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무렵, 한 신문기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금융교육의 문제점에 대한 의견을 묻는 전화였다. 그런데 필자가 말을 꺼낼 사이도 없이 수화기 저편의 기자는 취재과정에서 느낀 금융교육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의 주장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금융교육 ‘유해론(有害論)’에 다름 아니었다. 그가 제기하는 금융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돈에 밝은 아이’가 아닌 ‘돈을 밝히는 아이’로 키우고 있다는 것이었다.
필자와의 통화는 요식행위라는 느낌이 들만큼 이미 금융교육에 대한 그의 입장은 분명했다. 그의 눈에 비친 금융교육은 아이들에게 ‘황금만능주의’를 심어주는 위험천만한 교육이었다. 잘못된 금융교육으로 인해 요즘 아이들에게 ‘돈’이 직업을 선택하는 최고의 기준이고, 돈 많이 벌어 편하게 사는 것이 인생의 목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결국 지금의 금융교육이 외환위기와 카드대란이 낳은 일종의 ‘과유불급(過猶不及)’ 현상이라고 결론지었다.
이처럼 최근 금융교육에 대한 비판이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물론 이런 비판에 힘이 실릴 만큼 우리의 금융교육에 많은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사설 학원까지 생겨날 만큼 금융교육이 지나치게 사교육화 되어가는 현실이 그렇다. 또한 일부 기관들의 금융교육에서 ‘교육’은 없고 ‘마케팅’만 보인다는 지적도 흘려 들을 수 없다.
그러나 이것이 금융교육의 본질적인 문제는 될 수 없다. 이는 금융교육이 공교육에서 외면 받는 현실과 일부의 왜곡된 상업주의가 맞물려 나온 결과일 뿐이다. 하지만 금융교육이 돈을 밝히는 아이로 키운다는 비판 만큼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것은 이제 겨우 걸음마를 뗀 국내 금융교육의 위상을 과대평가한 것이다. 만약 기자의 지적처럼 요즘 아이들에게 황금만능주의가 팽배해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금융교육의 폐해가 아니라 필요성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그리고 돈이 아이들의 마음 속에 그렇게 큰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면 금융교육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이제는 ‘돈맛과 동심이 상극’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이들은 돈을 어떻게 배울까? 서양 속담에 “돈에는 입이 있다.”는 말이 있다. 아이들은 이미 부모나 친구, 미디어, 그리고 광고로부터 돈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있다. 그러니 언제까지 돈 이야기를 아이들로부터 떼어 놓을 수도 없고, 감춘다고 감춰지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아이들은 벌써 어깨너머로 배워서는 돈에 대한 가치관을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중이다.
무엇보다 금융교육은 흔히 생각하듯 ‘부자 만들기’식의 거창한 교육이 아니다. 만약 그렇다면 필자는 감히 금융교육을 얘기할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부자도 아닐 뿐더러 더더욱 부자가 되는 방법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금융교육의 핵심은 아이에게 올바른 돈의 의미와 가치를 알려주는 것이다. 금융교육은 단지 돈을 관리하는 요령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경제활동 속에서 아이의 올바른 자아를 만들어주는 과정이다. 돈을 매개로 다른 사람과 어떻게 더불어 살아야 하는지를 가르치는 것이다. 그래서 선진국에서는 금융교육을 도덕교육이나 인성교육으로 생각한다. 단순한 지식의 전달 차원을 넘어서 아이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지혜와 가치관을 길러주는 과정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교육에 돈 문제를 더하는 시도는 우리 사회에 전례가 없는 일이다. 그래서 지금 우리 주변에서 펼쳐지고 있는 금융교육이 성공적으로 뿌리 내리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특히 지나치게 사교육화, 상업화 되고 있는 현실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학교가 금융교육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공교육과의 단절이야말로 금융교육을 지금과 같이 상업주의로 흐르게 만든 주원인이기 때문이다. 또한 모든 경제 주체들이 이해 관계를 떠나 우리 사회와 아이들의 미래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금융교육을 바라봐야 한다.
