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교통부, 올해부터 다단계정책진단시스템 첫 도입
문제정책 양산 부처서 고객만족 정책생산 부처로 전환
문제정책을 양산하는 정부부처로 손꼽히는 건설교통부가 다단계정책진단시스템을 도입,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다. 국민적 관심사인 부동산·교통문제를 총괄하는 건교부는 사소한 정책도 국민생활과 밀접해 민원발생 가능성이 어느 부처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실제 2004년부터 추진한 자동차번호판 변경문제도 2년여 논란 끝에 세 차례나 모델을 바꾸고도 국민들의 불만을 샀다. 지난해 치른 공인중개사 시험도 시험성격과 달리 너무 어렵다는 민원이 쇄도, 일부 응시자들이 건교부 청사에 난입한 끝에 2차 시험까지 치르는 진통을 겪어야 했다.
건교부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요 정책의 결정시스템을 바꾸는 변신을 꾀했다. 종전의 과장-국장-장관 등 계선중심의 단순 의사결정 구조로는 갈수록 복잡해지는 사회변화 추세를 따라갈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4단계 정책진단 회의체 구현 = 건교부가 처음 도입한 정책진단시스템은 문제가 될 만한 잠재적 정책이슈를 미리 발굴해 4단계의 진단과정을 거쳐 최적의 정책대안을 도출하는 과정을 밟는다. 건교부는 이를 ‘정책닥터 엠씨스퀘어’라고 이름 붙였다. 주요정책에 대해서는 담당 팀(과/실·국)과 관계없이 건교부 내부의 역량을 집결해 정책을 진단, 최종결정하는 방법이다.
4단계 과정을 풀어 설명하면 먼저 문제가 될 만하거나 국민적 관심사가 높은 이슈를 사전에 발굴한다. 이는 해당 부서의 상시적인 자체의제점검회의와 차관이 주재하는 일일현안점검회의에서 결정된다.
이어 발굴된 의제를 실무차원에서 점검하는 단계를 밟는다. 혁신정책조정관이 주재하는 정책도우미회의에는 담당자뿐 아니라 예산·법무·홍보 등 참모부서장과 해당정책의 전임자, 민간전문가가 참여해 다양한 의견을 교환한다. 다음 단계에서는 결정이 시급한 사안은 매주 열리는 차관 주재 정책의제점검회의에서, 중장기정책은 격주로 열리는 정책진단회의에서 한번 더 걸러진다. 여기서도 결정하지 못한 정책은 장관 주재로 수시로 개최되는 정책조정위원회에서 최종 결정한다.
◆올 들어 문제정책 한건도 없어 = 건교부의 다단계정책진단회의에서는 장차관도 토론자의 한 사람으로 참여한다. 따라서 과거의 일방적 지시가 아닌 쌍방향 의사토론이 가능하고 창의적 대안도 제시된다는 것이 건교부의 설명이다.
이같은 시스템 운영 뒤 올 들어 건교부가 정책 가운데 문제정책은 발생하지 않고 있다.
진현환 건교부 정책조정팀장은 “올 들어 정책진단을 거친 218건의 정책 중 실수나 실패사례가 발생하지 않으면서 이 시스템에 대한 건교부 직원들의 자발적 참여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물론 새로운 시스템이 정착하기까지 어려움도 많았다. 새로운 것을 생리적으로 싫어하는 관료사회의 벽 때문이었다. 건교부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장관이 정책진단시스템을 활용할 것을 여러차례 지시하고 차관이 직접 회의를 주재했다. 또 이 시스템을 거치지 않은 정책 가운데 문제점이 발견되면 문책하겠다고 엄포도 놓았다. 정책닥터 엠시스퀘어의 성과를 평가해 성과급에 반영하는 등 인센티브 방안도 함께 부여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시행 1년도 못돼 일선 부서의 안건 상정이 쇄도, 정책진단회의를 주 2회 이상으로 확대했다.
