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고전국역원인가?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재단법인 민족문화추진회는 1965년에 설립되었다. 전통문화의 계승을 기치로 내세운 지 40년이 넘었다. 국가에서 도와주는 보조금이 운영비와 사업비의 중심이 되고는 있으나, 부족하기 짝이 없는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세계 경제 10대국에 들어가는 나라의 일로는 참으로 딱한 일이다.
그러나 관계자들의 사심 없는 노력과 희생적인 공헌에 의해 결과적으로는 대단한 업적을 이룩해놓았다. 한문으로 된 고전 102종류 984책을 국역하여 출판하였고, 2005년 10월로 기준하여 우리나라 역대 문집들을 총정리 한 ‘한국문집총간’ 350책을 완간하였다. 최치원(고운)의 ‘계원필경’에서 한말의 학자 조긍섭(1873~1933)의 ‘암서집’에 이르는 662명의 문집 663종이 실렸다고 한다. 옛 책으로 3458권, 1억 5만 여자, 20년이 걸린 작업 끝에 이룩된 결과다.
중국에서 오래 전에 문헌 3458종 7만9582권의 ‘사고전서’를 발간한 것에 비하면 정말로 왜소하지만, 예산이나 동원된 인원으로 보면 그래도 훌륭하게 일한 결과에서 나온 것임은 분명하다. 어쨌든 그런 결과로 우리는 귀한 한문고전의 원전들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고, 또 귀중한 민족의 고전들을 한문을 모르는 일반 독자들이 읽을 수 있도록 번역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뛰어난 학자들인 성호 이익이나 연암 박지원, 다산 정약용, 추사 김정희 등의 글을 읽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고맙고 다행한 일인가.
앞으로도 간행해야 할 문집총간이 수없이 쌓여 있는 것도 문제지만, 완간된 350책의 문집총간만 번역하는 일도 얼마나 많은 세월이 소요될지 계산하기도 힘든 상태이니, 막막하여 하늘을 쳐다보아도 답답할 지경이다.
각 대학의 도서관 한적(漢籍)부나, 공도서관에 쌓여 있는 그 많은 한문으로 된 고전들은 언제쯤이나 번역될 것인가. 그나마도 한문을 정규적으로 배운 세대들은 거의 대부분 노쇠하거나 세상을 뜨는 지경이고, 본격적인 한문교육을 받은 사람은 수효도 적지만 완숙하게 한문을 번역하는 일에는 미흡하기 그지없어, 이대로 가다가는 한문을 배우지 못한 세대들은 우리의 고전에는 까막눈이고 마는 사태에 이르지 않을까 태산 같은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한문 고전을 정리하고 번역하는 일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민족문화추진회에서는 당국의 협조를 얻어 재단법인 민족문화추진회를 확대 개편하여 가칭 ‘고전국역원’ 같은 정부출연기관을 세우자는 논의를 적극 진행하고 있다. 국역자 양성이 시급하고, 미약한 재정의 어려움에서 벗어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국역사업을 위해서는 국가나 정부의 배려가 앞서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문화의 전승이나 외부로부터의 수용을 통해서 새로운 문화 창조 없이 어떻게 민족문화가 발전하고 나라의 융성이 뒤따를 수 있겠는가. 전통을 무시하고 고전을 천대했던 나라가 제 역할을 했던 경우가 언제 어디에 있었는가. 이제는 경제도 과거보다는 무척 발전되었고, 고전에 대한 관심도 예전보다는 더 커지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민족의 뿌리와 역사의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민족 고전에 대한 관심은 커질수록 의미가 커진다. 경제적 조건이 우리보다 훨씬 취약한 북한에서도 고전번역사업에 열을 올리고 큰 성과를 걷은 것을 보면서 타산지석으로 삼지 않을 수 없다. ‘조선왕조실록’이 우리보다 훨씬 먼저 번역되었고, 다른 고전들도 우리보다 앞서 번역되었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거대한 문화사업은 민간단체나 개인들이 하기에는 너무 힘이 드는 일이다. 우선 상업성이 없는데 어떻게 그런 일을 개인이나 민간단체에서 할 수 있겠는가. 지방자치단체가 활성화되면서 지방의 갖가지 문화사업들이 속속 진행되는 것만 보아도 민간에서 하는 것보다는 정부가 해야만 활성화된다는 것을 그냥 알 수 있게 된다.
아직 전통적 한문교육에 의해서 성장한 한학자들이 몇몇 분이라도 살아있는 지금 당장, 고전국역원을 세워 번역에 필요한 원전 독해력을 지닌 국역자 양성 사업을 서둘러야 하기 때문에 이 일에 시간을 천연시킬 이유가 없다. 정부와 국회는 급히 서둘러 고전국역원법을 제정하고 예산을 확보하여 일을 진행해야 한다.
