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구 ‘여성시대’ 예고
감사담당관 동장 등 ‘최초’의 여성 줄이어
신규 직원은 50% 가량, ‘배려’ 아닌 ‘대세’
자치구 여성시대가 예고된다. 민선4기 인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서 각 자치구마다 ‘금녀’구역으로 꼽히던 주요 보직을 꿰찬 여성들이 눈에 띈다. 전통적으로 ‘여성용’으로 분류되는 보직을 벗어난 인사도 적지 않다.
◆‘최초’ 수식어 빈번해져 =
양천구는 최근 인사에서 자치구 최초로 여성 감사담당관을 발령냈다. 김미용 신임 감사담당관이 주인공. 구는 “섬세하고 세심한 여성 특유의 업무 스타일을 딱딱하기만 했던 감사업무에 접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후 처벌’식 감사업무가 아니라 직원들을 배려해가며 사전 업무지도 등을 통한 예방 차원의 감사가 가능해지리라는 것이다.
양천구에 앞서 인사를 단행한 성동구는 최초의 여성 동장을 냈다. 염형순 금호3가동장은 성동구에서 처음으로 인사팀장을 맡았던 여성 간부라 특히 구의 기대가 크다. 성동구는 여성 간부가 대민업무 일선에서 ‘주민과 함께 하는 행정’이라는 모범을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성구청장으로 눈길을 끈 송파구는 인사팀장에 여성을 임명했다. 이영선 인사팀장은 직전에 재무과 지출팀장으로 근무해 2000억원대에 달하는 송파구청의 자금을 ‘깔끔’하게 관리해왔다는 평가. 구는 ‘제도보다 바꾸기 어려운 직원들 인식을 바꾸기 위해’ 남성 공무원 독무대이던 인사팀장에 ‘능력’을 앞세워 여성을 앉혔다고 밝혔다.
동작구도 개청 26년 만에 첫 여성 동장을 냈다. 김영란 동장은 갓 40이 된 젊은 사무관이라 더 눈길을 모은다. ‘오랜 경험과 경륜’이 없는 그를 ‘전진배치’했다. 동작구는 김영란 동장을 비롯한 여성사무관 2명을 연속 감사팀장에 발령내는 파격을 보이기도 했다.
◆전통 ‘여성보직’ 탈피한 인사 =
주요 보직으로 꼽히는 부서뿐 아니다. 전통적으로 ‘여성용’으로 분류되는 사회복지나 가정복지 동사무소민원 보직 등에서 벗어난 인사도 관심을 모은다. 그만큼 여성 공무원들이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게 된 셈이다.
5급 사무관 가운데 눈길을 끄는 이들은 여럿이다. 서대문구 임진숙 산업환경과장, 강동구 민선숙 전자정보과장, 광진구 이미령 자치행정과장과 김은혜 문화체육과장이 그들. 마포구 김경숙 여권과장과 중랑구는 류연자 지적과장도 있다.
강북구 김영진 미아6·7동장은 지난 2003년 임명된 이후 ‘길을 가다 마주치는 사람도 자원봉사자로 끌어들이는’ 친화력을 한껏 발휘하고 있다는 평이다. 중구에서는 구에서 처음으로 여성동장을 역임한 김인자 사무관이 의회사무국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공무원의 꽃이라 불리는 6급 계장도 더 이상 분야가 제한되지 않는다. 중구 한수경 총무과 교육지원팀장이 대표적인 경우다. 중구 관계자는 “민선4기 핵심 업무가 직원 교육인데 그 주무를 담당하는 자리에 여성을 앉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임종순 세외수입팀장,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조사팀장을 역임한 정옥미 주차과징팀장 등도 중구가 꼽는 예비 여성 간부들이다.
강동구는 건축행정팀장을 지낸 정애숙 환경행정팀장이, 강서구에는 공보팀장을 역임한 이은영 민원관리팀장이 주목할 만한 여성 인사로 꼽힌다. 종로구와 금천구, 중랑구는 각각 지적과에 6급 여성 팀장을 보유하고 있다.
◆다양한 보직경험 축적해야 =
최근 불고 있는 자치구 여성바람은 ‘아래로부터’ 비롯된 것이라 더욱 관심을 모은다. 한 자치구 여성 공무원은 “예전과는 달리 ‘윗선’의 배려가 아니라 어쩔 수 없는 대세”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여성 공무원 숫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만큼 여성을 배제하고는 인사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각 자치구마다 여성공무원이 30~35%에 달하는데다 최근 몇 년간은 신규 직원 40~50%가 여성이기 때문이다. 한 자치구 인사팀장은 “몇년만 지나면 자치구 판도가 달라질 것”이라며 “간부 중 절반 이상이 여성으로 채워질 날이 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갈 길’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다. 아직도 대다수 여성 공무원이 ‘여성보직’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다른 자치구 인사담당자는 “남성은 보직경로가 다양해 여러 가지 노하우를 축척할 기회가 많지만 여성의 경우 현실적으로 그런 기회가 적다”며 “여성 간부가 다양한 경험을 축적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감사담당관 동장 등 ‘최초’의 여성 줄이어
신규 직원은 50% 가량, ‘배려’ 아닌 ‘대세’
자치구 여성시대가 예고된다. 민선4기 인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서 각 자치구마다 ‘금녀’구역으로 꼽히던 주요 보직을 꿰찬 여성들이 눈에 띈다. 전통적으로 ‘여성용’으로 분류되는 보직을 벗어난 인사도 적지 않다.
