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쟁점에 본격 인권잣대 들이대 … 파장 거셀 듯
결정 ①
“KTX 여승무원은 성차별”
국가인권위원회는 여성만 KTX(고속철도) 승무원으로 분리채용하고 위탁고용을 통해 일반 승무원보다 불리하게 대우한 것은 성별을 이유로 한 고용차별이라며 철도공사에 고용구조를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철도노조 KTX 승무지부장이 지난 3월 철도공사를 상대로 낸 진정 사건에서 “KTX 승무원의 업무특성상 성별이 필수적 자격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고객서비스를 부가가치가 낮은 단순·반복 업무로 규정하고 여성만 분리 채용한 것은 성차별적 편견에 근거한 것”이라고 밝혔다. 인권위는 또 “철도공사가 형식적으로는 도급사업주이나 채용인원 및 임금수준 등의 내용을 직접 결정했다”며 “철도공사가 국가인권위원회법상 피진정인의 지위에 있다”고 밝혀 철도공사의 사용자성을 폭넓게 인정했다.
결정 ②
“공공부문 비정규직 규정 시정”
국가인권위원회는 11일 노동부가 지난 8월 검토를 의뢰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사용 및 관리에 관한 규정 제정안’에 대해 외주화 원칙이나 기간제 근로자 관련 조항에 인권침해나 차별의 소지가 있어 수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인권위는 정부기관이 외주화 할 수 있는 ‘주변업무’를 임의로 정할 수 없게 7조 1항을 고쳐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 추진위원회’가 기준을 정하도록 권고했다.
또 기준을 위반한 사용자를 외주화 대상에서 제외하는 조항을 6조에 신설하도록 요구했다.
인권위는 또 “3조 9항의 기간제 근로자 사용원칙 예외조항을 ‘기타 이에 준하는 사유로 사회적으로 합리성이 인정되는 경우로서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판단되는 경우’로 수정하라”고 밝혔다.
결정 ③
“9급 공무원 응시연령 제한말라”
국가인권위원회는 중앙인사위원회가 현행 9급 국가공무원 채용시 응시연령을 28세 이하로 제한한 것은 나이에 의한 차별이라며 ‘공무원임용 시험령’의 관련조항 개선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28세라는 연령이 9급 공무원으로서의 능력과 자질 유무에 절대적 판단기준이 되기 어렵다”며 “지방공무원의 응시상한연령이 32세이고 다른 선진국가에서는 유사한 제한을 찾기 어렵다”며 이 같이 결정했다.
인권위는 또 “다수의 공기업에서 채용시 나이제한을 폐지하고 있다”며 “다른 국가기관 및 공기업의 채용시 나이차별에 대해서도 조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7급 이나 5급 공무원 채용시험에 대한 연령제한도 검토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11일 채용·노동시장의 민감한 현안들에 대해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이날 결정은 채용 등에 있어서 성과 연령으로 차별하고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지 않는 것에 대해 시정을 권고한 것이다.
이번 결정은 인권위가 노동시장에 인권의 잣대를 본격적으로 들이댄 것으로 해석돼 향후 비슷한 유형의 사안에 대한 처리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민감한 주제, 대담한 결정 = 인권위는 이날 하나같이 민감하고 파장이 큰 사안에 대해서 명쾌하게 정리했다. 어떠한 형태로든 차별에 의한 채용은 안된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이번 결정까지 상당한 기간 동안 내부에서 심각한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월부터 파업을 벌이고 있는 KTX 여승무원 고용차별 논란은 전체회의에서 3번이나 결정을 유보했던 사안이다.
특히 이 사건은 공기업의 ‘불법파견’ 논란으로 노사간 다툼이 치열한 것이어서 결정의 파장이 만만치 않다.
9급 국가공무원에 대한 28세 연령제한도 차별이라는 결정을 내리게 되기까지 1년여의 검토가 있었다. 노동부가 지난 8월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도 노동계에서 알맹이가 없다며 지적한 내용들이다.
◆시장보다 인권 우선 분명히 = 인권위는 지난 7월 ‘차별금지법(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여기에는 비정규직 등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는 획기적 내용이 담겨있다.
특히 노와 사를 정의하는데 있어 형식적인 도급계약이나 원·하청 관계를 부정하고 실질적인 업무상 지휘감독권 등을 주목해 사용자의 범위와 책임을 무겁게 하는 것이 골자였다.
이번 KTX여승무원에 대한 권고도 “철도공사가 여승무원의 채용과 처우 등에 실질적인 결정권한이 있다”며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명확히 했다.
결국 이번 결정은 인권위가 정부에 권고한 ‘차별금지법’의 기본 정신에 기초해 개별 사안을 검토하고 판단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논란은 계속될 듯 = 하지만 일부 결정사항에 대한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공무원 시험의 연령제한과 관련 헌법재판소 결정과 다른 것이어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5월 29일 “통상 9급 국가공무원의 직무는 고교 졸업자라면 적절히 수행할 수 있다”며 “28세 이하로 응시를 제한해도 고교 졸업 후 10년, 대학 졸업 후 5~6년간 응시 기회가 주어져 비합리적이거나 불공정한 제한이라 볼 수 없다”고 결정한 바 있다.
철도공사는 11일 인권위 권고이후 “인권위 권고는 2004년부터 2005년 5월까지만 해당하는 사안”이라며 “2005년 6월 승무업무를 위탁받은 ㈜KTX관광레저는 인권위에서 지적한 고용구조의 성차별적 요소 등을 모두 제거했다”고 밝혔다.
