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조선궁녀 리심
김탁환 지음
민음사 / 9500원
미지의 인물의 삶을 상상해보는 것은 비밀스러운 즐거움을 준다.
네덜란드 화가 베르메르의 한점의 그림에서 화가와 하녀의 이룰 수 없는 사랑이야기를 끄집어낸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가 그처럼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던 건 머릿속으로 상상만 하던 일을 누군가가 형상화해준 데 대한 희열감일지도 모른다.
‘파리의 조선궁녀 리심’도 바로 그런 상상력을 만족시켜주는 작품이다. ‘방각본살인사건’ 등으로 역사책 속의 숨은 얘기들을 끄집어내는데 탁월한 재능을 보인 바 있는 작가 김탁환은 한 장의 기록으로만 남아있던 리심이라는 여인의 일생을 복원해낸다.
19세기말 실존인물인 리심은 조선의 2대 프랑스 공사였던 이포리트 프랑뎅의 회고록 ‘한국에서’의 한 페이지에 등장한다.
당시 고종황제와 명성황후가 위태롭게 조선을 이끌어가던 시절, 리심은 당시 프랑스 공사였던 빅토르 콜랭과 결혼, 프랑스로 건너가 조선여인 최초로 유럽과 아프리카땅을 밟았다.
김탁환이 그린 리심은 처음엔 콜랭과의 사랑을 중심으로 그려지지만 뒤로 갈수록 ‘신여성’의 모습으로 변모되어 간다. 아직 근대로 넘어가지 못하고 중세에 머물고 있는 조선과 근대 유럽을 동시에 겪으며 조국을 걱정한 여성으로 묘사되는 것.
실제 리심을 역사에 남긴 프랑뎅은 “여인(리심)을 가르치는 교사들은 이질적인 문화에 동화될 수 있는 폭넓은 정신과 예술적 자질을 인정했다...(중략) 그녀는 자신이 관찰한 놀라운 서양문물을 여러 페이지에 걸쳐 기록해두었다”고 기록하기도 했다.
리심의 씩씩함 덕에 이 소설은 파란눈을 도깨비라고 생각했을 시절에 서양인과 조선여성의 로맨스를 그리는 동시에 리심의 눈을 통해 당시의 격동적인 역사를 환기시키는 데 성공한다.
작가 신경숙도 한 일간지에 같은 인물을 소재로 한 소설을 연재하고 있어 비교해가며 읽는 것도 묘미다. 그러나 두 소설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신경숙의 리진(신경숙은 주인공 이름을 ‘리진’으로 서술했다)이 보다 정적인 인물로 묘사되고, 인물의 서정적 심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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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탁환 지음
민음사 / 9500원
미지의 인물의 삶을 상상해보는 것은 비밀스러운 즐거움을 준다.
네덜란드 화가 베르메르의 한점의 그림에서 화가와 하녀의 이룰 수 없는 사랑이야기를 끄집어낸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가 그처럼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던 건 머릿속으로 상상만 하던 일을 누군가가 형상화해준 데 대한 희열감일지도 모른다.
‘파리의 조선궁녀 리심’도 바로 그런 상상력을 만족시켜주는 작품이다. ‘방각본살인사건’ 등으로 역사책 속의 숨은 얘기들을 끄집어내는데 탁월한 재능을 보인 바 있는 작가 김탁환은 한 장의 기록으로만 남아있던 리심이라는 여인의 일생을 복원해낸다.
19세기말 실존인물인 리심은 조선의 2대 프랑스 공사였던 이포리트 프랑뎅의 회고록 ‘한국에서’의 한 페이지에 등장한다.
당시 고종황제와 명성황후가 위태롭게 조선을 이끌어가던 시절, 리심은 당시 프랑스 공사였던 빅토르 콜랭과 결혼, 프랑스로 건너가 조선여인 최초로 유럽과 아프리카땅을 밟았다.
김탁환이 그린 리심은 처음엔 콜랭과의 사랑을 중심으로 그려지지만 뒤로 갈수록 ‘신여성’의 모습으로 변모되어 간다. 아직 근대로 넘어가지 못하고 중세에 머물고 있는 조선과 근대 유럽을 동시에 겪으며 조국을 걱정한 여성으로 묘사되는 것.
실제 리심을 역사에 남긴 프랑뎅은 “여인(리심)을 가르치는 교사들은 이질적인 문화에 동화될 수 있는 폭넓은 정신과 예술적 자질을 인정했다...(중략) 그녀는 자신이 관찰한 놀라운 서양문물을 여러 페이지에 걸쳐 기록해두었다”고 기록하기도 했다.
리심의 씩씩함 덕에 이 소설은 파란눈을 도깨비라고 생각했을 시절에 서양인과 조선여성의 로맨스를 그리는 동시에 리심의 눈을 통해 당시의 격동적인 역사를 환기시키는 데 성공한다.
작가 신경숙도 한 일간지에 같은 인물을 소재로 한 소설을 연재하고 있어 비교해가며 읽는 것도 묘미다. 그러나 두 소설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신경숙의 리진(신경숙은 주인공 이름을 ‘리진’으로 서술했다)이 보다 정적인 인물로 묘사되고, 인물의 서정적 심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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