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총리 인사파동의 교훈
노무현 대통령은 참여정부를 출범시키면서 교육부총리만은 자신과 임기를 같이 하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다른 장관들은 다 결정하고도 적임자를 찾는다고 교육부총리만 인선을 늦추어가며 고르고 또 골랐다. 교육부총리가 너무 자주 바뀌어 짜증이 났던 국민들은 느긋이 기다려주면서 훌륭한 사람 찾기를 기다렸다.
그런 기대 속에 참여정부 첫 교육부총리가 된 사람은 오래지않아 국민을 실망시켰다. 그 뒤로 고명한 학자와 행정가 출신이 세 사람 거쳐갔고, 김병준 부총리가 취임했다가 2주일도 못되어 물러났다. 이제 여섯 번째 부총리를 찾고 있다. 정권출범 3년 반 동안 다섯 사람을 갈아 치웠으니 전 정권 때와 크게 다를 바 없게 되었다.
교육수장은 도덕성 요구받는 자리, ‘관행’탓 안돼
한국인은 모두가 교육평론가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교육에 관심이 높은 나라라는 뜻이다. 그러니 교육부총리 자리가 말이 많을 수밖에 없다. 국민 모두의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유능하고 양심적인 부총리 감이 어디 있느냐는 인사권자의 항변에도 일리가 있다.
그럴수록 인선을 신중히 해야한다는 것이 교육수장 인사의 상식이 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김병준 부총리 인사는 잘못이었다. 첫째, 그는 교육전문가가 아니다. 대학교수 출신이라고 다 자격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 전공이 다르다고 하지 못할 이유는 없지만, 그가 훌륭한 교육철학과 신념을 가진 사람이라고 듣지 못했다. 행정학자인 그에게는 국무총리나 행정자치부 장관 같은 자리가 어울린다.
대통령 곁에서 오래 중요한 정책을 설계하고 입안해 온 그가 청와대를 물러날 때부터 교육부총리 기용설이 나돌았다. 그때마다 정가에서는 부정적인 반응이 흘러나왔다. 시정의 술집에서도 같은 소리들이 터져 나왔다. 여론 따위는 의식하지 않고 강하게 밀어붙이는 ‘위험한 소신’을 경계했다. 부동산 ‘세금폭탄’과 관련된 이미지 때문이기도 했다.
그 쯤에서 부정적인 여론과 타협했으면 이런 낭비와 소모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노 대통령이 끝내 밀어붙이자 여론은 엇나가기 시작했다. 그를 아는 사람들이 정가와 언론사에 그의 부도덕성을 고발해, 논문 표절과 실적 부풀리기 의혹이 연일 터져 나왔다. 그 때마다 그는 “관행이다” “몰랐다” “실무자의 실수다” 하면서 떳떳하다고 강변했다.
논문표절 시비는 “제자의 박사학위 논문을 거의 써주다시피 했고, 그 데이터를 내 논문에 일부 인용한 것뿐”이라는 해명이 먹혀들었다. 그러자 BK 21 논문 중복발표, 연구실적 부풀리기, 연구비 중복수령, 학위거래 의혹 등이 연일 폭로되었다.
여론의 집중화살을 혼자 맞서 싸우는 형국이 된 그는 국회의 재청문까지 요구하며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나는 바담풍 해도 너는 바담풍 해라”고 했던 혀짤래기 훈장 우화를 상기시키는 해프닝이었다. 그는 같은 논문을 두 논문지에 게재한 부분에 대해서는 기자회견을 요청해 스스로 인정했다. 그것으로 교육부총리 자격의 하자는 충분하다.
한 나라의 교육수장은 최고의 도덕성을 요구받는 자리다. ‘바람풍’이라고 가르치고 싶어도 혀가 짧아서 ‘바담풍’이라고밖에 가르칠 수 없는 것은 치명적인 하자다. 하물며 같은 논문을 제목만 바꾸어 다른 논문집에 실은 것을 “다른 교수들도 다 그러는 관행이니 그냥 넘어가자”고 했던 사람이, 어떻게 교육자들에게 학자적 양심을 요구할 수 있는가. 어떻게 학생들에게 정의와 진리를 강조할 수 있겠는가.
여론을 겸허히 반영하는 개각해야
이제 법무장관 인사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노 대통령 분신이라는 사람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여당 대표가 “그 사람은 안 된다”고 나섰다. 야당은 더욱 거세게 반대한다. “그 카드는 꿈도 꾸지말라”고 할 정도다. 김병준 부총리 카드가 ‘내각관리용’이었다면, 문재인 법무장관 카드는 ‘권력관리용’이라 한다. 집권 후반기 권력누수 현상을 막기 위한 카드라지만, 김병준 파동에서 보았듯이 여론을 무시하고 밀어 붙이면 반드시 불도저 날이 부러지는 수가 있다.
국민은 이제 ‘코드인사’라느니 ‘회전문 인사’라느니 하는 이 정권 인사패턴을 빗댄 말들에 신물이 났다. 어느 정권이라고 대통령 마음에 내키지 않는 사람을 썼을까만, 왜 그런 말들이 이토록 시끄러운지 이제 좀 깨달아야 한다. 끝까지 민심을 거스르고는 남은 임기를 순탄하게 채우기 어렵다는 것도 좀 알아차렸으면 좋겠다.
