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비리 근절대책 이렇게 생각한다

지역내일 2006-08-31
법조비리 근절대책 이렇게 생각한다

법조브로커 김홍수 사건은 대법원, 검찰, 법무부의 사과와 법조비리 근절대책 발표로 일단락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발표된 대책만으론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근본적인 제도의 변화 없이 구술변론·공판중심주의 강화와 비리리스트 작성 등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이야기다. 법조비리 근절대책에 대한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법률서비스 시장, 자율경쟁체제 구축해야

한상희
건국대 법대 교수

변호사가 말하는 법률은 너무도 형식화되어 국민은 그 의미를 알 수 없고, 법관의 재판은 너무도 관료화되어 한 마디 질문조차 할 수 없고, 검사의 수사는 너무도 엄중하여 머리조차 들지 못한다.


한국의 비리문제를 다루는 한 책에는 책머리부터 아담 스미스에 대한 글로 시작한다.
‘서로 길을 가다가 소매를 스친 정도의 지면밖에 없는 원자적 개인’이 상시적으로 대면하고 접촉하면서 서로 경쟁하는 분업과 교환의 체계 즉, ‘시장’을 형성하면 ‘정의’는 자연스럽게 실현된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국민을 위한 법률서비스로 자리 잡아야 할 사법체계는 정반대로 소수의 법조인 집단에 장악돼 그들을 위한 권력으로 변형된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법조비리’는 개인의 윤리문제를 넘어 구조적 문제로 전환된다.
지금의 사법제도는 극소수의 사법시험 합격자를 대상으로 사법연수원이라는 독점적 훈련기관에서 단일한 사고와 지식을 갖춘 법조관료를 양성한다.
판검사, 변호사 가릴 것 없이 ‘연수원 몇 기’로 상징화 돼 듯이 동료와 선후배 의식으로 동질화시키는 것이다.
여기에 십 여 단계에 이르는 판검사의 계층구조는 이들을 상명하복의 질서 속에 편입시키고 ‘군기’잡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우리 법조인들은 모두 한 솥 밥 식구이자 선·후배 혹은 동료이자 상관·부하의 관계로 얽혀있다.
이 과정에서 법의 주인이어야 할 국민은 오히려 법률관료들의 처단에 좌우되는 미약한 존재로 전락한다. 이들에 있어 법이란 상층부에서 확정돼 시달되는 것을 의미할 뿐, 국민의 법 감정이나 정의감정은 논외로 치부된다.
오히려 그들이 만든 법논리는 헌법마저 좌우할 정도로 결정적인 지침이 되며, 그들만의 관행과 불문율은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성역을 만든다.
이 과정에서 변호사가 말하는 법률은 너무도 형식화되어 국민들은 그 의미를 알 수 없고, 법관의 재판은 너무도 관료화되어 한 마디 질문조차 할 수 없고, 검사의 수사는 너무도 엄중하여 머리조차 들지 못한다.
이러한 사법질서에서 법조비리는 상존할 수밖에 없으며, 그 척결을 위한 노력은 백약이 무효일 수밖에 없다.
전관예우를 없애기 위해 변호사의 판사실 출입을 막아도 변호사가 아닌 ‘동기나 선후배’의 신분으로 출입하는 것은 막을 수 없다. 아무리 엄중한 브로커 근절책이 나와도 과태료 200만원의 징계가 겁나서 수 천 만원의 수임료를 포기하지는 않는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에 대한 국민적 비난보다 사법부 수뇌부의 인사고과가 더 위협적인 상황에서 굳이 정치권력이나 자본권력의 의사를 저버리는 위험을 자초할 이유도 없다.
스스로 엘리트로 자부하는 현실에서 법관·검사의 윤리강령이 어떻든 지역사회의 신흥 유지로 대우받고 ‘약간의’ 접대나 향응, 용돈 정도를 받는 것은 의연한 관행으로 굳어진다.
그 뿐이 아니다. 문제가 터지면 언제든지 옷 벗고 변호사 개업하면 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최근 법조비리 사태를 보더라도 이러한 악순환의 조짐은 여전하다.
‘비리가 터지고 비난받고 사과하고 대책을 내놓는’ 수순은 물론이고 대책마련 을 하고 난 다음 단계에 대해서는 모두 입을 다물고 있는 것도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온정주의와 엘리트적 선민의식에 빠져 이런 사건이야 ‘당연한 것’, ‘그럴 수 있는 것’ ‘국민들이 오해한 것’ 등의 변명으로 일관한다.
근본적인 치유책은 미루어놓고 이런 저런 미봉책만으로 당장의 비난을 모면하려는 예의 행태가 여전히 계속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핵심적인 것은 이와 같은 ‘입에 발린 약속’ 이 아니라 현재 있는 제도라도 제대로 집행하려는 의지이다.
작은 비리나 비난에도 스스로의 행동을 반성하는 직업윤리적 감수성을 획득하는 것, 온정주의로 감싸는 그릇된 동료애가 아니라 비판적 자의식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사법도 서비스라는 의식의 근본적 전환을 통해 새로운 첫걸음을 내딛여야 한다.
아담 스미스의 정의로운 시장을 만드는 것은 장기적 과제이다.
위헌적이며 반시장적인 진입장벽을 없애고 보다 많은 변호사를 선발함으로써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가진 변호사들이 서로 자유롭게 경쟁하는 법률서비스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경쟁체제가 형성될 때 비로소 법조인들이 보다 정의로운 법조윤리를 확립하고, 실천하는 자율규제장치가 형성될 수 있다.
이러한 자율경쟁체제가 법조비리 척결의 가장 근원적 대책이다.





