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조국 등지는 ‘거룩’한 행렬들
최영희 본지 발행인
33년전. 처음으로 실시되는 ‘대입예비고사’장에서 시험시작 종이 울리기전, 대부분의 수험생들은 각양각색으로 프린트되거나 베껴온 종이 쪽지를 들고 중얼중얼 뭔가를 외우고 있었다.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 ’
예비고사 직전에 발표되었기에 혹시 시험에 나올지도 모른다고 외운 이것은 바로 「국민 교육 헌장」이었다. 처음이라 어떤 방향에서 시험문제가 출제될지 몰라 교사도 학생도 전전긍긍했던 때였다. 33년전 중얼거리던 것이기에 지금도 입에 붙어 있다. 하기야 별 필요도 없이 입에 붙은 것이 이것 뿐이랴.
5·16 쿠데타 직후 ‘반공을 국시의 제1의로 삼고 …’ 소위 혁명공약을 외웠고, 태·정·태·세·문·단·세 … 조선왕조의 순서 등이 다 그렇다.
그런데 그 한심한 33년전의 그 무엇보다도 가장 나빠진 것은 교육현실인 것 같다. 문교부가 교육부로 바뀌고 또 교육인적자원부로 바뀌었어도 한국의 교육을 희망적으로 보는 사람이 드물다.
아이 셋을 다 다른 입시제도로 대학을 보냈다는 선배의 넋두리가 전형적이다. 교육부가 없어져야 한국 교육이 산다는 극단적인 말도 서슴치 않는 학부형이 되었다. 지금도 고3 엄마들은 내년입시제도에 대해 신문을 스크랩해서 읽고 또 읽으며 이해해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사교육비 등에 미치겠다는 학부모와 학생들
며칠전 국민과의 대화가 방영된 후 2차 토론은 인터넷에서 불붙었다. 대부분 ‘아유! 미치겠네’수준에서 열을 내서 쓴 글들이지만, 자녀교육을 위해 이민가겠다는 방청객의 질문에 대한 답을 들으며 나도 동감이었다.
아무리 줄여도 세 아이의 사교육비가 백만원이 넘는데 누군가가 캐나다에서는 공교육비는 물론 사교육비도 전혀 들지 않는다고 말해줘서 알아보니 사실이더라, 그래서 모든 것을 정리해 곧 이민을 떠나게 되었는데 이점에 대해 대통령께서 말씀을 좀 해달라는 것이었다. 태어나 40년을 넘게 살던 고국을 등지려는 사람들의 원망과 떠나는 사람이 부럽지만 그 현실속에 남아 있을 수밖에 없는 더 많은 사람들의 분노를 잠재울 묘답이 필요했다. 그러나 8조원이 넘는 돈을 쏟아 붓겠다는 대통령의 답은 희망을 주지 못했다.
방송을 듣던 학부형들은 추적추적하게 찬비를 맞고 난 우울한 기분이었을 것이다.
지금 상당수의 학부모들은 가라앉는 타이타닉호에서 자식들만이라도 구출하려고 자신들을 희생시키는 부모들처럼 ‘거룩’하게 한국을 떠나고있다.
이런 정부에게 기대하지 않고, 그렇다고 이민도 못가는 사람들 중에는 직접 우물을 파는 목마른 사람들이 있다. 대단한 모험이지만 ‘대안학교’를 만들어 자식을 살려 보겠다는 사람들이다. 자식을 대상으로 실험을 해보는 사람들의 심정이 오죽할까마는 이보다 더 나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교육을 일구려고 몸부림치고 있다. 그러나 교육당국은 이를 불허하고 해산을 명령했다 한다. 경남산청의 간디학교 중등부가 그렇고 부천의 초등학교과정 신설을 시도한 학부형들에게도 그랬다. 의무교육으로 규정된 중등교육과정까지는 안된다는 것이다.
‘대안학교’ 폐교보다 지원하고 홍보해줘야
대안학교는 획일적이고 부적응자에 대한 배려가 전혀없는 공교육의 문제점 속에서 ‘버려진 아이들’을 데려다 애정으로 다시 시작해보려는 민간·종교인들의 노력이었다. 부모와 학교가 버리고 사회가 포기한 아이들의 대안학교가 대학입시 합격률 84%라는 발표를 보면서 교육이 무엇인가를 실감했을텐데도 교육당국의 방침은 변함이 없다. 물론 대안학교 모두가 문제아 들의 교실만은 아니다. 간디학교처럼 정규학교의 획일적이고 경쟁위주의 교육방식에 회의를 느낀 교사와 학부모가 중심이 되어 아이들이 행복하게 생활하고 공부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들자는 곳도 있다. 독일의 대안학교인 발도르프 학교 등은 공교육 쪽에서 대안학교의 필요성을 인정해 주고 있다.
그런데 이를 지원하기는커녕 해산하라 명령한 것은 그나마 조국을 떠나지 않고 자식교육을 올바르게 해보고자 노력하는 부모들을 등떠밀어 쫓아내려는 처사가 아닌가 싶다.
정부도 모두 다른 아이들을 공교육을 통해 한가지의 아이들로 만들어 내자고 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렇다면 교육내용의 다양화와 함께 담는 그릇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대안학교는 폐교시킬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족한 부분을 지원해주고 홍보해 주어야 마땅하다. 혹시라도 무너져 있는 공교육을 더 불신하게 만든다는 괴씸죄를 적용하거나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는 교육당국의 낡고 획일적 사고 때문이라면 학부모들은 이 나라에 더욱더 정나미가 떨어질 것이다.
