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칼럼>결혼이민자와 더불어 사는 삶(설동훈 2006.09.06)

지역내일 2006-09-06
결혼이민자와 더불어 사는 삶
설동훈(전북대 교수, 사회학)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국제결혼이 증가하고 있다. 2005년 총 결혼건수 31만6천375건 중 13.6%인 43,121건이 국제결혼이었고, 농촌 지역에서는 국제결혼이 전체 결혼건수의 3분의 1에 달했다. 한국인 남성과 외국인 여성의 국제결혼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 그에 따라 외국인 어머니를 둔 아이들도 늘고 있다. 동시에, 그 수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한국인 여성과 외국인 남성의 국제결혼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에서 일하던 외국인 남성 노동자들이 한국인 여성과 결혼하는 경향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한국 사회는 ‘다문화ㆍ다인종 사회’로 들어섰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 여전히 팽배한 순혈주의 전통은 외국인ㆍ이민자ㆍ혼혈인에 대한 차별과 배제라는 배타성으로 작용하고 있다. 타문화에 대한 경시와 인종차별, 결혼이민자와 혼혈인 가족에 대한 사회적 배제, 그리고 그들에 대한 정책적 배려와 적극적 개입의 부재 등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2005년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월 가구 소득이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가구가 결혼이민자 가구의 52.9%에 달했지만, 실제 기초생활 보장 급여를 받는 가구는 11.3%에 불과했다. 결혼이민자 중에는 의사소통의 어려움, 문화적 차이로 인한 고충, 차별 대우 등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적지 않다. 언어폭력을 경험했다는 이가 31.0%, 신체적 폭력을 당한 사람이 13.9%, 변태적 성행위를 강요받은 적이 있는 여성이 9.5%였다. 이렇게 폭행을 당해도 공권력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주ㆍ여성인권연대가 최근 발표한 상담사례는 이러한 통계의 실체를 보여주었다. 한국 남성과 결혼해 이민 온 외국인 여성 중 일부는 언어적ㆍ신체적 폭력의 피해자가 되고 있고, 또 과도한 성관계를 강요당하는 등의 고통을 겪고 있다. 그 중 일부는 ‘인신매매 피해자’로 간주될 정도라고 한다.
우리 사회의 혼혈인 문제는 한국전쟁과 미군 주둔이라는 굴절된 20세기 역사의 산물인데, 최근에는 결혼이민자의 자녀가 그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결혼이민자뿐 아니라 혼혈인들도 경제적 궁핍과 사회적 배제의 대상이기는 마찬가지다. 펄벅재단 조사에 의하면, 18세 이상 혼혈인의 3분의 2 정도가 실업 상태에 있고, 취업 중인 이들도 대개는 비정기적인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자기주택 소유율도 6.5%에 불과하다. 제2세대 혼혈인이라 할 수 있는 결혼이민자 자녀들도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집단 따돌림’의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는 한국인들이 채 인식하지도 못한 사이에 ‘사실상의’ 이민사회가 되었으나, 이민자 관리제도와 시민들의 의식은 그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데 아직 한참 못 미치고 있다. 단일민족 관념이 워낙 강해, 아직 외국인과 더불어 생활하고 일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의 사회통합 노력도 미미한 형편이다.
문화와 언어의 차이 등에서 발생하는 결혼이민자의 정착에서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그들의 자녀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위해 결혼이민자의 출신국가별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혼인파탄의 귀책사유에 대한 입증책임을 완화하며, 사회복지ㆍ의료 서비스를 확충하고, 초ㆍ중등교육에서 다문화 교육을 강화하는 방안 등을 체계화하여 실천에 옮겨야 한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이민자들이 한국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여야 한다. 한국말을 배우고, 한국문화와 관습을 익혀야 한다. 그와 동시에 한국인들도 그들과 어울려 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전지구화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인들은 외국인 또는 이민자와 상생(相生)을 도모하여야 한다. 이민자들을 더 이상 ‘타자’로 방치할 것이 아니라, ‘우리’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그들의 자녀인 혼혈인도 ‘한민족’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어야 한다.
한 마디로, ‘더불어 사는 삶’을 실천해야 한다. ‘더불어 사는 사회’는 모습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한 데 어울려 화합하며 같이 살아감으로써 건설된다. 그리고 한국인과 이민자들이 속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인과 외국인들이 서로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는 문화적 토양을 만들어야 하고, 같이 참여하여 어우러지는 화합의 장과, 신나게 흥을 돋울 수 있는 신명의 장을 마련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그 부담을 이민자와 정부에 지워서는 안 된다. 한국사회에서 생활하고 있는 모든 이들이 ‘더불어 사는 삶’을 실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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