법조비리근절, 말보다 실천이 앞서야

장주영
변호사


부패방지법의 부패행위 신고제도를 원용하여 관선변호나 스폰서문화를 포함한 윤리강령위반 행위를 목격한 동료가 감찰실에 신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다면 비리근절에 도움이 될 것이다.


법원과 검찰은 고법부장판사를 비롯한 전·현직 판사와 검사들이 연루된 법조비리사건에 대해 사과하면서 대책을 발표하였다.
법원은 법조비리신고센터를 설치하여 비위사건의 신고를 받아 조사하고 감찰 및 징계위원회에 외부인사가 참여하도록 하여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화하며 비위법관이 사직서를 제출하더라도 수리하지 않고 징계절차를 진행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검찰도 법조브로커를 발본색원하고 감찰위원회와 검사징계위원회에 외부위원을 임명하며 징계시효를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는 법개정을 추진하는 등의 대책을 발표하였다.
법원과 검찰이 법조비리에 대해 국민앞에 깊이 사죄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을 하겠다는 자세는 바람직한 일이긴 하나 과거에도 여러 차례 법원과 검찰은 법조비리근절 대책을 마련한 바 있다. 그럼에도 법조비리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느 기관이나 유혹에 흔들려 비리를 저지르는 사람은 있게 마련이다. 이들 비위자들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를 보면 그 조직이 얼마나 깨끗한 지 알 수 있다.
비리가 발견되는 대로 엄정한 조사를 하여 일벌백계로 삼는 곳과 기관의 명예를 지킨다는 이유로 쉬쉬하며 덮어버리는 곳 중에서 어느 쪽이 더 깨끗할까? 전자임은 말할 필요도 없으나 기관장들은 문제가 생겨도 조용히 지나가기를 바라는 경향이 있다. 무사안일 혹은 온정주의에 기우는 태도가 비리의 온상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법관윤리강령이나 검사윤리강령에서 금지되는 행위가 이번 사건에 포함되어 있다. 윤리강령을 제대로 교육하고 이에 위반되는 행위에 대해 가차 없이 형사처벌 혹은 징계를 해왔다면 고법부장판사가 연루된 사상초유의 법조비리는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법원이나 검찰은 비위사실이 드러나도 쉬쉬하면서 사표를 내는 선에서 사건을 덮어버린 경우가 많았다. 군산지원 전직 판사들의 비위행위에 대해서도 사표를 받고 없었던 일로 처리해 버렸다.
검찰도 그동안 비위 검사들에 대해 엄중히 조사해서 징계를 제대로 해왔다고 장담할 입장이 아니다. 법원이나 검찰에서 징계를 했다면 변호사로 등록할 수 없는 사람도 징계를 받지 않으면 비리사실이 알려지지 않아 버젓이 변호사로 활동하게 된다.
비리를 저질러도 사표만 받고 끝내버린다면 ‘재수 없이 걸려도 변호사 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심어주게 되는 것이다.
이번 법조비리사건으로 이른바 관선변호나 스폰서문화가 도마에 올랐다. 판사가 다른 판사의 사건에 관여하는 관선변호나 친인척이 아닌 친지들로부터 회식비나 떡값 등을 받는 이른바 스폰서문화가 남의 일이 아니라고 느끼는 법관이나 검사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구속된 고법부장판사가 말했다는 ‘왜 나만 문제 삼느냐’는 항변은 이를 웅변으로 말해 주고 있다.
관선변호나 스폰서문화는 잘못된 관행인데도 자칫 젊은 법관이나 검사가 이에 물들일 우려가 있어서 더 큰 문제가 된다. 동료 판·검사에게서 접하는 사건해결부탁이나 스폰서문화에 익숙해져 윤리의식이 해이해질 우려가 있는 것이다.
법원이나 검찰의 발표에는 이에 대한 뚜렷한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부패방지법의 부패행위 신고제도를 원용하여 관선변호나 스폰서문화를 포함한 윤리강령위반 행위를 목격한 동료가 감찰실에 신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다면 비리근절에 도움이 될 것이다.
법조브로커도 문제지만 감찰의 활성화로 이들의 활동이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것이 증명된다면 법조브로커는 자연히 소멸되지 않겠는가?
비리를 저지른 법관과 검사에 대해 엄정한 징계를 시행하는 것 외에 법관의 경우 재임용절차에 의한 재임용거부제도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판사나 검사에 대한 징계사실을 대한변호사협회에 공개하여 변호사 개업을 제한한다면 법조비리가 발붙일 토양이 제거될 것이다.
판사나 검사의 높은 도덕성에 대한 요구는 그만큼 국민들의 신뢰와 기대가 크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법조비리근절은 말보다 실천을 앞세워 실효성있게 추진함으로써 국민들의 신뢰에 보답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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