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대신 여론 뭇매 … 권력남용하다 ‘감옥행’ 수모도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동업자로 불리는 안희정씨. 지인들에 따르면 안씨는 김대중 정부 시절, ‘현대 대북송금’ 사건으로 법정구속돼 있는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을 자주 면회하러 간다고 한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최고 권력자의 최측근이자 참모였다는 것. 안씨는 2002년 대선 때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 실형을 살았고 박 전 장관은 대북송금 사건의 족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아직도 ‘영어의 몸’이다.
안씨의 지인들에 따르면 두 사람이 만나 어떤 얘기들을 주고받는지 자세히 알 순 없지만 동병상련의 아픔을 나누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한다.
지난 2일 사퇴의사를 밝힌 김병준 교육부총리는 노 대통령의 ‘정책적 최측근’이자 참모였다. 김 부총리는 참여정부 정책의 근간을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이로 인해 ‘코드인사’ 논란의 한 가운데 있었다. 사실 김 부총리가 받은 비판의 절반은 노 대통령의 몫이라는 지적도 있다.
◆측근의 인생은 불행 = 한국 정치사에서 최고 권력자 옆을 지켰던 측근들의 끝은 대부분 불행했다. 정치적 사건의 중심에서 비참한 최후를 맞거나 감옥에 가는 게 마치 정해진 순서처럼 돼 있었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며 이승만의 후계를 꿈꿨던 이기붕은 3·15 부정선거 등으로 정권의 무리한 연장을 꾀하다가 4·19 혁명 직전, 자식의 손에 목숨을 잃는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박정희 정권 시절, 김형욱 이후락 등 최측근 참모는 대부분 중앙정보부 출신들이었다. 김형욱은 1979년 박정희 정권의 종말을 고한 10·26 사건 직전 프랑스 파리에서 실종됐고, 제갈공명과 조조를 합쳐 놓았다고 해서 ‘제갈조조’로 불린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은 1973년 김대중 납치사건 이후 중앙정보부장에서 해임된 뒤 정치적 영향력을 상실했다.
‘최고 권력자 측근의 역할’을 얘기할 때 ‘전두환 시절의 장세동이 필요하다’는 ‘장세동론’의 주인공 장세동 전 안기부장은 1997년 사면복권될 때까지 5공 비리에 연루돼 세차례나 감옥을 들락거렸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박철언 전 의원은 ‘6공의 황태자’로 불리다가 1993년 슬롯머신 사건으로 구속되는 등 부침을 겪었다. 김영삼 정권 시절, 대통령에 대한 보고채널을 통제하면서 권력의 2인자로 군림했던 김현철씨 역시 각종 스캔들에 연루, 구속을 거듭했다.
김대중 정권 때 2인자로 군림했던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과 이른바 ‘DJ의 입’으로 통했던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은 정권 말기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으면서도 거듭 중용됐지만, 결국 대북송금 사건 등으로 아직까지 감옥살이를 하고 있다.
◆대통령 잘못으로 ‘도매금’ 질타 받기도 = 한 가지 의문이 드는 것은 우리 정치사에서 최고 권력자의 측근들은 국민들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되느냐 하는 점이다. 이들은 왜 최고 권력자에 가까이 가면 갈수록 소위 ‘문제 있는 인물’이 될까. 이유는 최측근이 되면 때론 최고 권력자의 방패가 되고, 때론 손에 더러운 것을 묻혀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노무현 정권 이전까지는 최고 권력자가 정치의 어두운 면을 측근들에게 나눠주면서 대통령 대신 ‘원성의 대상’이 됐고, 때론 이들은 권력을 남용, 영어의 신세로 전락했다.
노무현 정권에서 최측근 인사들의 불행은 과거와 차이를 보인다. 정치의 어두운 부분을 대통령이 혼자 짊어지면서 대통령의 잘못으로 인해 ‘도매금’으로 국민들로부터 외면과 질타를 받는 게 노 대통령 측근들이다. 문재인 전 수석의 법무부 장관 내정논란에서 보듯, 설령 특별한 하자가 없다 하더라도 여론의 이름으로 ‘중용’이 거부되는 상황에 몰리는 게 노 대통령 측근들의 운명이다.
<1인자를 만든="" 참모들="">(이철희 지음)이란 책에는 ‘참모 십계명’이라는 게 있다. 그 중 △(권력의) 성패와 흥망은 참모의 몫이다. 그러나 진인사(盡人事)할뿐 성패는 하늘에 맡기라 △자신이 들어올 때와 깨끗이 물러설 때를 제대로 알라 △매사 뜻대로, 마음대로, 계획대로 되는 것 아니라는 사실을 겸허하게 인정하라. 그것은 피할 수 없는 인간사의 한계다는 구절이 있다.