최영희 본지 발행인내일시론>
최영희 본지 발행인
33년전. 처음으로 실시되는 ‘대입예비고사’장에서 시험시작 종이 울리기전, 대부분의 수험생들은 각양각색으로 프린트되거나 베껴온 종이 쪽지를 들고 중얼중얼 뭔가를 외우고 있었다.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 ’
예비고사 직전에 발표되었기에 혹시 시험에 나올지도 모른다고 외운 이것은 바로 「국민 교육 헌장」이었다. 처음이라 어떤 방향에서 시험문제가 출제될지 몰라 교사도 학생도 전전긍긍했던 때였다. 33년전 중얼거리던 것이기에 지금도 입에 붙어 있다. 하기야 별 필요도 없이 입에 붙은 것이 이것 뿐이랴.
5·16 쿠데타 직후 ‘반공을 국시의 제1의로 삼고 …’ 소위 혁명공약을 외웠고, 태·정·태·세·문·단·세 … 조선왕조의 순서 등이 다 그렇다.
그런데 그 한심한 33년전의 그 무엇보다도 가장 나빠진 것은 교육현실인 것 같다. 문교부가 교육부로 바뀌고 또 교육인적자원부로 바뀌었어도 한국의 교육을 희망적으로 보는 사람이 드물다.
아이 셋을 다 다른 입시제도로 대학을 보냈다는 선배의 넋두리가 전형적이다. 교육부가 없어져야 한국 교육이 산다는 극단적인 말도 서슴치 않는 학부형이 되었다. 지금도 고3 엄마들은 내년입시제도에 대해 신문을 스크랩해서 읽고 또 읽으며 이해해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사교육비 등에 미치겠다는 학부모와 학생들
며칠전 국민과의 대화가 방영된 후 2차 토론은 인터넷에서 불붙었다. 대부분 ‘아유! 미치겠네’수준에서 열을 내서 쓴 글들이지만, 자녀교육을 위해 이민가겠다는 방청객의 질문에 대한 답을 들으며 나도 동감이었다.
아무리 줄여도 세 아이의 사교육비가 백만원이 넘는데 누군가가 캐나다에서는 공교육비는 물론 사교육비도 전혀 들지 않는다고 말해줘서 알아보니 사실이더라, 그래서 모든 것을 정리해 곧 이민을 떠나게 되었는데 이점에 대해 대통령께서 말씀을 좀 해달라는 것이었다. 태어나 40년을 넘게 살던 고국을 등지려는 사람들의 원망과 떠나는 사람이 부럽지만 그 현실속에 남아 있을 수밖에 없는 더 많은 사람들의 분노를 잠재울 묘답이 필요했다. 그러나 8조원이 넘는 돈을 쏟아 붓겠다는 대통령의 답은 희망을 주지 못했다.
방송을 듣던 학부형들은 추적추적하게 찬비를 맞고 난 우울한 기분이었을 것이다.
지금 상당수의 학부모들은 가라앉는 타이타닉호에서 자식들만이라도 구출하려고 자신들을 희생시키는 부모들처럼 ‘거룩’하게 한국을 떠나고있다.
이런 정부에게 기대하지 않고, 그렇다고 이민도 못가는 사람들 중에는 직접 우물을 파는 목마른 사람들이 있다. 대단한 모험이지만 ‘대안학교’를 만들어 자식을 살려 보겠다는 사람들이다. 자식을 대상으로 실험을 해보는 사람들의 심정이 오죽할까마는 이보다 더 나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교육을 일구려고 몸부림치고 있다. 그러나 교육당국은 이를 불허하고 해산을 명령했다 한다. 경남산청의 간디학교 중등부가 그렇고 부천의 초등학교과정 신설을 시도한 학부형들에게도 그랬다. 의무교육으로 규정된 중등교육과정까지는 안된다는 것이다.
‘대안학교’ 폐교보다 지원하고 홍보해줘야
대안학교는 획일적이고 부적응자에 대한 배려가 전혀없는 공교육의 문제점 속에서 ‘버려진 아이들’을 데려다 애정으로 다시 시작해보려는 민간·종교인들의 노력이었다. 부모와 학교가 버리고 사회가 포기한 아이들의 대안학교가 대학입시 합격률 84%라는 발표를 보면서 교육이 무엇인가를 실감했을텐데도 교육당국의 방침은 변함이 없다. 물론 대안학교 모두가 문제아 들의 교실만은 아니다. 간디학교처럼 정규학교의 획일적이고 경쟁위주의 교육방식에 회의를 느낀 교사와 학부모가 중심이 되어 아이들이 행복하게 생활하고 공부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들자는 곳도 있다. 독일의 대안학교인 발도르프 학교 등은 공교육 쪽에서 대안학교의 필요성을 인정해 주고 있다.
그런데 이를 지원하기는커녕 해산하라 명령한 것은 그나마 조국을 떠나지 않고 자식교육을 올바르게 해보고자 노력하는 부모들을 등떠밀어 쫓아내려는 처사가 아닌가 싶다.
정부도 모두 다른 아이들을 공교육을 통해 한가지의 아이들로 만들어 내자고 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렇다면 교육내용의 다양화와 함께 담는 그릇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대안학교는 폐교시킬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족한 부분을 지원해주고 홍보해 주어야 마땅하다. 혹시라도 무너져 있는 공교육을 더 불신하게 만든다는 괴씸죄를 적용하거나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는 교육당국의 낡고 획일적 사고 때문이라면 학부모들은 이 나라에 더욱더 정나미가 떨어질 것이다.
최영희 본지 발행인내일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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