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진단>3대 개혁입법과 DJ의 장담

<내일진단>

지역내일 2001-03-02
<내일진단>3대 개혁입법과 DJ의 장담
남봉우 정당팀장

1일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에서 오랫동안 여운을 남기는 질문이 하나 있었다. “국민이 정치권에 냉소를 보내는 것은 정치인과 관련된 비리, 부정부패 때문이라고 보는데 <부패방지법>이 제정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냐”는 물음이 그것이다. 질문자는 “개혁입법을 위해서는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2시간여에 걸친 ‘국민과의 대화’ 중 유독 이 질문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김 대통령의 대답이 워낙 단호했기 때문일 게다.
이 질문에 대해 김 대통령은 “<반부패기본법>을 반드시 통과시켜 법적 제도를 확실히 하겠다”고 잘라 말했다. 그리고 돈세탁방지법의 제정도 강조했다.
그러나 김 대통령의 단호한 대답을 들으면서도 “정말 개혁입법을 제정할 의지가 있을까”라는 의문부호가 떠오르는 이유는 왜일까.

반부패법 등 개혁입법 손도 못댄 2월 국회
김 대통령은 지난 1월 11일 연두기자회견에서도 “<인권법> <반부패법> <국가보안법> 등 개혁입법을 반드시 처리하겠다”며 분명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은 “개혁입법으로 한나라당과 차별성을 분명히 하겠다는 의지”라는 주석을 달기도 했다.
김중권 민주당 대표도 1월 말의 의원·지구당 위원장 연찬회와 2월 초 연두기자회견에서 “3대 개혁입법은 김 대통령의 국정운영과 통치철학의 근간인데도 집권 3년 동안 명쾌한 당론을 결정하지 못했으나 더 이상 주저할 때가 아니다”며 분위기를 잡았다.
그러나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여당이 보여준 모습은 솔직히 ‘실망’을 넘어 ‘절망’에 가깝다. 애초 여권의 핵심 관계자들은 “국민의 정부가 실제 일할 수 있는 시간은 올 상반기, 그것도 2~3월밖에 없다”며 2월 임시국회에서는 어떤 식으로건 개혁입법에 대해 결판을 내겠다고 했지만 처리된 게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국가보안법> 개정 문제는 자민련의 심기를 건드린다는 이유로 꺼내보기도 전에 손을 들어버렸다. <국가인권위원회법>은 누더기 상태로 국회에 제출했다. <반부패기본법>은 지난해 11월 국회에 제출하기는 했지만 여지껏 서랍 속에 잠들어 있다.
3대 개혁입법은 그만두고라도 당정합의까지 거친 <사립학교법> 단일안은 최고위원회가 사실상 파기해버렸다. <약사법>은 의약분업의 본래 취지를 무색케 할 정도로 빛이 바랜 채 본회의 처리를 기다리고 있다.
물론 개혁입법 처리가 한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한 데는 ‘언론사 편 만들기’와 ‘안기부 예산 유용 혐의 벗기’에만 관심을 쏟고 있는 한나라당의 지공작전과 보수의 정체성 문제만큼은 홀로서기를 고집하고 있는 자민련과의 공조라는 한계가 걸림돌이 됐다는 것이 빈말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어려운 문제라고 하더라도 타협과 조율로 완성품을 만들어 내는 게 정치라고 한다면, 2월 임시국회에 민주당이 보인 모습은 ‘정치부재’ ‘전략부재’ 그 자체였다. 이래도 김 대통령의 단호한 장담을 믿으란 말인가.

민주당 김중권대표 과연 개혁의지 있나
물론 김 대통령도 하고 싶은 말이 많을 것이다. “나는 의지가 있지만 당이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고.
28일 여권의 한 관계자는 2월 임시국회를 결산하며 “개혁입법을 한건도 처리하지 못한 책임은 전적으로 김중권 대표를 포함한 당 지도부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인사는 KBS의 인기 사극 <왕건>을 인용, 김 대통령을 ‘궁예’로 김중권 대표를 ‘아지태’로 비유하는 ‘불경스런’ 표현까지 빌려가며 민주당 지도부의 개혁입법에 대한 의지 부재를 꼬집기도 했다.
김 대통령이 김중권 대표에게 개혁입법 처리를 일임하면서 그것에 대한 ‘책임’을 물을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김 대통령이 민주당 총재인 한 면책사유가 되지 않는다. 여권 인사의 말대로 “만약 김중권 대표가 자신의 정치적 입지 넓히기에만 관심을 쏟았을 뿐 실제 개혁입법을 관철할 의지도 의사도 없었다”고 한다면 그를 임명한 김 대통령에도 책임의 일단은 면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아직 개혁입법에 대한 김 대통령의 단호한 약속을 믿는다. “김 대통령에게 개혁입법을 처리할 시간도 힘도 남아 있지 않다”는 절망의 노래를 부르기에는 아직 너무 이르다고 보기 때문이다.
남봉우 정당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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