우리 헌정사의 참모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듯이 현재의 참모들도 ‘피할 수 없는 인간사의 한계’를 깨닫는 게 중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신창훈 기자 chuns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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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동업자로 불리는 안희정씨. 지인들에 따르면 안씨는 김대중 정부 시절, ‘현대 대북송금’ 사건으로 법정구속돼 있는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을 자주 면회하러 간다고 한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최고 권력자의 최측근이자 참모였다는 것. 안씨는 2002년 대선 때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 실형을 살았고 박 전 장관은 대북송금 사건의 족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아직도 ‘영어의 몸’이다.
안씨의 지인들에 따르면 두 사람이 만나 어떤 얘기들을 주고받는지 자세히 알 순 없지만 동병상련의 아픔을 나누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한다.
지난 2일 사퇴의사를 밝힌 김병준 교육부총리는 노 대통령의 ‘정책적 최측근’이자 참모였다. 김 부총리는 참여정부 정책의 근간을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이로 인해 ‘코드인사’ 논란의 한 가운데 있었다. 사실 김 부총리가 받은 비판의 절반은 노 대통령의 몫이라는 지적도 있다.
◆측근의 인생은 불행 = 한국 정치사에서 최고 권력자 옆을 지켰던 측근들의 끝은 대부분 불행했다. 정치적 사건의 중심에서 비참한 최후를 맞거나 감옥에 가는 게 마치 정해진 순서처럼 돼 있었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며 이승만의 후계를 꿈꿨던 이기붕은 3·15 부정선거 등으로 정권의 무리한 연장을 꾀하다가 4·19 혁명 직전, 자식의 손에 목숨을 잃는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박정희 정권 시절, 김형욱 이후락 등 최측근 참모는 대부분 중앙정보부 출신들이었다. 김형욱은 1979년 박정희 정권의 종말을 고한 10·26 사건 직전 프랑스 파리에서 실종됐고, 제갈공명과 조조를 합쳐 놓았다고 해서 ‘제갈조조’로 불린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은 1973년 김대중 납치사건 이후 중앙정보부장에서 해임된 뒤 정치적 영향력을 상실했다.
‘최고 권력자 측근의 역할’을 얘기할 때 ‘전두환 시절의 장세동이 필요하다’는 ‘장세동론’의 주인공 장세동 전 안기부장은 1997년 사면복권될 때까지 5공 비리에 연루돼 세차례나 감옥을 들락거렸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박철언 전 의원은 ‘6공의 황태자’로 불리다가 1993년 슬롯머신 사건으로 구속되는 등 부침을 겪었다. 김영삼 정권 시절, 대통령에 대한 보고채널을 통제하면서 권력의 2인자로 군림했던 김현철씨 역시 각종 스캔들에 연루, 구속을 거듭했다.
김대중 정권 때 2인자로 군림했던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과 이른바 ‘DJ의 입’으로 통했던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은 정권 말기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으면서도 거듭 중용됐지만, 결국 대북송금 사건 등으로 아직까지 감옥살이를 하고 있다.
◆대통령 잘못으로 ‘도매금’ 질타 받기도 = 한 가지 의문이 드는 것은 우리 정치사에서 최고 권력자의 측근들은 국민들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되느냐 하는 점이다. 이들은 왜 최고 권력자에 가까이 가면 갈수록 소위 ‘문제 있는 인물’이 될까. 이유는 최측근이 되면 때론 최고 권력자의 방패가 되고, 때론 손에 더러운 것을 묻혀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노무현 정권 이전까지는 최고 권력자가 정치의 어두운 면을 측근들에게 나눠주면서 대통령 대신 ‘원성의 대상’이 됐고, 때론 이들은 권력을 남용, 영어의 신세로 전락했다.
노무현 정권에서 최측근 인사들의 불행은 과거와 차이를 보인다. 정치의 어두운 부분을 대통령이 혼자 짊어지면서 대통령의 잘못으로 인해 ‘도매금’으로 국민들로부터 외면과 질타를 받는 게 노 대통령 측근들이다. 문재인 전 수석의 법무부 장관 내정논란에서 보듯, 설령 특별한 하자가 없다 하더라도 여론의 이름으로 ‘중용’이 거부되는 상황에 몰리는 게 노 대통령 측근들의 운명이다.
<1인자를 만든="" 참모들="">(이철희 지음)이란 책에는 ‘참모 십계명’이라는 게 있다. 그 중 △(권력의) 성패와 흥망은 참모의 몫이다. 그러나 진인사(盡人事)할뿐 성패는 하늘에 맡기라 △자신이 들어올 때와 깨끗이 물러설 때를 제대로 알라 △매사 뜻대로, 마음대로, 계획대로 되는 것 아니라는 사실을 겸허하게 인정하라. 그것은 피할 수 없는 인간사의 한계다는 구절이 있다.
우리 헌정사의 참모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듯이 현재의 참모들도 ‘피할 수 없는 인간사의 한계’를 깨닫는 게 중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신창훈 기자 chuns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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