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위원장 생각하는 후배에게 영업소장 권했죠”

지역내일 2006-09-06
인터뷰-현대해상 홍순계 전략채널본부장
제목: “노조 위원장 생각하는 후배에게 영업소장 권했죠”
“‘미스 김’ ‘김양아’ 이렇게 불리던 여직원들에게 이름 불러주기를 했죠. 지금 그 일을 기억하는 직원들이 있을지 모르겠네요.(웃음)”
홍순계(49) 현대해상화재보험 전략채널본부장. 85년 현대해상에서 처음 노조를 만들던 때를 그는 이렇게 회상했다. 83년 현대해상에 입사한 그는 85년 노조결성을 주도하고 부위원장을 맡았다. 그 뒤 89년 제3대 노조위원장에 선출됐다. 1, 2대가 노조의 존립과 생존시기라면 3대는 중흥기였다. 사람 좋기로 소문난 그는 노조에 헌신적인 노력을 쏟아 부었다. 또 분임토의와 총회를 통해 조직력은 눈에 띄게 커졌다.
예견된 일이지만 회사 측과도 충돌했다. 우리사주 주식공개 문제나 대기발령 철폐 문제 등 당시 민감한 이슈를 정면에서 거론했기 때문이다. 91년엔 장외투쟁을 시도했다.
그런데 이것이 언론에 잘못 보도되면서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사내투쟁은 노사가 모두 힘드니까 회사 밖에서 장소를 옮겨가며 조합원 총회(유랑총회)를 열기로 했다. 이것이 언론에 의해 ‘유람파업’으로 왜곡됐다. 마치 놀고먹으면서 파업한다는 식으로 보도됐다.
이 파업에 대한 책임을 물어 그는 해고됐고 92년에 구속됐다.
이처럼 비록 사무직이라 해도 87년 민주화항쟁 이전에 노조간부를 하는 것은 지금과는 상황이 많이 달랐다. 직장인의 유일한 꿈인 승진은 사실상 포기하는 것이다. 홍 본부장은 “당시는 마치 독립운동을 하는 심정과 비슷했다”고 설명했다.
새옹지마랄까. 노조위원장 출신으로 회사와 담판을 짓던 그가 이제는 회사 임원이 돼 동분서주 바쁘다. 그 과정 또한 녹록치 않았다.
93년 1월 회사 측은 그에게 안동지점으로 발령을 냈다. 그해 3월에 석방됐으니까 감옥에서 나오기도 전에 발령을 낸 것이다. 그해 3월부터 안동지점에서 근무하다가 다시 95년엔 지점장으로 승진했다. 단순 복직의 차원이 아니라 간부가 될 기회를 준 것이다.
성실성을 바탕으로 눈에 띄는 결과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조그마한 시골도시인 안동에서 전례 없는 수익률을 내며 두각을 나타냈다. 그 뒤 대구중앙지점장(1997년), 광화문지점장(2000년), 중부지점장(2002년), 울산지점장(2004년) 등을 두루 거쳤다.
본사 부서장을 하지 않고 야전에서 지점장만 10년 11개월을 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새롭게 거듭났다. 기업을 바라보는 마인드가 바뀐 것이다.
그는 “지점에서 영업가족을 모집해서 영업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절감했다”면서 “그동안 노사관계로만 바라보던 시각에서 협력업체와 고객을 다시 보게 됐다”고 털어놨다. 특히 보험회사 영업조직에는 혼이 깃들어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시골에서 농사짓다가 일자리를 찾아서 오는 아줌마들을 교육시키고 갈고 닦아 경제활동 주체로 성장시키는 일은 훌륭한 예술품을 만드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노동계가 귀족노조니 지지 없는 파업이니 하는 등의 여론 비판을 받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시각이다. 홍 본부장은 “고객과 협력업체(영업가족)의 관계를 무시하고 매사를 노사관계로만 바라보고 시장을 파괴하는 방식은 지지를 받을 수 없다”면서 “이제는 시장의 논리와 가치를 반영하는 노동운동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노동귀족이라는 비판은 노동없이 노동운동을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 뒤 “노조간부를 하다가도 언제든지 노동현장으로 다시 복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얼마 전 ‘노조위원장을 해보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자문을 청하는 후배에게 홍 본부장은 “노조도 중요하지만 영업소장을 자원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충고했다고 한다. 노동과 영업과 삶의 가치를 동시에 체득할 수 있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지난해 12월 그는 현대해상 신채널사업담당을 거쳐 지난 7월에 전략채널본부장에 임명됐다. 직급은 부장이지만 임원급 직책이다. 카드사, 홈쇼핑, 이동통신사, 포털, 은행(방카슈랑스) 등 갈수록 영역이 확장되고 있는 새로운 채널을 발굴하고, 협력관계를 맺는 중요한 위치다. 회사는 꾸준히 기회를 줬고, 홍 본부장은 말 대신 결과로 보답했다.
이 과정에서 노조활동 경험은 독이 아니라 약이 됐다. 노동운동의 중요한 원리인 ‘자주’ ‘민주’ ‘통일’의 원리가 삶의 가치이자 방식으로 체득이 됐다. 자주적인 사람을 육성하고, 민주적인 의견수렴을 거쳐 통일단결 된 방향으로 나가는 것. 이것이 바로 홍 본부장이 살아가는 방식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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