이런 노력들이 결실을 맺을 때 금융교육이 ‘부자 만들기’나 ‘아이들의 머니 게임(Money Game)’이라는 식의 오해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금융교육의 정착을 위해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이 있다. 금융교육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애정어린 눈길이다. 어떤 문제이든 간에 무조건 색안경을 끼고 본다면 답은 없다. 교육만큼 투자효과가 큰 것은 없다. 이는 금융교육에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 사회의 미래는 지금 아이들에게 어떤 금융교육을 하느냐에 달려있다. 우리 사회가 금융교육을 외면할 때 가장 큰 피해자는 자라나는 아이들이다. 내일의 이 나라를 위해 우리가 오늘 해야 할 일은 미래의 주역인 아이들이 제대로 된 금융교육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국민은행 연구소 박철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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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와의 통화는 요식행위라는 느낌이 들만큼 이미 금융교육에 대한 그의 입장은 분명했다. 그의 눈에 비친 금융교육은 아이들에게 ‘황금만능주의’를 심어주는 위험천만한 교육이었다. 잘못된 금융교육으로 인해 요즘 아이들에게 ‘돈’이 직업을 선택하는 최고의 기준이고, 돈 많이 벌어 편하게 사는 것이 인생의 목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결국 지금의 금융교육이 외환위기와 카드대란이 낳은 일종의 ‘과유불급(過猶不及)’ 현상이라고 결론지었다.
이처럼 최근 금융교육에 대한 비판이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물론 이런 비판에 힘이 실릴 만큼 우리의 금융교육에 많은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사설 학원까지 생겨날 만큼 금융교육이 지나치게 사교육화 되어가는 현실이 그렇다. 또한 일부 기관들의 금융교육에서 ‘교육’은 없고 ‘마케팅’만 보인다는 지적도 흘려 들을 수 없다.
그러나 이것이 금융교육의 본질적인 문제는 될 수 없다. 이는 금융교육이 공교육에서 외면 받는 현실과 일부의 왜곡된 상업주의가 맞물려 나온 결과일 뿐이다. 하지만 금융교육이 돈을 밝히는 아이로 키운다는 비판 만큼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것은 이제 겨우 걸음마를 뗀 국내 금융교육의 위상을 과대평가한 것이다. 만약 기자의 지적처럼 요즘 아이들에게 황금만능주의가 팽배해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금융교육의 폐해가 아니라 필요성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그리고 돈이 아이들의 마음 속에 그렇게 큰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면 금융교육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이제는 ‘돈맛과 동심이 상극’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이들은 돈을 어떻게 배울까? 서양 속담에 “돈에는 입이 있다.”는 말이 있다. 아이들은 이미 부모나 친구, 미디어, 그리고 광고로부터 돈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있다. 그러니 언제까지 돈 이야기를 아이들로부터 떼어 놓을 수도 없고, 감춘다고 감춰지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아이들은 벌써 어깨너머로 배워서는 돈에 대한 가치관을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중이다.
무엇보다 금융교육은 흔히 생각하듯 ‘부자 만들기’식의 거창한 교육이 아니다. 만약 그렇다면 필자는 감히 금융교육을 얘기할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부자도 아닐 뿐더러 더더욱 부자가 되는 방법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금융교육의 핵심은 아이에게 올바른 돈의 의미와 가치를 알려주는 것이다. 금융교육은 단지 돈을 관리하는 요령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경제활동 속에서 아이의 올바른 자아를 만들어주는 과정이다. 돈을 매개로 다른 사람과 어떻게 더불어 살아야 하는지를 가르치는 것이다. 그래서 선진국에서는 금융교육을 도덕교육이나 인성교육으로 생각한다. 단순한 지식의 전달 차원을 넘어서 아이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지혜와 가치관을 길러주는 과정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교육에 돈 문제를 더하는 시도는 우리 사회에 전례가 없는 일이다. 그래서 지금 우리 주변에서 펼쳐지고 있는 금융교육이 성공적으로 뿌리 내리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특히 지나치게 사교육화, 상업화 되고 있는 현실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학교가 금융교육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공교육과의 단절이야말로 금융교육을 지금과 같이 상업주의로 흐르게 만든 주원인이기 때문이다. 또한 모든 경제 주체들이 이해 관계를 떠나 우리 사회와 아이들의 미래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금융교육을 바라봐야 한다.
이런 노력들이 결실을 맺을 때 금융교육이 ‘부자 만들기’나 ‘아이들의 머니 게임(Money Game)’이라는 식의 오해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금융교육의 정착을 위해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이 있다. 금융교육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애정어린 눈길이다. 어떤 문제이든 간에 무조건 색안경을 끼고 본다면 답은 없다. 교육만큼 투자효과가 큰 것은 없다. 이는 금융교육에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 사회의 미래는 지금 아이들에게 어떤 금융교육을 하느냐에 달려있다. 우리 사회가 금융교육을 외면할 때 가장 큰 피해자는 자라나는 아이들이다. 내일의 이 나라를 위해 우리가 오늘 해야 할 일은 미래의 주역인 아이들이 제대로 된 금융교육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국민은행 연구소 박철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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