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잡겠다’ 공약 부담 … 대선 쟁점 ‘선수치기’ 해석도
노무현 대통령이 28일 ‘MBC 100분토론’에 출연, ‘분양원가 공개’방침을 전격 밝혔다.
노 대통령이 ‘2년 넘게 허송세월 보냈다’는 일부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민심’을 이유로 방향선회한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노 대통령은 “집값은 꼭 잡겠다”며 각종 부동산 관련 ‘강공책’을 펴왔지만 분양원가 공개는 반대해 왔다. 분양원가 공개는 2004년 열린우리당의 핵심 총선공약이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반대로 그 시행이 미뤄져 왔다.
노 대통령은 총선직후인 2004년 6월 민주노동당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는 개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대통령의 소신”이라고 해 여당과 시민단체들의 반발을 샀다. 김근태 의원은 “계급장 떼고 치열하게 논쟁하자”며 반기를 들었고 노 대통령은 “인기에 영합하는 정책이 되지 않도록 하고 책임지는 정책이 우리 정부가 가져야 할 원칙”이라며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던 노 대통령이 “국민들이 제 생각과 달리 다 공개하는 것이 좋겠다고 바라니까 그 방향으로 가야 되지 않겠느냐”며 “저도 거역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본다”고 180도 달라진 태도를 보인 것.
태도 변화는 우선 정부의 부동산대책에도 불구하고 고분양가 논란이 계속되고 아파트값 역시 수도권에선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데 대한 정치적 부담 때문으로 보인다. ‘제대로 한 게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참여정부가 집값 안정의 한 방편으로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는 원가공개를 계속 무시한 채 임기말 국정안정을 꾀하기 힘들다는 게 정책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여기다 최근 ‘은평뉴타운 분양’과 관련, 오세훈 서울시장이 ‘후분양제’를 들고 나온 것도 자극제로 작용한 듯하다. 서울시 후분양제 시행시기가 내년 대선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자칫 ‘집값 안정’에 대한 공을 야당에 빼앗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선 노 대통령 특유의 ‘선수치기’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지방선거 참패 이후 노 대통령의 고심의 한 결과라는 얘기도 있다. 여론 보다는 ‘원칙과 소신’을 강조해 온 노 대통령으로서도 더 이상 민심을 외면하기 어려운 처지다. 남은 임기동안 그나마 권력누수를 최소화하고 그동안 추진해 온 국정과제를 마무리 짓기 위해서는 여론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이 가장 민감한 민생현안인 ‘아파트 분양가’문제에 대해 여론을 수렴하는 모양새를 취함으로써 향후 국정운영에 일정한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셈법이 깔려있다는 해석이다.
차염진 기자 yjcha@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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