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의 전략은 무엇인가
홍 승 용 (대구대 교수·독문학)
민주국가에서 국민들에게 버림받은 정치 집단이 쓸쓸하게 물러나고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는 일은 아주 정상적인 현상이다. 절대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통념에 비춰보면 적절한 시기에 이루어지는 정권교체는 바람직한 현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요즘의 정치 흐름은 그다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한나라당은 차기 대권을 이미 손에 넣기라도 한 듯 행동하지만 그렇다고 우리 사회의 미래가 희망으로 넘치는 것 같지도 않다.
우선 열린우리당이 방법론적으로 실패하고 있는 양극화해소를 한나라당은 원론적으로 포기할 것 같다. 양극화는 그저 좌파들의 선전 구호였을 뿐이었다고 파묻어버리고, 아직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때이며 복지 따위는 국민소득이 한 두세 배쯤 오른 뒤에나 찬찬히 따져보자고 딴전 부릴 것 같다.
대북관계에서는 공존과 평화의 정착보다 대결과 경색을 대세로 만들 공산이 크다. 인도적인 차원의 지원들에 대해서도 퍼주기라는 비난을 남발해왔으니까. 대미 의존도를 완화시킬 가능성도 별로 없어 보인다. 이라크 파병부터 미군부대 확장이전 문제까지 한나라당이 현 정권보다 진취적인 자세를 취한 적은 없지 않은가.
이른바 민주화세력에 의해 그 동안 힘겹게 이루어진 역사바로잡기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미리부터 걱정된다. 지난 국회에서 친일청산 관련법을 누더기로 만들던 한나라당의 전력에 비춰보건대 그 정도는 처음부터 예상하고 대응태세를 갖춰야 할 듯하다.
정경유착 되살아날 가능성
차떼기 책떼기 공천비리 따위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정경유착의 못된 전통이 다시 버젓이 살아날 확률은 100% 아닌가. 한나라당의 뿌리인 전두환 노태우 시절 통치자금이라는 해괴한 이름으로 멋대로 거둬들이고 쓰다쓰다 남은 비자금만 해도 수천억 원 아니었던가. 재벌들에게 특혜를 몰아준 박정희식 개발독재야말로 정경유착구조의 출발점 아닌가.
한참 후의 걱정거리들은 일단 뒤로 제쳐놓더라도, 당장 한나라당이 추진하고 있는 사립학교법 재개정부터가 우리 교육의 주요현안들을 푸는 일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오히려 문제를 더욱 뒤틀리게 할 뿐이다. 사학재단 관계자들의 기득권을 지켜주기 위해 제1야당이 왜 그렇게 필사적인지 그 심오한 뜻을 알아먹을 방법이 없다.
그렇다면 비상체제로 들어선 열린우리당은 비상한 해답을 내놓고 있는가. 국민들의 지지를 회복하기 위해 얼마나 혼신을 다해 노력하고 있는가. 새삼스럽게 들고나온 서민경제론은 믿을 만한가. 별로 그런 것 같지 않다. 경제성장률이 1~2%쯤 오른다고 해서 서민경제가 나아질 것 같지는 않다. FTA를 아무리 잘 밀어붙여도 양극화는 완화될 것 같지 않은데, 이와 관련한 궤도수정의 낌새는 보이지 않는다. 이제 막 출발했을 뿐이라 속단하기는 이르겠지만, 김근태 체제는 2002년 노풍을 일으켰던 에너지원을 아직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매사에 왜 그리 부정적이냐고 누가 추궁해도 할 말은 없다. 부정적인 김에 부정적인 질문 좀 더 하자.
민주노동당은 정말 수권정당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이 맞는가. 혼탁한 제도권 속에 뛰어들었으면 정권을 잡자는 것인데, 현실정치의 탁류를 헤치고 다수국민의 지지를 얻어낼 진보의 전략은 무엇인가. 진보를 내세우면서 자신도 보수세력과 다를 바 없는 행태를 보이지는 않았는가. 평등사회를 향한 불굴의 정신과 반대파까지 설복할 논리를 갖추고 약자들을 위해 진정 헌신하고 있는가. 그 헌신성에 어울릴 만큼 낮은 자세로 일하고 있는가.
양극화 극복과 평등사회 구현
아직 마그마처럼 들끓고 있는 우리 사회의 폭발적 에너지는 양극화의 극복으로부터 나올 것이다. 양극화의 극복 혹은 평등사회의 구현을 중심 과제로 삼는다는 점에서 진보세력은 시대를 앞질러 왔다. 그런데 보수정치의 온갖 문제점을 뻔히 보고도 다수 국민들이 진보정치를 외면하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그 책임은 일단 진보세력에게 있다. 폭발적 에너지를 관리하는 데에 무능하고 게을렀다는 증거인 것이다. 분발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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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승 용 (대구대 교수·독문학)
민주국가에서 국민들에게 버림받은 정치 집단이 쓸쓸하게 물러나고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는 일은 아주 정상적인 현상이다. 절대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통념에 비춰보면 적절한 시기에 이루어지는 정권교체는 바람직한 현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요즘의 정치 흐름은 그다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한나라당은 차기 대권을 이미 손에 넣기라도 한 듯 행동하지만 그렇다고 우리 사회의 미래가 희망으로 넘치는 것 같지도 않다.