문 창 재 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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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참여정부를 출범시키면서 교육부총리만은 자신과 임기를 같이 하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다른 장관들은 다 결정하고도 적임자를 찾는다고 교육부총리만 인선을 늦추어가며 고르고 또 골랐다. 교육부총리가 너무 자주 바뀌어 짜증이 났던 국민들은 느긋이 기다려주면서 훌륭한 사람 찾기를 기다렸다.
그런 기대 속에 참여정부 첫 교육부총리가 된 사람은 오래지않아 국민을 실망시켰다. 그 뒤로 고명한 학자와 행정가 출신이 세 사람 거쳐갔고, 김병준 부총리가 취임했다가 2주일도 못되어 물러났다. 이제 여섯 번째 부총리를 찾고 있다. 정권출범 3년 반 동안 다섯 사람을 갈아 치웠으니 전 정권 때와 크게 다를 바 없게 되었다.
교육수장은 도덕성 요구받는 자리, ‘관행’탓 안돼
한국인은 모두가 교육평론가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교육에 관심이 높은 나라라는 뜻이다. 그러니 교육부총리 자리가 말이 많을 수밖에 없다. 국민 모두의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유능하고 양심적인 부총리 감이 어디 있느냐는 인사권자의 항변에도 일리가 있다.
그럴수록 인선을 신중히 해야한다는 것이 교육수장 인사의 상식이 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김병준 부총리 인사는 잘못이었다. 첫째, 그는 교육전문가가 아니다. 대학교수 출신이라고 다 자격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 전공이 다르다고 하지 못할 이유는 없지만, 그가 훌륭한 교육철학과 신념을 가진 사람이라고 듣지 못했다. 행정학자인 그에게는 국무총리나 행정자치부 장관 같은 자리가 어울린다.
대통령 곁에서 오래 중요한 정책을 설계하고 입안해 온 그가 청와대를 물러날 때부터 교육부총리 기용설이 나돌았다. 그때마다 정가에서는 부정적인 반응이 흘러나왔다. 시정의 술집에서도 같은 소리들이 터져 나왔다. 여론 따위는 의식하지 않고 강하게 밀어붙이는 ‘위험한 소신’을 경계했다. 부동산 ‘세금폭탄’과 관련된 이미지 때문이기도 했다.
그 쯤에서 부정적인 여론과 타협했으면 이런 낭비와 소모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노 대통령이 끝내 밀어붙이자 여론은 엇나가기 시작했다. 그를 아는 사람들이 정가와 언론사에 그의 부도덕성을 고발해, 논문 표절과 실적 부풀리기 의혹이 연일 터져 나왔다. 그 때마다 그는 “관행이다” “몰랐다” “실무자의 실수다” 하면서 떳떳하다고 강변했다.
논문표절 시비는 “제자의 박사학위 논문을 거의 써주다시피 했고, 그 데이터를 내 논문에 일부 인용한 것뿐”이라는 해명이 먹혀들었다. 그러자 BK 21 논문 중복발표, 연구실적 부풀리기, 연구비 중복수령, 학위거래 의혹 등이 연일 폭로되었다.
여론의 집중화살을 혼자 맞서 싸우는 형국이 된 그는 국회의 재청문까지 요구하며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나는 바담풍 해도 너는 바담풍 해라”고 했던 혀짤래기 훈장 우화를 상기시키는 해프닝이었다. 그는 같은 논문을 두 논문지에 게재한 부분에 대해서는 기자회견을 요청해 스스로 인정했다. 그것으로 교육부총리 자격의 하자는 충분하다.
한 나라의 교육수장은 최고의 도덕성을 요구받는 자리다. ‘바람풍’이라고 가르치고 싶어도 혀가 짧아서 ‘바담풍’이라고밖에 가르칠 수 없는 것은 치명적인 하자다. 하물며 같은 논문을 제목만 바꾸어 다른 논문집에 실은 것을 “다른 교수들도 다 그러는 관행이니 그냥 넘어가자”고 했던 사람이, 어떻게 교육자들에게 학자적 양심을 요구할 수 있는가. 어떻게 학생들에게 정의와 진리를 강조할 수 있겠는가.
여론을 겸허히 반영하는 개각해야
이제 법무장관 인사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노 대통령 분신이라는 사람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여당 대표가 “그 사람은 안 된다”고 나섰다. 야당은 더욱 거세게 반대한다. “그 카드는 꿈도 꾸지말라”고 할 정도다. 김병준 부총리 카드가 ‘내각관리용’이었다면, 문재인 법무장관 카드는 ‘권력관리용’이라 한다. 집권 후반기 권력누수 현상을 막기 위한 카드라지만, 김병준 파동에서 보았듯이 여론을 무시하고 밀어 붙이면 반드시 불도저 날이 부러지는 수가 있다.
국민은 이제 ‘코드인사’라느니 ‘회전문 인사’라느니 하는 이 정권 인사패턴을 빗댄 말들에 신물이 났다. 어느 정권이라고 대통령 마음에 내키지 않는 사람을 썼을까만, 왜 그런 말들이 이토록 시끄러운지 이제 좀 깨달아야 한다. 끝까지 민심을 거스르고는 남은 임기를 순탄하게 채우기 어렵다는 것도 좀 알아차렸으면 좋겠다.
문 창 재 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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