인권위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채용상에 있어서 각종 차별을 금지한 것에 의미가 있다”며 “해당기관의 합리적 수용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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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 ①
“KTX 여승무원은 성차별”
국가인권위원회는 여성만 KTX(고속철도) 승무원으로 분리채용하고 위탁고용을 통해 일반 승무원보다 불리하게 대우한 것은 성별을 이유로 한 고용차별이라며 철도공사에 고용구조를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철도노조 KTX 승무지부장이 지난 3월 철도공사를 상대로 낸 진정 사건에서 “KTX 승무원의 업무특성상 성별이 필수적 자격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고객서비스를 부가가치가 낮은 단순·반복 업무로 규정하고 여성만 분리 채용한 것은 성차별적 편견에 근거한 것”이라고 밝혔다. 인권위는 또 “철도공사가 형식적으로는 도급사업주이나 채용인원 및 임금수준 등의 내용을 직접 결정했다”며 “철도공사가 국가인권위원회법상 피진정인의 지위에 있다”고 밝혀 철도공사의 사용자성을 폭넓게 인정했다.
결정 ②
“공공부문 비정규직 규정 시정”
국가인권위원회는 11일 노동부가 지난 8월 검토를 의뢰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사용 및 관리에 관한 규정 제정안’에 대해 외주화 원칙이나 기간제 근로자 관련 조항에 인권침해나 차별의 소지가 있어 수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인권위는 정부기관이 외주화 할 수 있는 ‘주변업무’를 임의로 정할 수 없게 7조 1항을 고쳐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 추진위원회’가 기준을 정하도록 권고했다.
또 기준을 위반한 사용자를 외주화 대상에서 제외하는 조항을 6조에 신설하도록 요구했다.
인권위는 또 “3조 9항의 기간제 근로자 사용원칙 예외조항을 ‘기타 이에 준하는 사유로 사회적으로 합리성이 인정되는 경우로서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판단되는 경우’로 수정하라”고 밝혔다.
결정 ③
“9급 공무원 응시연령 제한말라”
국가인권위원회는 중앙인사위원회가 현행 9급 국가공무원 채용시 응시연령을 28세 이하로 제한한 것은 나이에 의한 차별이라며 ‘공무원임용 시험령’의 관련조항 개선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28세라는 연령이 9급 공무원으로서의 능력과 자질 유무에 절대적 판단기준이 되기 어렵다”며 “지방공무원의 응시상한연령이 32세이고 다른 선진국가에서는 유사한 제한을 찾기 어렵다”며 이 같이 결정했다.
인권위는 또 “다수의 공기업에서 채용시 나이제한을 폐지하고 있다”며 “다른 국가기관 및 공기업의 채용시 나이차별에 대해서도 조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7급 이나 5급 공무원 채용시험에 대한 연령제한도 검토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11일 채용·노동시장의 민감한 현안들에 대해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이날 결정은 채용 등에 있어서 성과 연령으로 차별하고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지 않는 것에 대해 시정을 권고한 것이다.
이번 결정은 인권위가 노동시장에 인권의 잣대를 본격적으로 들이댄 것으로 해석돼 향후 비슷한 유형의 사안에 대한 처리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민감한 주제, 대담한 결정 = 인권위는 이날 하나같이 민감하고 파장이 큰 사안에 대해서 명쾌하게 정리했다. 어떠한 형태로든 차별에 의한 채용은 안된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이번 결정까지 상당한 기간 동안 내부에서 심각한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월부터 파업을 벌이고 있는 KTX 여승무원 고용차별 논란은 전체회의에서 3번이나 결정을 유보했던 사안이다.
특히 이 사건은 공기업의 ‘불법파견’ 논란으로 노사간 다툼이 치열한 것이어서 결정의 파장이 만만치 않다.
9급 국가공무원에 대한 28세 연령제한도 차별이라는 결정을 내리게 되기까지 1년여의 검토가 있었다. 노동부가 지난 8월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도 노동계에서 알맹이가 없다며 지적한 내용들이다.
◆시장보다 인권 우선 분명히 = 인권위는 지난 7월 ‘차별금지법(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여기에는 비정규직 등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는 획기적 내용이 담겨있다.
특히 노와 사를 정의하는데 있어 형식적인 도급계약이나 원·하청 관계를 부정하고 실질적인 업무상 지휘감독권 등을 주목해 사용자의 범위와 책임을 무겁게 하는 것이 골자였다.
이번 KTX여승무원에 대한 권고도 “철도공사가 여승무원의 채용과 처우 등에 실질적인 결정권한이 있다”며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명확히 했다.
결국 이번 결정은 인권위가 정부에 권고한 ‘차별금지법’의 기본 정신에 기초해 개별 사안을 검토하고 판단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논란은 계속될 듯 = 하지만 일부 결정사항에 대한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공무원 시험의 연령제한과 관련 헌법재판소 결정과 다른 것이어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5월 29일 “통상 9급 국가공무원의 직무는 고교 졸업자라면 적절히 수행할 수 있다”며 “28세 이하로 응시를 제한해도 고교 졸업 후 10년, 대학 졸업 후 5~6년간 응시 기회가 주어져 비합리적이거나 불공정한 제한이라 볼 수 없다”고 결정한 바 있다.
철도공사는 11일 인권위 권고이후 “인권위 권고는 2004년부터 2005년 5월까지만 해당하는 사안”이라며 “2005년 6월 승무업무를 위탁받은 ㈜KTX관광레저는 인권위에서 지적한 고용구조의 성차별적 요소 등을 모두 제거했다”고 밝혔다.
인권위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채용상에 있어서 각종 차별을 금지한 것에 의미가 있다”며 “해당기관의 합리적 수용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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