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매각지연, 한국 탓” 돌려 보상 요구
예상된 지연인데도 ‘무리한’ 계약수정 제안
론스타가 연이어 악수를 두고 있다.
론스타는 올해말까지 검찰 수사가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제로 매매계약을 체결했는데도 ‘무리한 계약수정’을 요구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수정계약안에는 지연매각의 대가로 매각대금을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 포함돼 있다. 지연매각의 책임을 검찰과 국민은행 등 한국의 탓으로 돌린 것.
이는 지난해 30일 론스타 존 그레이켄 회장이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도 명확히 나타나있다. 그레이켄 회장은 “협상기간 종료일(9월 16일)까지 론스타에 대한 검찰 수사가 결론이 나지 않으면 계약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며 검찰과 국민은행을 동시에 압박했다.
◆매각 지연, 예상된 일 = 검찰 수사가 연말까지 지연될 수 있다는 것은 사실 지난 4월 정밀 실사기간을 3주 연장하면서 이미 예상된 일이었다. ‘외환은행 불법매각 의혹’은 예상보다 늦은 6월 19일에 감사원에서 검찰로 옮겨졌고 3월 전격적인 론스타 압수수색으로 시작한 검찰수사는 9월 중순까지 별 진전을 보지 못해 종결시기마저 불투명한 상태다. 김기홍 국민은행 수석부행장은 “감사원 조사와 검찰 수사가 종결된 후에 외환은행 인수대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며 “기한이 연장되더라도 매각대금에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올 연말까지의 지연 가능성이 이미 예견됐으므로 론스타와 국민은행은 ‘협상 지연에 따른 조건’까지 계약서에 기록했다는 게 금융권 M&A전문가의 전언이다. 보통 배타적 협상권은 1년까지 연장되며 ‘협상지연에 따른 이자’를 매각대금에 덧붙이는 게 통상적인 관례이므로 이같은 내용이 포함됐다는 것이다.
◆‘무리한 수정계약’ = 리처드 웨커 외환은행장은 론스타의 계약수정안을 두둔했다. 그는 18일 사내방송을 통해 계약파기 여부가 “며칠 내로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민은행은 (계약조건의 변경없는) 계약 연장 입장을 표명했고 대주주인 론스타는 기간 연장에 동의를 할 경우 은행의 가치가 계속 증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동일한 계약 조건이 유지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며 “매수자가 계약을 완료하기 위해 추가적으로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면 연장된 기간 동안의 가치 상승분을 반영하거나 또는 그 기간에 발생한 기회 비용을 매수자에게 요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은행은 론스타의 요구가 ‘무리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김 수석부행장은 “론스타측이 무리한 요구를 해오면 받아들일 수 없다”며 “계약을 깰 수 있는 것은 론스타가 아닌 국민은행”이라고 밝혔다.
론스타의 요구대로 가치상승부분과 이자를 지급하게 되면 현재 6조9000억원의 매각대금은 7~8조원대까지 오르게 된다.
또 론스타가 원천징수 논란, 배당세 추가부담 등을 고려해 배당금 지급방식이 아닌 현금지급방식을 고집할 수도 있다. 국민은행은 추가자금을 확보해 매각대금을 높임에 따라 국민여론을 악화시키기 보다는 현재 1조9000억원대의 외환은행 이익잉여금을 배당으로 돌려 지급하는 방안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 이 또한 협상대상으로 부상하고 있다.
◆‘계약 파기’ 서로에게 치명적 = 계약이 파기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국민은행-론스타 당사자뿐만 아니라 주위에서도 매우 낮게 보고 있다. 모두에게 치명적 악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론스타는 외환은행 제3자 매각에서 큰 어려움에 봉착하게 될 것이며 지지부진한 검찰수사에서 쉽게 벗어나기도 어려울 전망이다. 앞으로 국내에서의 영업을 위해서도 마무리를 잘 지어야 한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에 지대한 공을 세웠으면서도 현재 미국 검찰에 수배중인 스티븐 리도 검찰수사가 마무리되지 않는 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없다. 론스타는 막바지에 이른 검찰수사를 빠르고 무리없이 끝내고 외환은행 매각을 매듭짓는 게 급선무다. 이것이 국민은행에 앞서 론스타가 먼저‘계약 파기’를 선언할 가능성이 적은 이유다.
국내 여론악화를 무릅쓰고 추진한 국민은행의 ‘외환은행 인수’카드는 향후 국민은행 청사진의 중요한 시발점이다. 이를 원점으로 돌리면 국내 ‘리딩뱅크’ 자리가 흔들릴 수 있고 금융권에서 가장 중요한 ‘신뢰’마저 잃을 수 있다. 이러한 이유들로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18일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연차총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지금도 론스타와 (외환은행 인수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협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웨커 행장도 “아직까지 계약 파기를 선언한 적 없고 양 당사자 모두 잘 협상중”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에 공이 넘어갔다. 국민은행은 막대한 추가대금을 론스타에 얹어 주는 ‘악수’를 두기 보다는 론스타에 등을 돌린 국내여론을 활용하는 ‘강수’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긴 것으로 보인다. 결국 국민은행이 어느 정도나 ‘지연 대가’를 치를 지가 관건이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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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된 지연인데도 ‘무리한’ 계약수정 제안
론스타가 연이어 악수를 두고 있다.