건교부는 앞으로 이 시스템을 보강확대할 방침이다. 9월부터는 항공안전본부, 지방국토관리청 등 소속기관에 확대적용하는 한편 정책진단회의에 외부전문가의 참여 폭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성홍식 기자 hssung@naeil.com
진현환 건교부 정책조정팀장
“말 많았던 판교분양, 정책진단 덕분에 성공”
진현환 건교부 정책조정팀장은 정책진단시스템 도입 이후 대표적 성공사례로 ‘판교 신도시 분양’을 꼽았다. 국민들의 관심이 몰린 사안이어서 분양 이전부터 “떳다방이 득세할 것이라거나 교통대란이 발생할 것” 등의 우려가 쏟아졌다.
건교부는 이같은 혼란을 막기 위해 판교분양건을 정책진단 안건으로 상정했다. 수차례의 회의와 진단 끝에 인터넷 청약을 기본으로 하고 처음으로 사이버모델하우스를 도입했다. 투기과열을 막고 수십만 청약자가 한꺼번에 몰리는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건교부는 정책진단시스템을 통해 △관계기관 혼선발생 △인터넷 청약시 시스템 용량부족에 따른 다운 가능성 △해킹 가능성 △인터넷 미숙자 예외처리 등 4가지 예상문제점을 진단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했다. 그 결과 판교신도시 3월분양은 큰 문제없이 완료됐고 청약 줄서기나 혼잡한 모델하우스 등 후진적 청약관행을 없애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건교부의 정책진단시스템은 이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 8월 21일에는 정책품질관리 우수사례로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 보고됐다. 또 다른 부처에서도 이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한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진현환 팀장은 “다단계정책진단시스템이 활성화되면서 건교부 내에서는 자기 소관 업무뿐 아니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안에 대해서는 모든 직원들이 함께 지혜를 모아 결점없는 정책을 생산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며 “결국 관료사회의 폐단 중 하나인 무소신·보신주의가 사라지고, 누가 정책결정에 앞서 창의적인 의견을 개진하고 직급에 관계없이 자유로운 쌍방향 토론이 가능해지는 문화를 만들고 있다”고 자부했다.
성홍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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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정책 양산 부처서 고객만족 정책생산 부처로 전환
문제정책을 양산하는 정부부처로 손꼽히는 건설교통부가 다단계정책진단시스템을 도입,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다. 국민적 관심사인 부동산·교통문제를 총괄하는 건교부는 사소한 정책도 국민생활과 밀접해 민원발생 가능성이 어느 부처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실제 2004년부터 추진한 자동차번호판 변경문제도 2년여 논란 끝에 세 차례나 모델을 바꾸고도 국민들의 불만을 샀다. 지난해 치른 공인중개사 시험도 시험성격과 달리 너무 어렵다는 민원이 쇄도, 일부 응시자들이 건교부 청사에 난입한 끝에 2차 시험까지 치르는 진통을 겪어야 했다.
건교부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요 정책의 결정시스템을 바꾸는 변신을 꾀했다. 종전의 과장-국장-장관 등 계선중심의 단순 의사결정 구조로는 갈수록 복잡해지는 사회변화 추세를 따라갈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4단계 정책진단 회의체 구현 = 건교부가 처음 도입한 정책진단시스템은 문제가 될 만한 잠재적 정책이슈를 미리 발굴해 4단계의 진단과정을 거쳐 최적의 정책대안을 도출하는 과정을 밟는다. 건교부는 이를 ‘정책닥터 엠씨스퀘어’라고 이름 붙였다. 주요정책에 대해서는 담당 팀(과/실·국)과 관계없이 건교부 내부의 역량을 집결해 정책을 진단, 최종결정하는 방법이다.
4단계 과정을 풀어 설명하면 먼저 문제가 될 만하거나 국민적 관심사가 높은 이슈를 사전에 발굴한다. 이는 해당 부서의 상시적인 자체의제점검회의와 차관이 주재하는 일일현안점검회의에서 결정된다.