큰 예산도 들지 않는다는 것이 실무자들의 이야기다. 현재 민추에 보조하는 금액에서 20~30억 정도만 더 출연하면 국역원은 설립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나라와 민족을 사랑한다는 애국자나 정부나 국회 관계자들은 하루 빨리 서둘러 시급한 국역원이 탄생되도록 도와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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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재단법인 민족문화추진회는 1965년에 설립되었다. 전통문화의 계승을 기치로 내세운 지 40년이 넘었다. 국가에서 도와주는 보조금이 운영비와 사업비의 중심이 되고는 있으나, 부족하기 짝이 없는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세계 경제 10대국에 들어가는 나라의 일로는 참으로 딱한 일이다.
그러나 관계자들의 사심 없는 노력과 희생적인 공헌에 의해 결과적으로는 대단한 업적을 이룩해놓았다. 한문으로 된 고전 102종류 984책을 국역하여 출판하였고, 2005년 10월로 기준하여 우리나라 역대 문집들을 총정리 한 ‘한국문집총간’ 350책을 완간하였다. 최치원(고운)의 ‘계원필경’에서 한말의 학자 조긍섭(1873~1933)의 ‘암서집’에 이르는 662명의 문집 663종이 실렸다고 한다. 옛 책으로 3458권, 1억 5만 여자, 20년이 걸린 작업 끝에 이룩된 결과다.
중국에서 오래 전에 문헌 3458종 7만9582권의 ‘사고전서’를 발간한 것에 비하면 정말로 왜소하지만, 예산이나 동원된 인원으로 보면 그래도 훌륭하게 일한 결과에서 나온 것임은 분명하다. 어쨌든 그런 결과로 우리는 귀한 한문고전의 원전들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고, 또 귀중한 민족의 고전들을 한문을 모르는 일반 독자들이 읽을 수 있도록 번역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뛰어난 학자들인 성호 이익이나 연암 박지원, 다산 정약용, 추사 김정희 등의 글을 읽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고맙고 다행한 일인가.
앞으로도 간행해야 할 문집총간이 수없이 쌓여 있는 것도 문제지만, 완간된 350책의 문집총간만 번역하는 일도 얼마나 많은 세월이 소요될지 계산하기도 힘든 상태이니, 막막하여 하늘을 쳐다보아도 답답할 지경이다.
각 대학의 도서관 한적(漢籍)부나, 공도서관에 쌓여 있는 그 많은 한문으로 된 고전들은 언제쯤이나 번역될 것인가. 그나마도 한문을 정규적으로 배운 세대들은 거의 대부분 노쇠하거나 세상을 뜨는 지경이고, 본격적인 한문교육을 받은 사람은 수효도 적지만 완숙하게 한문을 번역하는 일에는 미흡하기 그지없어, 이대로 가다가는 한문을 배우지 못한 세대들은 우리의 고전에는 까막눈이고 마는 사태에 이르지 않을까 태산 같은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한문 고전을 정리하고 번역하는 일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민족문화추진회에서는 당국의 협조를 얻어 재단법인 민족문화추진회를 확대 개편하여 가칭 ‘고전국역원’ 같은 정부출연기관을 세우자는 논의를 적극 진행하고 있다. 국역자 양성이 시급하고, 미약한 재정의 어려움에서 벗어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국역사업을 위해서는 국가나 정부의 배려가 앞서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문화의 전승이나 외부로부터의 수용을 통해서 새로운 문화 창조 없이 어떻게 민족문화가 발전하고 나라의 융성이 뒤따를 수 있겠는가. 전통을 무시하고 고전을 천대했던 나라가 제 역할을 했던 경우가 언제 어디에 있었는가. 이제는 경제도 과거보다는 무척 발전되었고, 고전에 대한 관심도 예전보다는 더 커지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민족의 뿌리와 역사의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민족 고전에 대한 관심은 커질수록 의미가 커진다. 경제적 조건이 우리보다 훨씬 취약한 북한에서도 고전번역사업에 열을 올리고 큰 성과를 걷은 것을 보면서 타산지석으로 삼지 않을 수 없다. ‘조선왕조실록’이 우리보다 훨씬 먼저 번역되었고, 다른 고전들도 우리보다 앞서 번역되었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거대한 문화사업은 민간단체나 개인들이 하기에는 너무 힘이 드는 일이다. 우선 상업성이 없는데 어떻게 그런 일을 개인이나 민간단체에서 할 수 있겠는가. 지방자치단체가 활성화되면서 지방의 갖가지 문화사업들이 속속 진행되는 것만 보아도 민간에서 하는 것보다는 정부가 해야만 활성화된다는 것을 그냥 알 수 있게 된다.
아직 전통적 한문교육에 의해서 성장한 한학자들이 몇몇 분이라도 살아있는 지금 당장, 고전국역원을 세워 번역에 필요한 원전 독해력을 지닌 국역자 양성 사업을 서둘러야 하기 때문에 이 일에 시간을 천연시킬 이유가 없다. 정부와 국회는 급히 서둘러 고전국역원법을 제정하고 예산을 확보하여 일을 진행해야 한다.
큰 예산도 들지 않는다는 것이 실무자들의 이야기다. 현재 민추에 보조하는 금액에서 20~30억 정도만 더 출연하면 국역원은 설립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나라와 민족을 사랑한다는 애국자나 정부나 국회 관계자들은 하루 빨리 서둘러 시급한 국역원이 탄생되도록 도와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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