 있던 시대정신의 일단을 드러냈다. 30일 김 의장은 “재계가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가시적 조치를 결의해 주면, 여당이 나서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경영권 보호 장치 마련, 규제완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경제계와의 ‘뉴딜’은 그동안 김 의장이 고민해온 ‘포스트 민주화’의 한 자락인 셈이다.
김 의장측은 “2007년의 시대정신은 결국 87년 민주화 체제와 IMF 금융위기 이후 우리 사회에 불어닥친 개방·세계화의 흐름을 어떻게 계승하고 극복할 것인가가 핵심”이라면서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와 양극화, 성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의장측은 이를 ‘새로운 성장, 따뜻한 시장경제’로 표현한다.
고 건 전총리는 ‘국민통합과 강한 경제’를 시대정신으로 꼽고 있다. 이희순 희망한국연대 기획국장은 “시대정신이 결국 국민들의 요구가 집약된 거라면 지금 우리 국민들의 요구는 경제적으로 강한 나라, 10년 이상 좌절되고 있는 선진국 진입, G10국가로의 진입”이라면서 “이를 위한 전제조건은 국민통합”이라고 말했다.
◆야권주자들 ‘선진화·세계화’ 틀 내에서 고민 =
야권 주자들은 ‘선진화와 세계화’라는 틀 속에서 시대정신을 고민하고 있다는 점에 공통점이 있다.
박근혜 전대표의 경우 대표시절 여러번 강조했듯 산업화 민주화를 잇는 2007년 시대정신은 ‘선진화’라고 확고하게 믿고 있다. 박 전대표 측근인 유승민 의원은 “선진화라는 말이 진부하게 들릴 순 있지만 박 전대표는 선진국 만드는 것 말고 다른 걸 생각할 여유가 없다고 보고 있다”면서 “그를 위해선 경제나 외교안보 교육 이런 쪽에 정책적인 중심에 가야 되는 것 아니냐 하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전서울시장도 선진국 진입을 고민하면서 ‘경제와 국민통합’을 중요 화두로 제시하고 있다.
조해진 공보특보는 “국민소득 3만불 4만불의 선진국으로 진입해야 하고, 국민의 삶의 질이 높은 풍요롭고 품격있는 선진사회로 뛰어야 한다”면서 “그렇게 되려면 다시 한번 국민들이 하나의 비전과 목표를 향해서 한마음이 돼서 모든 에너지를 결집해야만 답보상태에서 빠져나가 제2의 고도성장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대정신을 찾기 위해 100일 민심대장정을 하고 있는 손학규 전지사는 지난 26일 기자와 만나 “아직 시대정신을 결론내릴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민심대장정을 하고 있는 것은 공허한 이념논쟁이나 구호에서 벗어나서 실천적인 현실을 바라보고자 하는 의도”라면서 “아직 시대정신이 무엇인가를 결론내지 못했지만 결국 디지털화·세계화 속에서 그에 맞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 그리고 통합·미래지향적인 틀속에서 바라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기 교수(연세대 사회학과)는 “여야 대선주자들이 고민하고 있는 것은 결국 ‘포스트민주화’를 어떤 가치로 채울 것이냐”라면서 “여권의 경우 그중에서도 양극화극복에 무게를 두고 있다면 야권주자들은 선진화에 무게를 두는 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창훈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2007년 대선을 약 500여일 남겨둔 지금 여야 대선주자들은 각각 차별화된 행보를 하고 있다. 이미 나름대로 시대정신을 규정하고 조용히 준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또 어느 주자는 뭔가를 찾아보겠노라며 먼 길을 떠나기도 했다. 이들 행보의 모양새는 각각 다르지만 그 끝이 결국 시대정신으로 향해 있다는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예비대선주자들의 2007년 시대정신을 따라잡기 위한 노력은 이미 시작된 것이다.
◆산업화-민주화 이을 가치 놓고 고민 =
각 대선주자들의 시대정신에 대한 고민이 깊은 것은 사실이지만 편차는 분명 있다. 굳이 따지자면 여권 예비주자들의 고민이 훨씬 깊다. 여권이 현재 국민들에게 짙은 불신을 받고 있는 만큼 원점에서부터 고민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은 87년 이후 큰 흐름이었던 민주화라는 시대정신이 어느 정도 시효를 끝낼 상황에서 상황에서 길을 헤매고 있는 상태다.
여권 주자들 입장에서는 ‘시대정신을 찾는 일’이야말로 야당의 주자로 지지도에서 성큼 앞서고 있는 박근혜 전대표, 이명박 전시장과 차별화할 수 있는 중요한 고리이기도 하다.