이어 발굴된 의제를 실무차원에서 점검하는 단계를 밟는다. 혁신정책조정관이 주재하는 정책도우미회의에는 담당자뿐 아니라 예산·법무·홍보 등 참모부서장과 해당정책의 전임자, 민간전문가가 참여해 다양한 의견을 교환한다. 다음 단계에서는 결정이 시급한 사안은 매주 열리는 차관 주재 정책의제점검회의에서, 중장기정책은 격주로 열리는 정책진단회의에서 한번 더 걸러진다. 여기서도 결정하지 못한 정책은 장관 주재로 수시로 개최되는 정책조정위원회에서 최종 결정한다.
◆올 들어 문제정책 한건도 없어 = 건교부의 다단계정책진단회의에서는 장차관도 토론자의 한 사람으로 참여한다. 따라서 과거의 일방적 지시가 아닌 쌍방향 의사토론이 가능하고 창의적 대안도 제시된다는 것이 건교부의 설명이다.
이같은 시스템 운영 뒤 올 들어 건교부가 정책 가운데 문제정책은 발생하지 않고 있다.
진현환 건교부 정책조정팀장은 “올 들어 정책진단을 거친 218건의 정책 중 실수나 실패사례가 발생하지 않으면서 이 시스템에 대한 건교부 직원들의 자발적 참여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물론 새로운 시스템이 정착하기까지 어려움도 많았다. 새로운 것을 생리적으로 싫어하는 관료사회의 벽 때문이었다. 건교부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장관이 정책진단시스템을 활용할 것을 여러차례 지시하고 차관이 직접 회의를 주재했다. 또 이 시스템을 거치지 않은 정책 가운데 문제점이 발견되면 문책하겠다고 엄포도 놓았다. 정책닥터 엠시스퀘어의 성과를 평가해 성과급에 반영하는 등 인센티브 방안도 함께 부여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시행 1년도 못돼 일선 부서의 안건 상정이 쇄도, 정책진단회의를 주 2회 이상으로 확대했다.
건교부는 앞으로 이 시스템을 보강확대할 방침이다. 9월부터는 항공안전본부, 지방국토관리청 등 소속기관에 확대적용하는 한편 정책진단회의에 외부전문가의 참여 폭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성홍식 기자 hssung@naeil.com
진현환 건교부 정책조정팀장
“말 많았던 판교분양, 정책진단 덕분에 성공”
진현환 건교부 정책조정팀장은 정책진단시스템 도입 이후 대표적 성공사례로 ‘판교 신도시 분양’을 꼽았다. 국민들의 관심이 몰린 사안이어서 분양 이전부터 “떳다방이 득세할 것이라거나 교통대란이 발생할 것” 등의 우려가 쏟아졌다.
건교부는 이같은 혼란을 막기 위해 판교분양건을 정책진단 안건으로 상정했다. 수차례의 회의와 진단 끝에 인터넷 청약을 기본으로 하고 처음으로 사이버모델하우스를 도입했다. 투기과열을 막고 수십만 청약자가 한꺼번에 몰리는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건교부는 정책진단시스템을 통해 △관계기관 혼선발생 △인터넷 청약시 시스템 용량부족에 따른 다운 가능성 △해킹 가능성 △인터넷 미숙자 예외처리 등 4가지 예상문제점을 진단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했다. 그 결과 판교신도시 3월분양은 큰 문제없이 완료됐고 청약 줄서기나 혼잡한 모델하우스 등 후진적 청약관행을 없애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건교부의 정책진단시스템은 이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 8월 21일에는 정책품질관리 우수사례로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 보고됐다. 또 다른 부처에서도 이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한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진현환 팀장은 “다단계정책진단시스템이 활성화되면서 건교부 내에서는 자기 소관 업무뿐 아니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안에 대해서는 모든 직원들이 함께 지혜를 모아 결점없는 정책을 생산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며 “결국 관료사회의 폐단 중 하나인 무소신·보신주의가 사라지고, 누가 정책결정에 앞서 창의적인 의견을 개진하고 직급에 관계없이 자유로운 쌍방향 토론이 가능해지는 문화를 만들고 있다”고 자부했다.
성홍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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