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춘웅 칼럼>용산 역사공원 선포식을 보고

지역내일 2006-08-30
용산 역사공원 선포식을 보고
임춘웅 (본지 객원 논설위원)

정부는 지난 24일 ‘용산기지 공원화 선포식’이란 색다른 행사를 가졌다. 이날 행사에는 대통령은 물론 3부요인이 두루 참석해 용산공원화 사업의 역사적 의미를 기렸다.
공원 하나를 만드는 데 3부요인이 대거 참석하고 거기에 역사적 의미까지 부여하는 것은 또 무엇인가. 정부는 용산기지 반환에 담겨있는 의미가 자못 크기 때문이라고 했다. 공원화 사업 선포식을 24일 갖게 된 것도 임오군란을 빌미로 청나라 군대가 용산에 들어온 게 1882년 8월24일 이어서 그날을 택했다고 한다.
지금 용산에 있는 미8군사령부가 2008년까지 평택으로 옮겨가게 되기 때문에 그 자리에 역사와 민족의 혼을 되새기는 공원을 만들어 후대에는 아픈 용산의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일 것이다.

용산은 외세의 상징
청군은 지금으로부터 124년전 서울 용산에 주둔했다. 이어 벌어진 청·일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하면서 일본군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됐고 러·일전쟁에서도 이기게 되면서 일본은 용산땅 300만평을 강제 수용했다. 1908년 일본은 이 자리를 아예 일본군의 영구기지로 만들어 버렸다. 45년 해방과 더불어 일본군은 물러갔으나 그 자리에 미군이 들어와 지금에 이르고 있다. 미군의 용산주둔을 청군이나 일본군과 같은 시각에서 볼 수 있느냐는 논란이 있으나 장구한 세월동안 용산에 우리 군대 아닌 외국군이 자리 잡고 있었다는 데는 이의가 없을 것이다.
이번 미군의 용산기지 이전은 바로 이 나라의 수도인 서울에서 외국군대가 더 이상 장기 주둔하지 않게 됐다는 의미가 있는 것이다. 용산이 이처럼 여러 나라 군대가 계속해서 주둔하게 된 것은 용산의 빼어난 군사적 가치 때문이다. 용산은 한강에 접해있고 한반도의 중심부에 있으며 궁성과도 가까워서 조선 정부를 압박하거나 회유하는데 아주 적절한 위치에 있기 때문이었다.
용산은 그래서 그동안 우리에게 부끄러운 땅이었다. 6·25 전쟁 때와 그 이후 한동안은 가난한 한국백성들이 미군부대에서 군수품을 빼내 팔아 연명을 했던 서러운 역사도 간직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대한민국의 특수층에게는 이곳 출입이 대단한 자랑이었다. 미8군에 자동차를 타고 들어가자면 8군 출입증인 특수 데칼(Decal)을 부착해야 했다. 이 출입증은 한국사회의 특수신분임을 광고하는 징표였던 것이다.
80년대까지만 해도 이 출입증을 차에 달고 미군기지에 들어가 스테이크를 먹고 골프를 치는 것은 그들만의 특권이었고 커다란 위세였다. 80년대 초 어느 언론사에 취임한 어떤 사장님은 사장차에 8군 데칼이 없는 것을 알고 노발대발하며 출입증을 만들어 내라고 호통을 친 일이 있다. 관련된 사원들이 총동원돼 출입증을 만들어 내야 했던 것은 물론이다. 참으로 부끄러운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이번 용산기지 공원화 사업 선포식에 서울시장이 불참했다고 해서 화제가 됐다. 반환되는 80여만평 전체를 공원화하느냐 아니면 일부를 개발하고 나머지를 공원화 하느냐 하는 것은 지엽적인 문제다. 그런 일로 역사적인 민족공원화 사업에 정부와 서울시 사이 갈등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서울은 세계 어느 수도보다 산이 많은 곳이다. 남산, 북한산, 관악산 등이 서울을 폭넓게 감싸고 있다. 때문에 자연공원 면적은 큰 문제가 아니다.

역사교육의 현장 돼야
중요한 것은 공원녹지의 면적이 아니라 용산 역사공원이 담아낼 내용이다. 뼈아픈 외세 강점의 역사현장을 통해 다시는 이 땅에 그런 오욕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국민들에 경각심을 심고 후손들을 교육시키는 교육현장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 요즘 미군에 넘어가 있는 전시작전통제권을 다시 찾아오는 문제로 시끄럽다. 작전권을 되찾아오는데 안보상 문제가 있다면 그것을 보완하는 작업을 해야지 작전권 환수 자체를 마다하거나 그 시기를 미뤄야 한다는 주장은 너무나 황당하다. 어느 당에서는 작전권을 이양하지 말도록 미국에 사람을 보낸다는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 앞으로 조성될 용산공원은 바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넋 나간 후손들이 더 이상은 나오지 않도록 교육하는 산 역사교육의 장이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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