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선 지금도 소리없는 전쟁중”

중·일에 맞서 어족자원·주권 수호 … 해상 전력 선진국 수준으로 높여야

지역내일 2006-08-02
대한민국 바다는 날마다 소리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중국 일본 등 인접 국가들과 해양자원 침탈, 독도분쟁 등으로 첨예한 갈등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다. 강물에 떠내려 온 거대한 쓰레기더미와 몰래 버려지는 폐수·폐유, 불법 출입국과 밀수까지. 안전하고 깨끗한 바다를 만들기 위한 전쟁이 밤낮으로 계속되고 있다. 이 바다를 지키는 사람들이 ‘해양경찰’이다.

◆일본 ‘대항 해양조사’에 대비 = 해경은 당장 일본의 ‘독도 해양조사’ 움직임에 대비하고 있다. 동해 해양경찰서는 최근 독도경비를 전담하는 대형 경비함에 탑재된 고속보트(RIB) 4척에 레이더 반사기를 설치했다. 이 레이더 반사기는 탐지거리가 2배 정도 늘어난 7~8마일로, 작전 범위가 확대돼 일본 우익단체의 독도상륙기도나 측량선 접근시 신속히 대응할 수 있다.
해경은 일본의 아베 신조 관방장관이 9월 총리선거를 앞두고 유리한 정치지형을 만들기 위해 8월중에 ‘해양조사’를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일본은 이미 우리측 해양조사선 ‘해양 2000호’가 지난 5일 독도에 진입해 해양조사를 벌이자 지난 4월 중단했던 독도에서의 해양조사를 다시 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당시 아베 장관이 ‘나포 의사가 없다’고 밝혀 무력충돌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 하지만 ‘해양 2000호’가 일본이 주장하는 EEZ를 넘어서자 일본 순시선이 ‘해양 2000호’에 따라 붙고, 한국의 독도경비대도 초비상 경계근무에 돌입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됐다.
이처럼 독도를 둘러싼 한·일간 갈등은 갈수록 첨예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이승재 해양경찰청장은 “일본이 실제 침략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 일본이 침략전쟁의 산물인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며 과거사를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다는데 우리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청장은 “국민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해경의 역량을 총동원해 일본의 어떠한 침범 기도에도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바다는 저강도 분쟁해역” = 한반도를 둘러싼 러·일·중 등 주변국 사이에 해상분쟁이 잦아지면서 해경의 치안능력을 시급히 보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해경은 최근 몇 년간 인력·조직·장비 등 전력 증강에 주력해왔다. 하지만 일본에 비하면 아직 해경의 해상 전력은 크게 뒤지고 있다. 현재 한국 해양경찰청이 보유하고 있는 함정은 대형(1000t급 이상) 20척, 중형 39척 등 268척이고 비행기는 단 1대에 불과하다. 반면 일본 해상보안청은 대형 53척 등 함정 519척, 비행기는 무려 29대나 갖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해역 및 인구 규모를 고려하면 현재의 해경 전력이 적정한 수준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해경청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EEZ가 인접 국가와 맞닿은 해역은 스칸디나비아, 아프리카 서해, 한국 동·서해뿐”이라며 “바다를 사이에 두고 러·중·일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순한 수치상 비교는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일본과는 인구 등에서 차이가 있지만 해양주권과 국민의 안전을 지키려면 인접국에 뒤지지 않는 수준의 전력을 갖춰야한다”며 “EEZ까지 경계하려면 악천우와 상대국 어선에 대응할 대형함정과 장비, 인력 확충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어민들의 바다를 지키는 파수꾼” = 해경의 위상과 역할이 높아지면서 국민들에게도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고 있다. 올 들어 서남해안의 연근해 어장에는 풍어가 지속되고 있다. 해경이 불법조업을 일삼던 중국어선을 강력히 단속한 덕분이다.
해경이 올 들어 불법조업 혐의 등으로 나포한 중국어선은 6월 28일 현재 224척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205척)보다 9%(19척) 증가한 것이다. 이 가운데 71척(과징금 10억여원)을 전남 목포해경본부에서 나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45척보다 무려 26척이나 더 많다. 목포본부의 불법 중국어선 나포 실적은 2004년 139척(9억여원), 2005년 217척(16억여원)으로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중국선박 단속이 강화되면서 서남해안 어민들의 어획고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실제 신안군 흑산도 학산수협의 6월말 현재 홍어 위판고는 지난해 총 위판고와 같은 62톤(23억여원)을 기록했다. 지난달부터는 제철을 맞은 병어가 넘쳐나고 있다. 신안수협 북부지소는 최근 병어만으로 하루 위판액 3억원을 넘기는 신기록을 세웠다. 신안수협 관계자는 “해경이 중국어선을 철저히 단속하면서 어장환경이 크게 개선됐다”고 말했다.
흑산도 홍어가 대풍을 이뤘던 지난 3월 흑산도수협 박종순 조합장은 “해경의 불법 중국어선 단속으로 홍어가 대풍을 이뤘다”며 감사의 뜻으로 홍어 2마리를 해경청장 앞으로 보내기도 했다. 당시 박 조합장은 홍어와 함께 보낸 편지에 “예전에는 해경에 대한 인식이 안 좋았는데 몇 년 전부터 우리 바다를 지켜주는 파수꾼이란 믿음이 생겼다”고 적었다.
해경청 이평현 홍보팀장은 “누굴 위해 해경이 존재하는 지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준 일이었다”고 말했다.

◆해경, 지방청시대 개막 = 이처럼 높아진 국민들의 관심과 지지에 힘입어, 해경은 오랜 숙원사안이었던 ‘지방청시대’를 맞게 됐다. 지난 4월 출범한 4개 지방본부가 10월중에 목포·부산·동해 3개 지방청으로 개편될 전망이다. 해경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의 지방청 설립안을 행정자치부와 합의하고 현재 기획예산처와 협의중이라고 밝혔다.
신설될 지방해양경찰청은 경무관급 청장에 총경급 과장, 경정·경감급 계장체제로 구성하고 청별로 60~80명의 인원이 보강된다. 또 인사·예산·감사 등 각종 권한이 위임돼 명실상부한 ‘지방청’ 조직의 면모를 갖출 예정이다.
윤성현 해경청 조직관리팀장은 “지방청 개편을 통해 해역별 특성에 맞는 광역치안체계를 갖추게 되면, 바다안전망 확충 등 국민들에게 보다 수준 높은 치안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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