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환 칼럼>농담의 역사(2006.09.07)

지역내일 2006-09-07
농담의 역사

농담을 아는 대통령을 갖는 나라 국민은 행복하다. 국가통치라는 말의 각질을 대통령의 농담은 일순 벗겨준다. 이승만은 농담을 알았지만, 할 수 없었다. 해방 전후 행각을 배경으로, 정부 수립 후 ‘국부’와 치매의 격차 속에서 대통령 이승만이 농담할 여지는 없었다. ‘대통령’ 김구는, 만델라처럼, 농담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는 문화국가를 희망했고 농담은 문화의 핵심 요소 중 하나다. 박정희는 농담을 몰랐다. 일제 정보장교를 지내고 해방 후 여순반란 주동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고, 5.16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잡고 경제와 공포의 규모를 동시에, 기하급수적으로 늘린 그의 생애는, 집권 이전에도, 농담의 여지가 없다. 박정희 때 DMZ 철책이 뚫리면 군대는 비상이 걸리고 다른 부대 5분대기조까지 긴급 투입되었다. 이것은 당연하다. 침투 간첩 한명을 못 잡으면 그 지역 사단장은 물론이고 군단장까지, 심지어 군사령관까지 모가지가 날아가던 때다. 사병들을 모아놓고 사단장이 독려하며 복창케 한다. ‘공비는 밤에도 수십킬로를 이동한다.’ 경계를 늦추지 말고 잠도 자지 말고 오줌도 누지 마라… 하지만 이 복창 훈련은 역효과를 냈다. 사병들은 오히려 그 슈퍼공비에 오금만 저렸다. 이것은 당연하고, 며칠이 지나 지휘관들은 복창 내용을 바꾼다. 적은 지금 지쳤다. 한방에 때려눕힐 수 있다… 이것은 농담이 아니고, 죽음보다 지지부진한 블랙코미디다. 이때 농담 및 문화과 정치 사이는 가장 멀다. 한마디로 박정희의 악화였던 전두환이 농담을 몰랐을 것은 당연하다. 농담의 영혼마저 사라지고, 문화에도 천민자본주의가 깊고 깊은 부리를 내렸다. 그의 시대는 대통령에 대한 조소 전통을 낳았다. 그리고, 막항하고 피비린 권력에 대한 조소는 자기 거세적이다. 노태우 는 농담을 아는 것처럼 보이려 애썼지만, 그의 말 한마디에 각료들이 모두 노타이 차림으로 둥근 탁자에 앉아 회의를 하는 장면은 농담의 권위 혹은 성역마저 무너트리는 수준이었다. 김영삼 의 참모들은, 내가 보기에, 가장 개혁적이었으나, 그들은 아마도 대통령의 농담을 막느라, 혹은 실수와 무지를 농담으로 위장하느라 많은 시간을 아깝게도 낭비했을 것이다. 그의 성명 내용을 보살피고, 발표 상황을 보살피는 참모진은 비대했다. 김대중 은, 내가 보기에, 해방 후 경륜과 식견이 가장 뛰어난 정치가였지만, 농담을 하기에는 그가 박정희 와 경쟁한 세월이 너무 길었고, 대선 시험을 너무 여러 번 치렀고 측근 혹은 가신에 대한 빚이 많았다. 너무 오래 보스를 모신 가신들은 당연히 조폭을 닮아간다. 김현철 이 김영삼 의 경륜 미숙의 결과라면, 김대중 의 두 아들은 갚아야할 빚이 너무 큰 결과였다. 농담의, 혹은 농담 부재의 역사만 일별하더라도, 노무현 만큼 행운아는 전에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대선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노무현 의 대통령 당선을 점치는 자가 `노빠`들 사이에서도 드믈었으니, 그의 당선은 어느 걸작 드라마보다 극적이었고 빚이 없었다. 사회의식은 있으되 육체적 민주화운동으로 기진맥진한 상태가 되는 팔자는 비켜선 젊은 전문가 및 시민운동 그룹이 그의 곁에 있었으므로, 참모 운도 좋았다. 이모든 것은 농담의 여지를, 정말 극적으로 창조하고 넓힌다. 그리고 `대통령 노무현`은 농담의 여유는 물론 의지도 있어보였다. 그러나 그 결과는, 이미 암담하다. 노무현 은 농담과 진담을 구분하지 못하고, 청와대 홍보실은 연일 농담이 아니라 진담이라고, 진담이 아니라 농담이라고, 해명하는데 홍보 업무의 절반을 할애하는 지경이다. 대통령 패러디 코메디의 범람은 물론 말의 민주화를, 연예인 한류는 물론 `몸의민주화`를 상당부분 시사한다. 하지만 농담은 가장 의사소통적인 문화 중 하나고, 의사소통이야 말로 문화의 질을 높이는 최적 경로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진담 같은 농담 혹은 농담 같은 진담은 갈수록, 연예언어에 `포섭`된다. 연예 언어라고 무조건 저질적일 리는 없지만, 연예에 포섭된 정치 언어는 당연히 끔찍하다. 돌이켜보면 탄핵 소동은 이 모든 것을 돌이킬 수없이 악화시켰다. 문제들이 긴박하게 난무하고 정부는 안심하라는데, 농담인지 진담인지 헷갈린다. 현정권은 `서민풍을 빙자, 말과 서민을 모두 얕잡아본 죄가 무엇보다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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