◆‘최초’ 수식어 빈번해져 =
양천구는 최근 인사에서 자치구 최초로 여성 감사담당관을 발령냈다. 김미용 신임 감사담당관이 주인공. 구는 “섬세하고 세심한 여성 특유의 업무 스타일을 딱딱하기만 했던 감사업무에 접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후 처벌’식 감사업무가 아니라 직원들을 배려해가며 사전 업무지도 등을 통한 예방 차원의 감사가 가능해지리라는 것이다.
양천구에 앞서 인사를 단행한 성동구는 최초의 여성 동장을 냈다. 염형순 금호3가동장은 성동구에서 처음으로 인사팀장을 맡았던 여성 간부라 특히 구의 기대가 크다. 성동구는 여성 간부가 대민업무 일선에서 ‘주민과 함께 하는 행정’이라는 모범을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성구청장으로 눈길을 끈 송파구는 인사팀장에 여성을 임명했다. 이영선 인사팀장은 직전에 재무과 지출팀장으로 근무해 2000억원대에 달하는 송파구청의 자금을 ‘깔끔’하게 관리해왔다는 평가. 구는 ‘제도보다 바꾸기 어려운 직원들 인식을 바꾸기 위해’ 남성 공무원 독무대이던 인사팀장에 ‘능력’을 앞세워 여성을 앉혔다고 밝혔다.
동작구도 개청 26년 만에 첫 여성 동장을 냈다. 김영란 동장은 갓 40이 된 젊은 사무관이라 더 눈길을 모은다. ‘오랜 경험과 경륜’이 없는 그를 ‘전진배치’했다. 동작구는 김영란 동장을 비롯한 여성사무관 2명을 연속 감사팀장에 발령내는 파격을 보이기도 했다.
◆전통 ‘여성보직’ 탈피한 인사 =
주요 보직으로 꼽히는 부서뿐 아니다. 전통적으로 ‘여성용’으로 분류되는 사회복지나 가정복지 동사무소민원 보직 등에서 벗어난 인사도 관심을 모은다. 그만큼 여성 공무원들이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게 된 셈이다.
5급 사무관 가운데 눈길을 끄는 이들은 여럿이다. 서대문구 임진숙 산업환경과장, 강동구 민선숙 전자정보과장, 광진구 이미령 자치행정과장과 김은혜 문화체육과장이 그들. 마포구 김경숙 여권과장과 중랑구는 류연자 지적과장도 있다.
강북구 김영진 미아6·7동장은 지난 2003년 임명된 이후 ‘길을 가다 마주치는 사람도 자원봉사자로 끌어들이는’ 친화력을 한껏 발휘하고 있다는 평이다. 중구에서는 구에서 처음으로 여성동장을 역임한 김인자 사무관이 의회사무국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공무원의 꽃이라 불리는 6급 계장도 더 이상 분야가 제한되지 않는다. 중구 한수경 총무과 교육지원팀장이 대표적인 경우다. 중구 관계자는 “민선4기 핵심 업무가 직원 교육인데 그 주무를 담당하는 자리에 여성을 앉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임종순 세외수입팀장,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조사팀장을 역임한 정옥미 주차과징팀장 등도 중구가 꼽는 예비 여성 간부들이다.
강동구는 건축행정팀장을 지낸 정애숙 환경행정팀장이, 강서구에는 공보팀장을 역임한 이은영 민원관리팀장이 주목할 만한 여성 인사로 꼽힌다. 종로구와 금천구, 중랑구는 각각 지적과에 6급 여성 팀장을 보유하고 있다.
◆다양한 보직경험 축적해야 =
최근 불고 있는 자치구 여성바람은 ‘아래로부터’ 비롯된 것이라 더욱 관심을 모은다. 한 자치구 여성 공무원은 “예전과는 달리 ‘윗선’의 배려가 아니라 어쩔 수 없는 대세”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여성 공무원 숫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만큼 여성을 배제하고는 인사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각 자치구마다 여성공무원이 30~35%에 달하는데다 최근 몇 년간은 신규 직원 40~50%가 여성이기 때문이다. 한 자치구 인사팀장은 “몇년만 지나면 자치구 판도가 달라질 것”이라며 “간부 중 절반 이상이 여성으로 채워질 날이 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갈 길’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다. 아직도 대다수 여성 공무원이 ‘여성보직’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다른 자치구 인사담당자는 “남성은 보직경로가 다양해 여러 가지 노하우를 축척할 기회가 많지만 여성의 경우 현실적으로 그런 기회가 적다”며 “여성 간부가 다양한 경험을 축적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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