우선 열린우리당이 방법론적으로 실패하고 있는 양극화해소를 한나라당은 원론적으로 포기할 것 같다. 양극화는 그저 좌파들의 선전 구호였을 뿐이었다고 파묻어버리고, 아직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때이며 복지 따위는 국민소득이 한 두세 배쯤 오른 뒤에나 찬찬히 따져보자고 딴전 부릴 것 같다.
대북관계에서는 공존과 평화의 정착보다 대결과 경색을 대세로 만들 공산이 크다. 인도적인 차원의 지원들에 대해서도 퍼주기라는 비난을 남발해왔으니까. 대미 의존도를 완화시킬 가능성도 별로 없어 보인다. 이라크 파병부터 미군부대 확장이전 문제까지 한나라당이 현 정권보다 진취적인 자세를 취한 적은 없지 않은가.
이른바 민주화세력에 의해 그 동안 힘겹게 이루어진 역사바로잡기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미리부터 걱정된다. 지난 국회에서 친일청산 관련법을 누더기로 만들던 한나라당의 전력에 비춰보건대 그 정도는 처음부터 예상하고 대응태세를 갖춰야 할 듯하다.
정경유착 되살아날 가능성
차떼기 책떼기 공천비리 따위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정경유착의 못된 전통이 다시 버젓이 살아날 확률은 100% 아닌가. 한나라당의 뿌리인 전두환 노태우 시절 통치자금이라는 해괴한 이름으로 멋대로 거둬들이고 쓰다쓰다 남은 비자금만 해도 수천억 원 아니었던가. 재벌들에게 특혜를 몰아준 박정희식 개발독재야말로 정경유착구조의 출발점 아닌가.
한참 후의 걱정거리들은 일단 뒤로 제쳐놓더라도, 당장 한나라당이 추진하고 있는 사립학교법 재개정부터가 우리 교육의 주요현안들을 푸는 일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오히려 문제를 더욱 뒤틀리게 할 뿐이다. 사학재단 관계자들의 기득권을 지켜주기 위해 제1야당이 왜 그렇게 필사적인지 그 심오한 뜻을 알아먹을 방법이 없다.
그렇다면 비상체제로 들어선 열린우리당은 비상한 해답을 내놓고 있는가. 국민들의 지지를 회복하기 위해 얼마나 혼신을 다해 노력하고 있는가. 새삼스럽게 들고나온 서민경제론은 믿을 만한가. 별로 그런 것 같지 않다. 경제성장률이 1~2%쯤 오른다고 해서 서민경제가 나아질 것 같지는 않다. FTA를 아무리 잘 밀어붙여도 양극화는 완화될 것 같지 않은데, 이와 관련한 궤도수정의 낌새는 보이지 않는다. 이제 막 출발했을 뿐이라 속단하기는 이르겠지만, 김근태 체제는 2002년 노풍을 일으켰던 에너지원을 아직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매사에 왜 그리 부정적이냐고 누가 추궁해도 할 말은 없다. 부정적인 김에 부정적인 질문 좀 더 하자.
민주노동당은 정말 수권정당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이 맞는가. 혼탁한 제도권 속에 뛰어들었으면 정권을 잡자는 것인데, 현실정치의 탁류를 헤치고 다수국민의 지지를 얻어낼 진보의 전략은 무엇인가. 진보를 내세우면서 자신도 보수세력과 다를 바 없는 행태를 보이지는 않았는가. 평등사회를 향한 불굴의 정신과 반대파까지 설복할 논리를 갖추고 약자들을 위해 진정 헌신하고 있는가. 그 헌신성에 어울릴 만큼 낮은 자세로 일하고 있는가.
양극화 극복과 평등사회 구현
아직 마그마처럼 들끓고 있는 우리 사회의 폭발적 에너지는 양극화의 극복으로부터 나올 것이다. 양극화의 극복 혹은 평등사회의 구현을 중심 과제로 삼는다는 점에서 진보세력은 시대를 앞질러 왔다. 그런데 보수정치의 온갖 문제점을 뻔히 보고도 다수 국민들이 진보정치를 외면하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그 책임은 일단 진보세력에게 있다. 폭발적 에너지를 관리하는 데에 무능하고 게을렀다는 증거인 것이다. 분발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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