론스타는 올해말까지 검찰 수사가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제로 매매계약을 체결했는데도 ‘무리한 계약수정’을 요구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수정계약안에는 지연매각의 대가로 매각대금을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 포함돼 있다. 지연매각의 책임을 검찰과 국민은행 등 한국의 탓으로 돌린 것.
이는 지난해 30일 론스타 존 그레이켄 회장이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도 명확히 나타나있다. 그레이켄 회장은 “협상기간 종료일(9월 16일)까지 론스타에 대한 검찰 수사가 결론이 나지 않으면 계약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며 검찰과 국민은행을 동시에 압박했다.
◆매각 지연, 예상된 일 = 검찰 수사가 연말까지 지연될 수 있다는 것은 사실 지난 4월 정밀 실사기간을 3주 연장하면서 이미 예상된 일이었다. ‘외환은행 불법매각 의혹’은 예상보다 늦은 6월 19일에 감사원에서 검찰로 옮겨졌고 3월 전격적인 론스타 압수수색으로 시작한 검찰수사는 9월 중순까지 별 진전을 보지 못해 종결시기마저 불투명한 상태다. 김기홍 국민은행 수석부행장은 “감사원 조사와 검찰 수사가 종결된 후에 외환은행 인수대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며 “기한이 연장되더라도 매각대금에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올 연말까지의 지연 가능성이 이미 예견됐으므로 론스타와 국민은행은 ‘협상 지연에 따른 조건’까지 계약서에 기록했다는 게 금융권 M&A전문가의 전언이다. 보통 배타적 협상권은 1년까지 연장되며 ‘협상지연에 따른 이자’를 매각대금에 덧붙이는 게 통상적인 관례이므로 이같은 내용이 포함됐다는 것이다.
◆‘무리한 수정계약’ = 리처드 웨커 외환은행장은 론스타의 계약수정안을 두둔했다. 그는 18일 사내방송을 통해 계약파기 여부가 “며칠 내로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민은행은 (계약조건의 변경없는) 계약 연장 입장을 표명했고 대주주인 론스타는 기간 연장에 동의를 할 경우 은행의 가치가 계속 증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동일한 계약 조건이 유지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며 “매수자가 계약을 완료하기 위해 추가적으로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면 연장된 기간 동안의 가치 상승분을 반영하거나 또는 그 기간에 발생한 기회 비용을 매수자에게 요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은행은 론스타의 요구가 ‘무리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김 수석부행장은 “론스타측이 무리한 요구를 해오면 받아들일 수 없다”며 “계약을 깰 수 있는 것은 론스타가 아닌 국민은행”이라고 밝혔다.
론스타의 요구대로 가치상승부분과 이자를 지급하게 되면 현재 6조9000억원의 매각대금은 7~8조원대까지 오르게 된다.
또 론스타가 원천징수 논란, 배당세 추가부담 등을 고려해 배당금 지급방식이 아닌 현금지급방식을 고집할 수도 있다. 국민은행은 추가자금을 확보해 매각대금을 높임에 따라 국민여론을 악화시키기 보다는 현재 1조9000억원대의 외환은행 이익잉여금을 배당으로 돌려 지급하는 방안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 이 또한 협상대상으로 부상하고 있다.
◆‘계약 파기’ 서로에게 치명적 = 계약이 파기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국민은행-론스타 당사자뿐만 아니라 주위에서도 매우 낮게 보고 있다. 모두에게 치명적 악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론스타는 외환은행 제3자 매각에서 큰 어려움에 봉착하게 될 것이며 지지부진한 검찰수사에서 쉽게 벗어나기도 어려울 전망이다. 앞으로 국내에서의 영업을 위해서도 마무리를 잘 지어야 한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에 지대한 공을 세웠으면서도 현재 미국 검찰에 수배중인 스티븐 리도 검찰수사가 마무리되지 않는 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없다. 론스타는 막바지에 이른 검찰수사를 빠르고 무리없이 끝내고 외환은행 매각을 매듭짓는 게 급선무다. 이것이 국민은행에 앞서 론스타가 먼저‘계약 파기’를 선언할 가능성이 적은 이유다.
국내 여론악화를 무릅쓰고 추진한 국민은행의 ‘외환은행 인수’카드는 향후 국민은행 청사진의 중요한 시발점이다. 이를 원점으로 돌리면 국내 ‘리딩뱅크’ 자리가 흔들릴 수 있고 금융권에서 가장 중요한 ‘신뢰’마저 잃을 수 있다. 이러한 이유들로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18일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연차총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지금도 론스타와 (외환은행 인수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협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웨커 행장도 “아직까지 계약 파기를 선언한 적 없고 양 당사자 모두 잘 협상중”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에 공이 넘어갔다. 국민은행은 막대한 추가대금을 론스타에 얹어 주는 ‘악수’를 두기 보다는 론스타에 등을 돌린 국내여론을 활용하는 ‘강수’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긴 것으로 보인다. 결국 국민은행이 어느 정도나 ‘지연 대가’를 치를 지가 관건이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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