그에 반해 야권 주자들은 ‘선진화’라는 틀을 이미 상정해놓고 그 속에서 고민하고 있다. 민주화의 시대정신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민주화세력이 ‘무능’한 것으로 평가된 만큼 선진화세력이 집권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야권주자들이 시대정신에 집착하는 데는 또 한가지 이유가 있다. 박 전대표나 이 전시장의 경우, ‘시대흐름을 되돌려놓을 것’이라는 여권의 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시대정신 찾기는 미래지향성을 갖추기 위한 중요 관문이다.
◆여권주자들, 한반도 평화.새로운 성장이 화두=
여권 주자 중 정동영 전의장은 “시대정신을 찾아 열린우리당이 다시 일어나야 한다”는 말을 남기고 독일 연수를 떠났다.
이재경 전 의장 특보는 “2007년 대선의 시대정신은 한반도 평화구조 정착”이라면서 “50년간 지체된 불안정한 평화를 평화구조로 만들어내는 것에 대한 지번과 확고한 그림과 설계도와 추진력, 이것이 중요한 국민적 의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반도에서 전쟁의 위기가 계속되는 한 경제성장이든 뭐든 아무것도 될 수 없다는 것이고 거기에 정 전의장의 고민이 있다는 것이다. 굳이 독일로 연수를 떠난 것도 바로 이런 고민들에 폭넓게 접근해보고자 하는 의도였던 셈이다.
김근태 당의장은 최근 나름 고민하고 있던 시대정신의 일단을 드러냈다. 30일 김 의장은 “재계가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가시적 조치를 결의해 주면, 여당이 나서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경영권 보호 장치 마련, 규제완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경제계와의 ‘뉴딜’은 그동안 김 의장이 고민해온 ‘포스트 민주화’의 한 자락인 셈이다.
김 의장측은 “2007년의 시대정신은 결국 87년 민주화 체제와 IMF 금융위기 이후 우리 사회에 불어닥친 개방·세계화의 흐름을 어떻게 계승하고 극복할 것인가가 핵심”이라면서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와 양극화, 성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의장측은 이를 ‘새로운 성장, 따뜻한 시장경제’로 표현한다.
고 건 전총리는 ‘국민통합과 강한 경제’를 시대정신으로 꼽고 있다. 이희순 희망한국연대 기획국장은 “시대정신이 결국 국민들의 요구가 집약된 거라면 지금 우리 국민들의 요구는 경제적으로 강한 나라, 10년 이상 좌절되고 있는 선진국 진입, G10국가로의 진입”이라면서 “이를 위한 전제조건은 국민통합”이라고 말했다.
◆야권주자들 ‘선진화·세계화’ 틀 내에서 고민 =
야권 주자들은 ‘선진화와 세계화’라는 틀 속에서 시대정신을 고민하고 있다는 점에 공통점이 있다.
박근혜 전대표의 경우 대표시절 여러번 강조했듯 산업화 민주화를 잇는 2007년 시대정신은 ‘선진화’라고 확고하게 믿고 있다. 박 전대표 측근인 유승민 의원은 “선진화라는 말이 진부하게 들릴 순 있지만 박 전대표는 선진국 만드는 것 말고 다른 걸 생각할 여유가 없다고 보고 있다”면서 “그를 위해선 경제나 외교안보 교육 이런 쪽에 정책적인 중심에 가야 되는 것 아니냐 하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전서울시장도 선진국 진입을 고민하면서 ‘경제와 국민통합’을 중요 화두로 제시하고 있다.
조해진 공보특보는 “국민소득 3만불 4만불의 선진국으로 진입해야 하고, 국민의 삶의 질이 높은 풍요롭고 품격있는 선진사회로 뛰어야 한다”면서 “그렇게 되려면 다시 한번 국민들이 하나의 비전과 목표를 향해서 한마음이 돼서 모든 에너지를 결집해야만 답보상태에서 빠져나가 제2의 고도성장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대정신을 찾기 위해 100일 민심대장정을 하고 있는 손학규 전지사는 지난 26일 기자와 만나 “아직 시대정신을 결론내릴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민심대장정을 하고 있는 것은 공허한 이념논쟁이나 구호에서 벗어나서 실천적인 현실을 바라보고자 하는 의도”라면서 “아직 시대정신이 무엇인가를 결론내지 못했지만 결국 디지털화·세계화 속에서 그에 맞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 그리고 통합·미래지향적인 틀속에서 바라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기 교수(연세대 사회학과)는 “여야 대선주자들이 고민하고 있는 것은 결국 ‘포스트민주화’를 어떤 가치로 채울 것이냐”라면서 “여권의 경우 그중에서도 양극화극복에 무게를 두고 있다면 야권주자들은 선진화에 무게를 두는 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창훈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